▲수도권 모 대학교 사이트에 공시해 놓은 세입, 세출 결산 현황 중 일부
손상현
물가 인상률을 훌쩍 뛰어넘어 탄생한 그 많은 대학등록금은 도대체 어디로 흘러들어 가는가? 대부분 대학교 사이트에는 통계현황이 있고, 그곳에는 각 해의 재정 결산이 나와 있다. 학생들에게 재정 관리의 투명성을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다. 명목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세입, 세출의 항목에 십억 대의 비용이 들쭉날쭉하니 말이다.
일반 학생들이 이 자료를 보았을 때, 도저히 어떤 부분에 얼마가 정확히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을 뿐더러 많은 대학이 그런 부실한 내용들조차도 수년 전 최종 업데이트된 자료를 버젓이 내걸어 놓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치솟는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납득할 만한 명확한 설명과 구체적인 지출현황은 대충 덮어놓고 취업률과 연구실적 부풀리기에만 매진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이 배울 것은 진정 무엇인가?
인천대학교 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윤모양은 공립대학교이지만 최근 몇 년 간 등록금이 터무니없이 인상되어 가정 형편 상 2학년 때 학교를 1년 휴학하면서 등록금을 벌었다고 한다. 또한 방학 때 부족한 어학 공부를 하거나 독서량을 늘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약속했던 전국 무전여행의 꿈같은 도전계획도 편의점,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지워버렸다.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이다 못해 이제 아예 막혀버릴 지경인데 기업에서는 대학 졸업증만 가지고는 성에 차지 않아 문전박대다. 등록금 내기에도 벅찬 그들에게 기타 사교육비를 들여 온갖 자격증과 해외연수를 요구한다. 아르바이트 시간으로 날려버린 꿈같은 대학시절은 생각만 해도 서러운데 왜 경력을 쌓는 데 시간 투자를 못했냐며 면박을 주니 이젠 눈물도 말라버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