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불량인 사람이 지나가면 돌이 '뚝!'

[여행] 바람 신이 깎아 낸 돌들의 숲, 스린... 2억7천만년 전 만들어진 기기묘묘한 그곳

등록 2009.11.27 15:35수정 2009.11.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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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스린 2억 7천만년 전 바다였던 스린은 오랜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돌 숲으로 변했다. 쿤밍 동남쪽 120km지점에 위치한 스린은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최오균


뾰쪽뾰쪽한 돌기둥이 수천가지 형상으로 솟아 오른 돌 숲 앞에 서니 잠시 말을 잃는다. 이름 그대로 '돌들의 숲' 스린(石林, Shilin)이다. 무수히 많은 회색의 돌기둥들이 숲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끝 간 데 없이 이어져 있는 돌들의 향연은 상상을 초월하는 기이한 모습이다.

스린은 쿤밍에서 동남쪽으로 120km 떨어진 이족자치현에 있다. 이족은 중국 서남부 산악지대에 주로 살고 있는 소수민족이다. 쿤밍의 케스트하우스 차화 빈관(Camella Hotel)에서 택시를 대절하여 스린과 구향동굴을 동시에 돌아보기로 했다. 밀고 당기는 흥정 끝에 420위안을 치르기로 하고, 먼저 스린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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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스린 돌 위에 얹어 놓은 듯한 자연석의 조화 ⓒ 최오균


☞동영상1- 돌숲의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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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동영상1- 대석림 미로 스린은 크게 대석림과 소석림으로 나누어 진다. 돌숲의 미로는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 최오균


이 기상천외한 돌기둥의 역사는 2억 7천만년 전으로 돌아간다. 고생대에 윈난은 바다의 일부였으나, 인도대륙과 아시아 대륙이 충돌하면서 점차 융기되어 육지로 변했다. 바닷속 석회암층이 솟아올라 바닷물과 충돌하면서 기이한 돌기둥을 만들어갔다.

육지로 솟아오른 돌기둥은 바람과 빗물에 갈라지고 침식되어 지금과 같은 환상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이 일대에서 발견된 화석이 돌숲의 역사와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혹자는 신(神)들이 남의 눈을 피하려는 연인들을 위해 산을 깨뜨려서 미로를 만들었다는 전설을 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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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 스린 하늘을 찌르는 기기묘묘한 돌들의 모형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 최오균


스린 입구에는 작은 호수가 잔잔한 푸른빛을 띠고 있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에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호수 위에는 솟아오른 돌기둥들의 그림자가 투영돼 마치 한 폭의 병풍처럼 보인다. 매표소에는 화관을 쓰고 원색의 알록달록한 옷차림을 한 싸니족 여성 가이드들이 다소곳이 앉아 조잘거리며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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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 입구 호수 스린 호수에 비친 돌들이 하나의 병풍처럼 보인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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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니족 여자 가이드 입구에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싸니족 가이드들 ⓒ 최오균


스린은 경관에 따라 대석림, 소석림, 내고석림, 지운동, 장호, 대첩수 폭포, 월호, 기풍동 등 8개 풍경구로 나누어진다. 이를 다 돌아보려면 며칠 걸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입구를 지나 대석림의 미로로 빨려 들어갔다.

돌기둥으로 이루어진 천혜의 미로. 그 돌기둥 사이를 걷다보면 마치 천년 묵은 고목나무 숲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길이 좁고 어찌나 꼬불꼬불하던지 자칫하면 길을 잃어버릴 정도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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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입구 관광객들로 북세통을 이루고 있는 대석림 입구 ⓒ 최오균


"손 을 꽉 잡아요. 길 잃은 미아 되지 말고."
"이런 길에서는 길을 잃어버려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정말이요?"

단 둘이서 배낭여행을 떠난 우리는 가이드가 없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손을 마주 잡고 걸어야 한다. 돌기둥이나 암벽에는 모양에 따라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石林, 天造奇觀(하늘이 만든 기묘한 경관), 劍峰 등.

돌의 모양도 가지가지다. 일부러 얹어 놓은 듯한 모양, 도끼날 같은 입석, 성벽처럼 생긴 암벽,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있는 모양, 코끼리 모양, 키스를 하는 장면… 그 모양이 하도 기이하여 말과 글로는 도저히 표현 할 길이 없다. 바위의 이름은 보는 자의 느낌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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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 대석림 미로 성벽처럼 생긴 암벽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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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 양심석 양심이 불량한 자가 지나가면 돌이 떨어져 벌을 내린다는 돌. 돌 숲 여기저기에는 곧 떨어질 것 같은 양심석들이 많다. 실제로 떨어져 내리기도 한다. ⓒ 최오균


양심석이란 이름을 가진 돌도 있다. 두 개의 커다란 돌기둥 사이에 바위조각이 떨어질 듯 걸쳐져 있는데, 양심이 불량한 사람이 지나가면 돌이 떨어져 내린다는 것. 실제로 돌이 떨어져 사람이 다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은 조심할 일이다.

돌기둥 사이에는 나무들이 용틀임을 하며 자라고 있다. 돌 틈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모든 만물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생명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어떤 등나무는 360도로 원을 그리며 용틀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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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등나무 바위틈 속에서도 용틀임을 하며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나는 등나무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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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미로 중간중간 바위굴 미로의 창에 비친 돌기둥의 모습은 자연이 연출하는 마력적인 예술 그 자체다 ⓒ 최오균


그런가하면 어떤 돌기둥은 사람의 체형을 하고 있는데, 다리, 몸통, 목 부분이 적나라하게 뚫려 있다. 이 관문을 무사히 통과를 해야 장수를 한다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은 통과할 수 없게 되어 있으니 다이어트를 하든지, 운동을 해서 몸을 날씬하게 해야만 통과를 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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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건강 체크 바위 뚱뚱한 사람은 지나갈 수가 없다. 건강을 체크하는 사람 체형을 한 바위 ⓒ 최오균


뚱뚱한 중국 관광객들이 통과를 하려고 애를 쓰다가 포기를 하고 지나간다. 몸이 다소 뚱뚱한 아내는 기를 쓰고 돌문을 통과한다. 하하,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것이다. 좋게 봐주자.

다스린(大石林)에서 가장 높은 돌기둥은 왕펑팅(望峰亭)이다. 왕펑팅에 올라서니 스린 전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런 경치도 다 있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왕펑팅에서 내려오다 보면 유난히 반질거리는 바위가 있다. '스린의 심장'이라는 돌이다. 아 돌을 만지면 "무병장수, 만사형통"을 한다는 것. 남자는 왼손으로, 여자는 오른손으로 만져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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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왕펑팅(望峰亭) 왕펑팅에 올라서면 스린 전체를 조말 할 수 있다. ⓒ 최오균


☞동영상2-스린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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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동영상2-스린 심장 미로를 따라 들어가면 왕펑팅(望峰亭)이 나오고 그 밑에는 '스린의 심장'이란 돌이 있다. 그 돌을 만지면 '건강장수' 행운'이 온다하여 어찌나 만졌든지 돌이 반질반질하다. ⓒ 최오균


끝없이 빠져 들어가다 보니 정말 길을 잃어 버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에 올라서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곤 한다. 무엇인가를 멀리 주시 하고있는 망부석이 보인다. 왕관을 쓴듯한 할베바위도 재미있다.

도대체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가이드도 없이 단 둘이만 하는 여행은 통제가 되지 않으니 그도 문제다. 이 여행자의 경우는 너무나 자유분방하여 시간을 잊어버릴 때가 많다. 길을 한 참 헤매다가 가까스로 순환도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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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 대석림 미로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서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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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아스마 바위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아스마 바위는 무엇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다. ⓒ 최오균


☞동영상3-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아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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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3 아스마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아스마 바위는 소석림에 있다. ⓒ 최오균


우리는 순환도로를 따라서 샤오스림(小石林)지구로 갔다. 샤오스린 중앙에는 넓은 잔디밭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고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 주변에는 분홍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푸른 물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연못 맞은편에는 아스마(阿詩瑪)라고 불리는 돌이 머리에 화관을 쓰고 등에 짐을 지고 서 있다. 이 아스마에는 한 젊은 여인의 슬픈 사랑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싸니족의 한 마을에 아름다운 처녀 아스마와 부지런하고 용감한 아헤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두 젊은이는 민족 대축제인 훠바제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다. 그 뒤 아스마와 아헤이는 산차화(山茶花)를 예물로 하고 자연신이 보는 앞에서 정혼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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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소석림 호수 호수 주변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 있다. ⓒ 최오균


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마을 세도가의 아들인 아즈의 방해로 이루어질 수 없게 된다. 아즈의 청혼을 아스마가 거부를 하자 아즈는 그녀를 강제로 연금을 한다. 화가 난 아헤이는 아즈의 집에 화살 세 발을 쏘아 한 발은 집 대문에, 다른 한발은 집 기둥에, 나머지 한 발은 집안 탁자에 명중시킨다.

화살 솜씨에 놀란 아즈는 겁을 먹고 아스마를 놓아준다. 다시 만난 아헤이와 아스마는 말을 타고 강과 계곡을 건너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심술궂은 아즈는 하인들을 시켜 강 상류의 둑을 터트렸다. 노도와 같은 강물이 두 연인을 덮쳤고, 아스마는 급류에 쓸려 실종되고 말았다.

아헤이는 울부짖으며 급류에 휩쓸린 아스마를 찾아 헤맸다. 아헤이가 아스마를 찾았을 때에는 그녀는 이미 죽어 계곡에 선 채로 돌로 변해 있었다. 그 돌이 바로 지금의 '아스마'라고 불리는 돌기둥이다.

아스마가 보이는 작은 연못 앞에는 싸니족의 전통 복장을 빌려 입은 중국 관광객들이 멋진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어떤 사물이나 사랑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것은 더 아름답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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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중국 관광객 싸니족의 전통복장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중국관광객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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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린 -이족 여자 이곳은 이족들이 주로 살고 있다. 등에 짐을 지고 다니는 바구니와 이족여인 ⓒ 최오균


스린을 둘러보며 한 가지 주의 할 일이 있다. 아슬아슬한 돌기둥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낙상을 하는 수가 종종 일어난다. 또 한 가지는 스린에는 양심석이란 돌이 부지기수로 많다. 죄지은 사람은 양심석이 떨어져 변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착한 일을 평소에 해 두어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스린은 좁은 돌길의 미로다. 그러므로 골절에 각별히 조심을 해야 한다. 풍경에 푹 빠지는 것도 좋지만 여행 중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쿤밍 #석림 #스린 #윈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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