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역전승! 뚱한 쩌리짱 이유 있었네

60여 일간의 대장정 <무한도전> 식객 편 그 마지막 이야기

등록 2009.11.29 13:59수정 2009.11.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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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식객편은 두 팀으로 나눠 요리 대결을 펼치면서 진행됐다. ⓒ MBC 화면캡쳐


<무한도전>의 2009년 연말 특집, 60여 일간의 대장정 '식객편'이 드디어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2006년 '슈퍼모델편'을 시작으로 매년 연말이면 언제나 오랫동안 준비해 온 장기 프로젝트를 선보였던 <무한도전>이었기에, 시청자들은 늘 그렇듯 연말이 다가오면 과연 올해는 어떤 특집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음식인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리자는 기치 아래 <무한도전> 멤버들은 비지땀을 흘리며 요리를 배웠다. 무엇보다 본선 대결 무대가 다름 아닌 세계의 중심 뉴욕에서 뉴요커를 대상으로 펼쳐진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요리가 그 순간만큼은 한국을, 그리고 한식을 대표한다는 생각을 갖고 치열하게 공부했다.

뉴욕 특집 식객편은 큰 스케일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지난주 '쩌리짱' 정준하 논란이 바로 그랬다. 자신들의 멘토로 온 명현지 셰프에게 시종일관 무례하게 구는 그의 태도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자신의 잘못으로 싱크대 배수대가 막혔음에도 명 셰프에게 그것을 뚫으라고 하고, 명 셰프가 가르쳐주는 대로 요리하지 않고 끝끝내 자신의 방식을 고수해 요리를 망치기 일쑤였다.

정준하의 무례한 태도를 편집하지 않은 제작진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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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무례한 태도의 정준하에게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 MBC 화면캡쳐


그런 정준하의 태도에 시청자들은 분개했고, 역시나 지난주 방송이 나간 후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은 정준하를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포털 사이트나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 등지에서도 정준하를 비난하는 기사와 글이 속속 올라왔다. 단순히 정준하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그 어느 예능 프로보다 편집에 세밀한 신경을 쓰는 <무한도전> 제작진이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것에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전에 편집하여 논란이 될 부분은 잘라냈어야 마땅한데,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의문은 이번 주 식객편 그 마지막을 보고 난 후 말끔히 해소될 수 있었다.

유재석과 박명수를 중심으로 두 팀으로 나눠 요리 대결을 펼치게 된 식객 편이었다. 그런데 이 두 팀의 분위기는 여러모로 상반됐다. 박명수 팀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진행됐다. 길의 요리 실력은 나날이 일취월장하여 양지훈 셰프로부터 극찬을 연거푸 들었고, 박명수와 노홍철도 자로 잰 듯한 칼솜씨를 보여주며 요리에 기대를 갖게 했다.


반면 유재석 팀은 정준하라는 구멍 때문에 시종일관 삐걱댔다. 정준하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자 명 셰프의 표정도 굳어졌다. 분위기는 삽시간에 냉랭해졌고, 당황한 유재석과 정형돈이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밤늦도록 정준하는 자신의 요리인 김치전을 성공시켜 보이지 못했고, 유재석의 탄식은 늘어만 갔다.

누가 봐도 박명수 팀이 훨씬 더 좋은 상황. 그러나 반전이 일어났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요리를 해낸 유재석 팀이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요리 대결에서 승리한 것이다. 간발의 차였지만 시종일관 승리를 낙관하던 박명수 팀은 패닉에 빠졌고, 유재석 팀은 환호했다. 전날 밤의 앙금이 풀리지 않아 내내 어색해하던 정준하와 명 셰프는 서로를 얼싸안으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예능의 정석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강호동은 "가장 짜릿한 승리는 바로 역전승이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유재석 팀의 승리는 짜릿한 한 판 역전승이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시청자라면 그 누구라도 박명수 팀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그들은 실력이나 분위기 면에서 유재석 팀보다 월등해보였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굳이 정준하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논란이 될 줄 뻔히 알면서도 그 장면을 고스란히 내보낸 것은 바로 이어진 다음 에피소드에서 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정준하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의 정도였을 것이다. 아마 그들로서도 이 정도로 거센 비난과 성토가 이어질 것은 예상 못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한 편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드는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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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불혹의 찮은이 형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 ⓒ MBC 화면캡쳐


<무한도전>의 연말 특집이 볼 만한 까닭은 그것이 단순한 일회성 에피소드가 아닌, 한 편의 성장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생고기를 믹서기에 넣고 갈아 요리를 했던 박명수가 떡갈비 다지기의 달인이 되고, 담배꽁초 맛이 나는 아귀찜을 해 좌중을 경악케 했던 길이 양 셰프로부터 요리의 천재라는 칭찬을 듣게 되고, 민어전 반죽에 우유를 넣던 정형돈이 능숙하게 민어의 등뼈를 발라내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 열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식객편에 소위 빵빵 터지는 큰 웃음, 빅 재미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요리의 '요'자도 몰랐던 그들이 밤을 새워가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어느새 능숙한 칼질과 불질로 그럴 듯한 요리를 만들어내 뉴요커들에게 대접하고, 그들로부터 맛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을 때, 우리의 입가에는 어느새 잔잔한 웃음이 매달린다. 이것은 그 자체로 기승전결과 희노애락이 담긴 한 편의 훌륭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끝나나 싶을 때, <무한도전>은 역시나 자신들이 예능 프로임을 잊지 않았다. 불혹의 박명수가 하와이안 트렁크만 걸치고 반라의 차림으로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는 모습에 뉴요커들은 신기해해고 시청자들은 방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무한도전>은 입가에 매달린 잔잔한 웃음을 박장대소로 바꿔놓을 비장의 한 수를 숨겨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비틀즈의 노래 '오블라디 오블라다(Obladi Oblada)'를 패러디한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반성과 사과를 <무한도전> 식으로 표현해낸 것이었다. 정준하의 무례한 행동에 대한 사과와, 타블로의 형 데이브의 비난 등을 의식한 듯한 반성의 내용이 담긴 노랫말은 <무한도전> 멤버들의 익살스런 표정과 제스처에 그대로 녹아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새로운 웃음소재가 되었다.

반성과 사과마저 웃음으로 승화하는 <무한도전>의 재치에 끝까지 탄복한 순간이었다. 강호동의 명언을 또 하나 가져다 써야겠다.

"<무한도전>이여. 영원하라~!"
#무한도전 #식객 #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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