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72년 굴다리, 앵글에 담았다

시골 카페촌 갤러리의 박종원 초년 사진작가 '기억속의 장면 전' 눈길

등록 2009.11.30 11:06수정 2009.11.3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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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의 장면전 박 작가는 고향인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의 사라져가는 72년 된 굴다리를 비롯한 성당, 시장 등 여러 모습들을 흑백과 컬러 앵글에 고루 담았다. ⓒ 김철관


한 시골 카페촌 갤러리에서 굴다리의 기억속의 장면을 담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1월 16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 '하이디 갤러리'에서는 박종원(63) 초년 사진작가의 '기억속의 장면전'이 열리고 있다. 29일 일요일 오후 카페촌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곳 전시장에서 작품을 관람한 황귀숙(41)씨는 "마석의 다리를 사진을 보니 과거에 그곳에 갔던 기억이 생각난다"면서 "허름한 굴다리 주변이 변화하는 것은 나름대로 좋은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 작가는 고향인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의 사라져가는 72년 된 굴다리를 비롯한 여러 모습들을 흑백과 컬러 앵글에 고루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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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 굴다리 박씨가 지난해 겨울 촬영한 굴다리의 모습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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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 굴다리 철거 직전의 72년된 굴다리의 모습 ⓒ 김철관


마석 지석 옆 장터에서 심석 학교에 이르는 좁은 길과 그 길 한 가운데 변함없이 서있던 굴다리의 투박한 모습이 과거의 기억을 더듬게 한다.

박 작가는 "마석의 굴다리의 투박한 모습은 우리 삶을 지탱해 주는 커다란 버팀목이었다"면서 "굴다리는 8.15해방, 6.25동란을 지켜봤고 그 자리에 마석 3일장과 8일장이 섰으니 굴다리는 고스란히 우리의 삶을 기억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석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수용해도 사라지는 소중한 것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제시대에 건축돼 72년 동안 우뚝 서있던 굴다리는 지난 5월 20일 철거돼 이제 과거의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굴다리가 철거될 때 모습을 보면서 마음 속의 큰 산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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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 굴다리 지난 5월 철거를 하고 있는 굴다리. 이제 굴다리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 김철관


이순(耳順)을 지난 후 첫 전시회를 연 박 작가는 최광대 기성 사진작가를 만나 2년 여 사진을 배웠다. 2년 만에 옛 마석의 모습을 담으려는 순수한 열정으로 셔터를 눌렀고 전시회를 열게 됐다.


그는 "지금은 눈에 사라져 마음속에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 옛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무척 기쁘다"면서 "작은 노력으로 굴다리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추억이되고, 굴다리에 얽힌 숱한 이야기들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도록을 통해 인사말을 한 이수연 (사)한국사진작가협의회 부이사장은 "상춘 박종원 씨가 사진을 배운지 2년 만에 전시회를 갖는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그의 사진을 보는 순간 사랑이란 열정이 엿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수업과 시각훈련이 부족했더라도 사진에 모자람이 없었던 것은 작가만이 가질 수 있던 고향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헐려나가는 것들, 존재하는 것들,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을 사랑을 통해 멋진 영상으로 풀어낸 것 같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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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의 장면 박 작가는 고향인 경기 마석의 과거의 모습을 담고 있다. ⓒ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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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속의 장면 마석 시장에서 촬영한 사진 ⓒ 김철관


박종원 작가의 '기억속의 장면전'은 지난 9월 15일부터 30일까지 남양주 마석역 로비, 10월 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남양주 시청 로비, 10월 17일부터 11월 27일까지 강원도 풍경소리 등에서 열렸고, 현재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하이디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박종원 #기억속의 장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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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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