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위장전입과 청약통장 관련 의혹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유성호
이명박 행정부 취임 이후 공직후보자들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필요한 '전문성·도덕성·중립성'은 찾아보기 힘들고, '위장전입·논문표절·탈세·병역기피'는 기본항목이라는 것이다. 후보자의 주소, 아파트 동호수가 중요한 이유는 뭘까?
먼저 '다운계약서'를 통한 세금 탈루를 밝힐 수 있는 근거다. 개별 부동산 거래 당시의 공시지가나 실거래가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동산의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부동산 현황을 알 수 있는 자료다. 경기도 인근 임야나 토지 등에 있어 인공위성 사진 등을 통해 주변 개발현황을 살펴봄으로써 투기 목적 부동산 거래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강경근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의 사례에서 보자. 강경근 교수는 주민등록등본 상 1980년대 후반 서울 사당동의 영아아파트에 4차례에 걸쳐 전입신고가 되어있다. '배부용' 자료에는 아파트 동호수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해당 아파트가 동일한 부동산인지 여부를 '배부용' 자료만으로는 알아볼 수 없다.
국회사무처, 국회의원의 입법활동 보조기관? 정부 구두요청 실행기관?더욱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공문서 이중서류 작성, 배부사실이 국회사무처의 적극적 협조를 통해 진행됐다는 것이다. 그 경과를 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이라는 공문서 이중서류 배부의 시작은 정부의 구두요청이다. 이와 같은 요청에 국회사무처 의사국 일부 직원들은 구수회의(鳩首會議)를 통해 2008년 9월 중앙선거관리위원후보자 오세빈의 인사청문요청안부터 제한적으로 배부할 것을 결정했다. 이같은 회의 결과는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는 물론 국회의원에게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국회사무처의 불법은 4개월여가 지난 올해 1월에야 발견됐다. 불법배부 사실을 뒤늦게 안 야당은 국회사무처의 전횡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사무처는 인사청문요청안을 접수·배부함에 있어 공직후보자의 부동산 재산의 지번을 임의로 누락시켰다. 이는 인사청문회법을 위반한 불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1월 29일,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 논평)"이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인사청문자료 인쇄물을 2종으로 나누어 배부하게 된 것은 인사청문제도의 제도적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사청문자료에 포함된 개인정보 관리와 관련된 일련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1월 29일, 국회)"라며 반박브리핑을 했다. '최소한의 조처'라면서 왜 그와 같은 내용에 대해 사전공지나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지 않았을까?
입안지원시스템에 배치된 '인사청문요청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