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을 말리며 어머니 생각에 젖다

등록 2009.11.30 17:46수정 2009.11.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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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청 말리기 베란다의 빨래줄에서 무청을 말리고 있다. ⓒ 김현숙

▲ 무청 말리기 베란다의 빨래줄에서 무청을 말리고 있다. ⓒ 김현숙

 

어머니는 살림도 알뜰히 잘하셨지만 그중 갈무리를 무척 잘하셨다. 시골이니 농산물 저장방법은 말려서 저장하는 방법이 제일이다. 가지, 호박, 고춧잎 등 무엇이든 말려서 오래 먹을 수 있게 보내주시곤 했다. 그렇게 해마다 귀한 줄도 모르고 받아먹다가 돌아가시고 나니 가을철만 되면 길거리 시장에 나오는 말린 채소들을 보면서 지나간 시간들이 더욱 그리워진다. 그래서 자주 어머니 생각에 젖곤 한다.

 

가장 많이 해주셨던 것이 무청말림이다. 그것을 받아오면 부자가 된 것 같아 이웃에도 나누어주고 나물을 만들어먹곤 했다. 멸치 넉넉하게 넣고 다시다 물을 낸 다음 된장과 마늘을 넣어 조리면 맛있는 무청조림이 된다.

 

무를 다발로 사고 나서는 항상 무청을 삶아 말려서 조금씩 해먹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그때는 귀한 줄도 모르고 받아왔는데 얼마나 정성이 많이 가는지 직접 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어제 오전에는 친구의 시골 밭엘 따라갔다. 4천 평이라는 너른 밭에서 단무지 무를 수확하고 나서 버려진 무청을 가득 담아놓은 커다란 포대들이 밭에 줄지어 있었다. 그러고도 밭에는 버려진 무청이 더 많았다. 포대에 담아진 것들은 식당으로 가겠지만 나머지는 밭에서 썩어갈 것이다. 이삭을 아파트에서 말릴 수 있을 만큼만 주워왔다. 집에 와서 삶아 말렸더니 겨울반찬이 걱정 없어진다. 가을 날씨도 좋아 잘 마르니 바라볼 때마다 넉넉하고 오지다.

 

무청에는 겨울철에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염소가 많이 들어있어 좋은 음식이다. 잘 말린 무시래기와 된장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된장국을 끓여먹어도 좋고, 여러 가지 생선을 넣고 만든 무청조림도 좋고, 나물무침도 좋다. 한 가지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무청이 지금 밭에서 시들어가고 있다. 아깝기 그지없다. 이삭줍기에 나서면 좋으리라.

2009.11.30 17:46 ⓒ 2009 OhmyNews
#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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