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60분>.
화면캡쳐
민주화 이후 점진적으로 발전해온 언론자유는 MB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위기에 몰렸다.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을 신호탄으로 KBS, YTN, EBS 등 낙하산 사장이 줄줄이 투하되었고 YTN 조합원 해고 사태, KBS 시사프로 폐지, 미디어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와 같은 사건은 이윽고 국제 언론자유 69위 급락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시사 프로그램은 달라졌다. 아니 되돌아갔다. 정권과 불편한 관계의 의제는 피하고 설령 다룬다 하여도 내용이 연성화되는 퇴보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KBS 시사 프로그램 숙청의 칼부림 속에서 <추적60분>만은 칼날을 빗겨갈 수 있었다. 숙청의 구호가 '잃어버린 10년'이다 보니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방영된 프로그램은 건드릴 명분이 없었던 탓일까. 25년 전통의 대한민국 최장 시사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에 가치를 뒀을 수도 있겠다. 불행 속 다행으로 평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추적60분>의 생존을 천만다행으로 치부하기에는 여지가 남아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 학생운동을 용공으로 몰아간 '오늘의 학원 무엇이 문제인가' 편과 같은 정권의 선전방송 또한 피할 수 없는 <추적60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8일 <추적60분> 455회 '천정부지 등록금, 등록금 후불제가 해법?' 편이 방영되었다. 의제설정기능 측면에서 볼 때 등록금 문제를 다루고 정부의 등록금 후불제를 평한다는 것은 이병순 체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무색해질 만큼 탁월한 주제 선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방영분에는 논점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와 맹점이 존재했다.
'비극성'에만 초점 맞춘 '등록금 후불제'편프로그램은 등록금 대출 이자 때문에 빚더미에 앉은 대학생들과 부모님들을 밀착 취재 했다. 쪽방살이, 노가다, 키스방 알바, 심지어 등록금 때문에 자살한 사례까지 보여줬다. 그러나 일반적 나열에 그쳐 아쉬움이 남는다. 밋밋하며 무미건조한 구성에 대한 비판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날 방송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사회·정치 비판을 가하기보단, 오로지 비극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등록금 문제의 대안을 찾으며 저항하는 단체와 학생들에 대해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한대련의 등록금 인하 운동, 등록금 넷의 등록금 대책 촉구 운동은 소재에서 누락되었다. 안국동에서 벌어진 대학생 대표자 삭발식과 경찰의 강제 연행은 2009년 등록금과 관련한 핵심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료화면으로 잠시 등장할 뿐, 한마디의 부연설명조차도 없었다.
물론 시사프로그램의 취재 자율성에 비추어볼 때 선택과 집중에 대해 일일이 왈가왈부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등록금에 대한 저항문제를 다루지 않은 까닭은 현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를 회피하고자하는 KBS의 의도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작진 입장에서 등록금문제에 대한 저항 움직임을 사례로 다뤘을 경우 정부에 저항하는 세력의 입장을 반영하여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적60분>의 '7개월의 입법전쟁, 왜 미디어법인가?'편과 '비정규직법 제정 2년, 그들에게 희망의 출근은 없는가' 편 때 정부가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 상부 지시에 의해 삭제당하는, 결국 제작진이 눈치껏 취재하는 경향이 나타난 경우가 있음이 보도된 바 있다.
앞서 학생사회, 시민단체가 등록금 문제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게 겨누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이견이 갈릴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고 한나라당의 당론으로 삼았던 전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등록금 후불제로 만족하는 현 정부는 비판 받을만 하다. 그러나 <추적60분> 방영분에서는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 단 한차례의 언급도 없다. 대학 재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수십 억대의 재단 전입금을 쌓아두고도 등록금을 매년 올리는 것이 현 대학재단의 현 주소다. 그러나 막무가내 등록금 책정의 문제점과 사학재단비리는 초점 밖으로 벗어나 있다.
등록금 후불제, 과연 긍정적이기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