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자 되살린 '버팀목'을 만나다

고흥유자 가공·수출하는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

등록 2009.12.01 18:36수정 2009.12.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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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차.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그리워지는 음료다. ⓒ 이돈삼


마음 속까지 데워주는 따끈따끈한 음료가 그리운 계절이다. 겨울에 유자차가 인기를 끄는 건 이 때문이다. 새큼한 신맛을 지니고서도 그윽한 향이 일품인 유자는 정신을 맑게 하고 몸을 가뿐하게 해주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줘 겨울철 독감이나 최근의 신종플루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영양이나 효능에서도 유자만한 게 없다. 샛노란 빛깔과 은은한 향을 가진 유자에는 칼슘이 사과, 배, 바나나보다 10배나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C는 레몬이나 오렌지보다 3배 이상 들어있다. 유기산 함량도 레몬이나 매실보다 많다. 항암성분이 함유돼 있어 노화 억제, 항균작용 등 성인병 예방효과도 있는 최고의 건강식품이다.

유자는 마시는 음료로만 좋은 게 아니다. 목욕할 때 유자 몇 개 그물망에 넣어 욕조에 띄워도 좋다. 피로를 푸는데 적잖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부미용에도 효자다. 건조한 피부에 문질러도 좋다.

이 유자는 기후와 토질 등 재배환경에 따라 맛과 품질이 다르다. 전라남도 고흥에서 재배된 '고흥유자'가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것도 이런 연유다. 고흥군의 유자 재배면적은 430여㏊. 1800여 농가에서 해마다 6800여 톤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전국 유자 생산량의 3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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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수매.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에선 요즘 유자수매가 한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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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수매.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 앞 도로변에는 유자수매를 위해 농민들이 몰고 온 화물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 이돈삼


이 고흥유자를 차와 액, 과즙 등으로 가공, 농가소득을 보장해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주는 곳이 있다. 고흥 두원농협에서 설립, 운영하고 있는 유자가공사업소(소장 진환)다.

이 사업소는 농가로부터 연간 2000여 톤의 유자를 사들여 가공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올해는 대풍으로 수확량이 늘어 지난해보다 50% 가량 많은 3000여 톤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는 고흥지역 유자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수매가도 ㎏당 상품이 1600원, 중품이 1000원 안팎으로 민간 가공업체보다 훨씬 높게 쳐주고 있다. 유자재배 농민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 유자가공사업소 앞 도로변을 가득 메우고 유자수매를 기다리고 있는 화물차량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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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가공.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의 유자 가공라인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절단돼 나온 유자에서 과육과 씨앗을 분리하는 모습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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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가공. 유자의 과육과 씨앗을 분리하는 아낙들의 손길이 부산하다. ⓒ 이돈삼


두원농협을 더 빛나게 하는 건 '수출'. 유자의 과잉 생산에 대비, 수출에 눈을 돌린 게 지난 1994년이었다. 어느 누구도 수출에 관심조차 없을 때 미국시장을 공략, 첫해 5000달러 어치를 수출한 것. 이후 수출량을 계속 늘려 97년 100만 달러, 2004년엔 2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2005년엔 우리나라 농산물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인민대회당에 유자차를 납품하면서 그해 300만 달러 수출실적을 올렸다. 수출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6년에 400만 달러, 2007년엔 500만 달러 그리고 지난해 700만 달러를 달성했다.

한때 과잉 생산으로 폐농 위기에 몰렸던 유자산업을 수출로 되살려낸 셈이다. 올해 수출량은 지난해(1365톤)보다도 더 늘어 1570여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출액은 50억원 정도 된다.

수출국도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동남아와 미국, 프랑스에까지 다양하다. 이들 나라에서는 유자차가 피부미용과 피로를 해소해 주는 데 좋다는 인식이 퍼져 사철 인기가 높다. 맛과 위생 면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도 두원농협 유자차는 최고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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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가공. 가공된 유자차를 병에 담기 전, 종사자들이 혹시 들어있을 지도 모를 이물질을 골라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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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가공.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의 가공라인에서 유자즙이 추출되고 있다. ⓒ 이돈삼


유자가공사업소의 가공능력은 연간 유자즙 500톤과 유자절임 2000톤, 유자차 7200톤. 그러나 현재의 사업소 시설로는 고흥유자를 처리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 시설보강이 필요한 이유다.

진환 유자가공사업소장은 "일본에서는 유자 가공식품이 250여 가지를 넘을 만큼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서 "저장시설을 늘려 생산된 유자를 충분히 사들이고,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해야 농민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 소장은 또 "가공사업소의 유자생과 1일 처리량이 50여톤 수준인데 요즘 같은 성수기 수매량이 300여 톤을 넘고 있어 가공하지 못한 유자는 변질될 우려가 있다"면서 "가공시설 보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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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환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장이 고흥유자와 유자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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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가공. 다 만들어진 유자차가 병에 담겨져 최종 포장단계로 옮겨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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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가공. 두원농협 유자가공사업소에선 요즘 수매한 유자를 가공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은 유자에서 과육과 씨앗을 분리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 이돈삼


#유자차 #유자가공 #유자가공사업소 #두원농협 #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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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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