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피해주민들 한 목소리 내지 못한 게 아쉬워"

[인터뷰] 최한진 태안군 유류대책위연합회 사무국장

등록 2009.12.02 19:36수정 2009.12.0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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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12월 7일 검은 재앙이 태안을 덮쳐 평화롭게 살아가던 주민들의 마음까지 검게 타들어가게 만들어 희망의 땅 태안은 순식간에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희망을 버리고 실의에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123만 자원봉사자들이 팔을 걷고 나섰고, 주민들도 필사적으로 희망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에 눈코 뜰새 없이 분주한 2년의 세월을 보냈다.

 

결국 죽음의 땅 태안은 점차 희망을 찾았고, 2년이 지난 지금 태안은 다시 희망의 땅으로 제 모습을 찾고 있다. 희망의 땅으로 태안의 제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주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지만 그들의 뒤에는 주민들을 대변하며 주민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누구보다 분주한 시간을 보낸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다.

 

바로 태안군 유류대책위연합회였다. 그 중에서도 얼마 전 과로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유류피해 주민들의 대변자 역할을 자청했던 최한진 연합회 사무국장은 지난 2년간 가정생활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하며 피해보상 대책마련에 누구보다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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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주민 한 목소리 내야... 태안유류대책위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은 피해보상을 위한 선결조건은 피해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 정대희

▲ 피해주민 한 목소리 내야... 태안유류대책위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은 피해보상을 위한 선결조건은 피해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 정대희

최근 기름유출 2주기를 맞아 연합회에서 그동안 실적을 정리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행사 개최, 특별법 개정 촉구 등 2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을 보며 연합회가 많은 활동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 사무국장은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는 실적보다 내실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점을 연합회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연합회는 지금 활동에 안주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바다 속 환경복원을 통하여 바다 생물이 회복되도록 하고, 붕괴된 태안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추진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환경단체와 더불어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격앙된 목소리로 답하는 최 사무국장의 원망의 목소리는 정부를 향한 일침으로 이어졌다.

 

최 사무국장은 "우리가 믿을 수밖에 없는, 우리가 의지할 수밖에 없는 곳이 정부인데 오히려 정부는 특별법을 변형해서 정부가 빠져나갈 수 있는 조항을 만들어 놓았다"며 "특별법을 개정해 정부가 앞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 사무국장은 또 삼성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유류유출 사고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피해액도 모두 나왔고, 삼성과도 대화할 수 있는 시점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법의 책임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손해배상 완전보상을 위한 삼성의 책임을 촉구해 나갈 계획이며, 오는 12월 1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고심시에 56억 책임제한 판결을 내린 재판부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고 피해주민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상경, 삼성중공업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주민들 피해보상이 우선 이루어진 다음에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복원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 사무국장은 피해주민들을 향해 "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아쉽다"며 "15개 단체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데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6만5천 군민 중에서 단 10명만이라도 일선에 나서서 떳떳하게 목소리를 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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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최 사무국장은 사생활을 포기했다 누구보다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기를 보낸 최한진 사무국장. 최 사무국장은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와 가해자 삼성,현대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퍼부었다. ⓒ 정대희

▲ 지난 2년간 최 사무국장은 사생활을 포기했다 누구보다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기를 보낸 최한진 사무국장. 최 사무국장은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와 가해자 삼성,현대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퍼부었다. ⓒ 정대희

다음은 유류대책위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다.

 

-지난 2년간 대책위에서 추진한 활동은?

"지난 2년간의 실적을 정리하다 보니 200여 페이지 분량이 나오더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행사 유치에서부터 특별법 개정 촉구, 정부와 삼성, 현대를 향한 피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무엇보다도 사회단체 등의 무관심 속에서 내막적으로 내실있게 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피해보상과 관련해 대책위의 향후 계획은?

"지난 10월 15일 '<보상받지 못한 자>의 지원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열렸는데, 그곳에 참석해 왜 조업중단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답변을 하지 못하더라. 또한,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최종보고서가 나올 수 있는지 물었더니 묵묵부답이더라. 한심했다.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현장 방문시 여수 어촌계와 이장 등 주민들이 모두 하는 말이 있었다. '누구도 믿지마라, 스스로 해라, 세월이 약이다, 정부만 믿고 있다가는 작살난다'라고 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피해보상이다. 정당한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피해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책위는 앞으로 IOPC 펀드에 실질적인 손해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주장할 계획이며, 특별법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특별대책위원회와 조정위원회가 올바른 역할을 하도록 감시하고 요청할 것이다."

 

-대책위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정부의 무관심이다. 대기업 이익만을 쫓고 책임은 다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문제다. 무엇보다도 15개 단체들이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피해주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6만5천 군민 중에서 단 10명만이라도 일선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줬으면하는 바람이다. 또한, 보상받지 못한 자들을 위해 정부법무공단을 만들었으면 피해주민에게 직접 찾아와서 물어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외에도 피해주민들이 생업을 버리고 계속 피해보상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 이에 대리인으로 변호사들도 선임을 했는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점, 대책위 직원도 조직적으로 갖추어지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 업무에 한계가 있는 점 등도 대책위 활동을 하는데 어려웠던 점이다."

 

-현재 대책위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중점추진사항은?

"실제 피해주민들의 손해를 배상하지 못하는 사문서조항과 독소조항 특별법 제8조 등의 개정을 위한 활동과 보이지 않는 바다 속의 환경복원을 통하여 바다 생물이 회복되도록 하는 활동, 붕괴된 태안지역 경제를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바로 피해주민들 보상이다. 그 다음이 환경복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는 환경연합과 직능사회단체 등과 함께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해야 가능한 일이다. 대책위 연합회를 배제하고 추진할 일은 아니다."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할 말이 있다면 떳떳하게 대책위연합회로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라. 지금 주민들에게는 정부와 삼성, 현대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단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 태안 군민이 똘똘 뭉쳐 기름유출로 인한 책임을 지도록 정부에게, 삼성에게, 현대에게 강력하게 외쳐야 한다. 태안 피해주민, 태안군민 모두가 뭉치면 태안이 살고, 잘했네, 못했네 비평을 하며 마음이 흩어지면 태안은 죽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2.02 19:3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안기름유출2주기 #최한진 사무국장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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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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