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 채우는 세력이 남편 11시간 감금
 검찰에 제출 안 한 자료 제3장소에 보관"

[작심토로①] '미술품 강매 혐의 구속' 안원구 국장 부인 홍혜경 대표

등록 2009.12.04 16:10수정 2009.12.06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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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 ⓒ 남소연


"(백용호 청장은) 안원구 국장 문제는 차장을 중심으로 해서 빨리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셨다."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공개한 '8월 16일자 녹음자료'에 들어있는 한 국세청 간부의 답변이다. 국세청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긴장시키고 있는 '안원구 폭로 파문' 해결을 이현동 현 국세청 차장에게 맡겼다는 내용이다. 외부인사가 국세청장으로 임명된 현 국세청에서 이 차장이 '사실상의 1인자'라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이현동 차장의 힘'은 안원구 국장이 주호영 특임장관에게 보낸 상황일지 메모에서도 발견된다. 안 국장은 이 메모에서 "현재 국세청은 이현동 차장이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국세청 선후배 사이인 이 차장과 안 국장은 이명박 정권의 핵심 지역기반인 TK(대구·경북)출신이다. 그런 두 사람이 국세청 안에서 차기주자를 놓고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국세청 안팎에 파다했다. '안원구 폭로 파문'도 그러한 내부 권력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이라는 것.

"한상률·허병익·이현동, 사익을 채우려 국세청을 사조직화했다"

그런 가운데 안 국장의 부인인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는 "국세청 간부들 중에 사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자들이 지난 2년 동안 남편을 내사하고 꼬투리를 잡기 위해 내 거래처를 찾아가 '안원구 국장이 그림을 강매했다'고 시인하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3일 저녁 가인갤러리(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하며 '사익을 채우려는 국세청 간부'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국세청장 대행, 이현동 현 국세청 차장을 지목해 파문이 예상된다.  


홍 대표는 "한 전 청장은 청와대를 팔아 남편에게 사표를 내라고 했고, 허병익 전 대행은 남편을 11시간 넘게 감금한 채 조사를 벌이고 감시했고, 이현동 차장은 이를 이어받아 남편을 몰아내려고 하고 있다"고 국세청 최고위 간부들에 의한 사퇴 압력설을 거듭 주장했다.

이어 홍 대표는 "한상률, 허병익, 이현동 세 사람 모두 남편과 직접 상관-부하관계에 있었던 적도 없고 함께 일을 한 적도 없었다"며 "그런데도 그들은 남편에게 '전 정부 사람',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의 하수인'이라고,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폭로를 기획해 조직에 누를 끼친 사람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뒷조사한 사람으로 낙인찍어 남편의 옷을 벗기려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세청 최고위 간부들이 나서 안 국장을 사퇴시키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홍 대표는 "나도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며 "왜 청와대의 뜻을 사칭해가면서까지 남편의 사표를 받아내려고 했는지를 제발 기자들이 취재해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홍 대표는 "남편이 지난 2년 동안 자리에 연연해서 버틴 것이 아니다"라며 "남편은 일부 국세청 간부들이 나라녹을 먹으면서 국가조직을 사조직화해서 인사를 주무르는 등 불법행위를 한 것에 굉장히 분개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그래서 국세청의 인사난맥상을 취재하고 있던 <월간조선>의 인터뷰에 응했다"며 "국세청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자신을 통해 드러나길 바라면서 그들의 불법행위를 기록하고 견뎌왔다"고 말했다.

"도곡동 땅 전표와 관련된 남편 주장은 모두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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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또한 홍 대표는 "지난 6월엔가 국세청은 감찰을 통해 남편이 강남 도곡동 땅 전표를 봤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당시 허병익 청장대행과 이현동 차장에 의해 청와대 민정라인에 보고됐다"며 "하지만 이 정보는 윗선으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 국장도 앞서 언급한 상황메모 일지에서 "대구청장으로 있을 때 이 대통령의 도곡동 땅에 대한 내용의 문건을 우연히 발견했다는 직원들의 보고를 받았다"며 "제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국세청은 (전표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10월 말까지 윗사람이 모르고 있었는데 이건 심각한 문제"라며 "남편이 도곡동 땅 문건을 봐서 알고 있다는 것과 안 국장을 조사한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홍 대표는 도곡동 땅 전표의 실재 여부와 관련 "내가 직접 말하지 않겠다" 면서도 "단 남편이 한 이야기는 다 사실이다. 도곡동 땅 전표를 보고받았고 보안유지를 지시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 대표는 최근 <경향신문>이 "1995년 매입 당시 작성한 원본형태로 존재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된 데에는 "원본형태로 존재한다고 한 적 없다"며 "2007년에 작성된 문건이 아니라 (1995년) 거래 당시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홍 대표는 "구속되기 전 철저하지는 않았지만 대비를 하고 있었다"며 "남편이 작성한 비망록 등 검찰에 제출되지 않은 자료는 제3의 장소에 보관돼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제3의 장소에 보관돼 있는 자료들'과 관련 "남편이 자기의 무죄를 입증하는 과정을 통해 이런 일들이 생기게 된 배경을 밝힌다고 했다"며 "자료가 그 진실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특히 홍 대표는 '한 전 청장이 10억 원을 전달하려고 했던 정권실세가 누구인지 안 국장은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끝으로 홍 대표는 "권력과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시작한 게 아닌데 정신 차려 보니까 그런 싸움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었다"며 "살려주세요라고 한다고 해서 살려주겠나, 싸워서 이기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우리 맘대로 되는 싸움은 아니지만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미묘한 말도 남겼다.

다음은 홍혜경 대표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없는 죄 덮어씌운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다"

- 안원구 국장은 옳은 것을 옳다고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공무원들이 공평무사해야 하는데 인사권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남편은 그런 면에서는 자유로웠다. 위에서 시킨다고 무조건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는 강성이었다. 성격도 꼼꼼한 편이었고, 사교적이지도 않고, 주위 사람들이 보면 좀 불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바른 상사를 만났을 때는 크게 신임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눈엣가시인 존재였다. 평가가 상반된다."

- 요즘 심경이 편치 않을 것 같다.
"편치 않은 정도가 아니다. 사실 몸은 좀 피곤한데 지난 2년에 비하면 훨씬 편하다. 말할 수 있고, 우리 말을 믿든 안 믿든 귀 기울여 주고. 지난 2년 동안은 완전히 뭐…."

- 체포 가능성을 예상했었나?
"예감했다.사실 첩보가 검찰에 접수되고 검찰에서 인지수사 형식으로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협박성 통보를 여러 번 받았다. 지난 6~7월 국세청 내부에서도 그랬고 내 거래처에서도 '남편이 그냥 사표 내면 안 되겠느냐'는 이야기를 계속 전해왔다. '남편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진실이 밝혀지겠느냐, 더 억울한 일이 생길 텐데 그냥 사표를 내면 안 되겠느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예전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없는 죄 덮어씌운다고 무조건 되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체포 당시 상황은 어땠나?
"11월 17일 오후 1시쯤 내가 갤러리를 나서는데 은회색 차를 탄 남자 4명이 미행을 시작했다. 차 번호를 메모해서 변호사에게 어디 소속 차인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차에 탄 사람 중 한 명이 갤러리 압수수색에 참여했던 사람과 비슷했다. 알아보니 서울중앙지검 소속 차였다. 변호사가 중앙지검 3차장 검사를 만나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협박하느냐'고 항의를 했더니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그 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소환할 예정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그래서 소환에 대비하기 위해 남편이 그날 오후 늦게 변호사 사무실로 왔다. 그리고 준비 자료를 만들어서 변호사 사무실을 나선 게 밤 11시 40~50분 정도였는데 어디선가 남자 3명이 나타났다. 당시 남편은 검찰이 압수수색해간 자료 외에 다른 자료들이 담긴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그 남자들을 보고 그 가방을 변호사에게 넘겨줬고 남편이 끌려간 후 내가 그 가방을 변호사한테 돌려받았다.

검찰은 남편을 체포하기 전에 가인갤러리를 압수수색했다. 나는 당시 남편이 준비했던 녹취록과 비망록 등 대부분의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국세청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검찰에 분명하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남편이 만든 자료들은 압수수색 등을 대비해 이미 백업을 해놓았다. 우리가 정보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검찰 주장 중 미술품 거래 사실만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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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소연

- 홍 대표도 두 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 분위기는 어땠나?
"주로 남편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C건설과의 25억 원짜리 조형물 거래를 포함해서 주요 거래처들과 어떻게 거래를 시작하게 됐는지, 또 당시 기업들이 세무조사가 예정됐거나 세무조사를 이미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기업들 중에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앞으로 받지 않을 기업이 있나. 모든 기업들은 잠재적인 세무조사 대상 기업이다.

남편이 국세청을 떠나지 않는 한 우리 갤러리에서 거래되는 모든 미술품들은 그런 혐의를 받게 될 것이다. 남편이 국세청에 있다는 이유로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그동안 조그만것 하나라도 모두 세무신고를 다 했다. 그런데 국세청은 남편의 사표를 받기 위해 그 신고한 내역을 가지고 지난 2년 동안 내사를 했다. 그래도 문제점을 못 찾으니까 거래처를 찾아가서 남편이 직위를 이용해서 미술품을 강매했다고 하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특별세무조사하겠다고 협박한 게 국세청이다."

- 검찰에서는 안원구 국장이 미술품 강매로 15억 이상의 이익을 편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주장 중에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미술품 거래를 했다는 것뿐이다. C건설 등 5개 업체와 30억 원 상당의 미술품 거래 계약을 한 것은 맞지만, 그중 27억 원 정도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이다. 2010년이 되어야 잔금들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검찰의 계산은 매입액과 매출액의 차이를 산술적으로 따진 것인데 그건 대부분 작가들에게 가는 돈이다. 갤러리 관리비, 직원 월급 등의 비용도 모두 계산에서 빠졌다.

그리고 갤러리를 연 게 2005년 12월이다. 당연히 매출 발생은 2006년부터다. 그리고 2009년에는 국세청이 모든 거래를 끊어 놨다. 가인갤러리와 거래한 업체들에 '특별세무조사하겠다'고 협박하는데 누가 거래를 하려고 하겠나. 그래서 갤러리 매출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만 발생한 것인데 그걸 두고 검찰은 이 기간 동안 매출이 집중됐다며 문제를 삼고 있다."

- 혹시 미술품 거래처 쪽에서 안원구 국장을 언급하면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을 한 적은 없나?
"전혀 없다. 나는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갤러리에 온 사람들한테 우리 남편이 가보라고 이야기했느냐, 혹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서 온 것이냐고 묻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리고 갤러리에 온 사람들이 설사 내 남편이 국세청 안원구 국장이라는 사실을 알고 왔다고 해도 그 사실을 이야기했겠는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편이 국세청에 있는 한, 조사국장을 하든 다른 한직에 있든,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가인갤러리에서 발생하는 거래는 모두 대가성이 될 수밖에 없다."

- 그래도 뭔가 청탁하거나 부탁하는 사람들은 없었나?
"없었다. 지금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 5개의 거래다. 그런데 그중 3개는 기업체와 거래한 것이었고, 2개는 남편이 10년 이상 알고 지낸 친구와 후배와 거래한 것이다. 그리고 25억 원짜리 조형물 계약을 맺은 C건설 측도 남편을 알기 전에 나와 먼저 알던 사이다. 원래 가인갤러리가 이은호 미술관이었는데 C건설 측이 이은호 그림을 찾다가 여기를 찾아왔고 그래서 처음 만나게 된 것이다."

"국세청 내부에 '사익' 채우려는 간부들이 있다"

- 왜 지금 시점에 안원구 국장을 구속했다고 생각하나?
"국세청은 원래 남편의 사표를 받는 게 목적이었다. 국세청이라기보다 국세청 간부들 중에 사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자들이 지난 2년 동안 남편을 내사하고 꼬투리를 잡기 위해 내 거래처를 찾아가 '안원구 국장이 그림을 강매했다고 시인하라'고 협박을 자행했다. 그들의 전제는 '누구든 파면 (비리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4대 권력기관의 간부까지 됐으면 뭐 하나 걸리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전제였다. 뒤졌지만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면 '없구나'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이들은 남편이 숨겼다고 우기고 있다."

- '사적인 욕심을 채우려는 국세청 간부'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청와대를 팔아 남편에게 사표를 내라고 했다. 그리고 허병익 청장대행은 남편을 11시간 넘게 감금한 채 조사를 벌이고 감시했다. 이현동 차장은 이를 이어 받아 남편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안원구 국장

안원구 국장 ⓒ .

- 이현동 차장과 안원구 국장은 모두 경북 출신이고 이 차장이 선배이기도 한데 이렇게 내부 권력 다툼을 할 만한 이유가 있나.
"내가 생각해도 이유가 없다. 한상률 전 청장만 해도 자신은 국세청장이고 남편은 2급 공무원이었다. 두 사람이 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처지도 아니었다. 허병익 청장대행과 이현동 차장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남편은 누구를 경쟁 상대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후배들한테 밀려난 적도 없었고, 선배들과 자리를 놓고 경쟁할 일도 없었다. 한상률, 허병익, 이현동 세 사람 모두 남편과 직접적인 상관-부하 관계에 있었던 적도 없고, 함께 일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남편에게 '전 정부 사람',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의 하수인이라고, 또 한상률 전 청장의 '그림 로비' 폭로를 기획해 조직에 누를 끼친 사람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뒷조사한 사람으로 낙인찍어 남편의 옷을 벗기려고 했다. 나도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청와대의 뜻을 사칭해가면서까지 남편의 사표를 받아내려고 했는지를. 제발 기자들이라도 취재해서 알려줬으면 좋겠다."

- 안원구 국장이 이 문제를 가지고 언제부터 언론사들을 접촉했나.
"기자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것은 6월 무렵 <세정신문>에선가 남편이 (해외파견을 위한) 외국어 시험을 본다고 기사가 난 이후였다. 그 전부터 국세청 주변에는 남편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좌천되고, 또 국세청 감찰에 감금당한 채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를 어정쩡하게 쉬쉬하면서 명쾌한 답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기자들도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 잊히다가 그 보도를 계기로 취재가 시작된 것이다.

<월간조선>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남편이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잘 아는 지인을 만나러 갔는데 마침 그 자리에 <월간조선> 기자가 있었고 우연히 합석하게 됐다. 그런데 그 기자가 1월부터 국세청의 인사 난맥상의 구조적인 문제를 취재하기 시작해 관련 사실들을 상당부분 알고 있었다. 남편도 역대 총장들이 번번이 구설에 올라 퇴임하고 소수의 국세청 간부들이 국가조직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행태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8월경 관련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첫 번째 '국세청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부' 기사도 10월호 지면에 실리지 못했고 두 번째 '도곡동 땅에 대한 진실' 관련 기사도 11월호에 실리지 못했다."

"남편이 자리에 연연해 2년간 버틴 게 아니었다"

- 권부의 처지에서 볼 때 안원구 국장이 사퇴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는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을 '괘씸하다'고 생각해서 결국 그림 강매 혐의로 엮어서 사법처리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해볼 때 그런 문제는 정무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이 사람을 그런 식으로 핍박했을 때 이 사람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이 사람의 반응에 따라서 불리할 것인가 유리할 것인가를 정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 그렇다고 할 때 정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리해서 했을까 싶다. 2급 공무원 사표 받는 게 무슨 대단한 일도 아니고…."

- 안원구 국장이 이런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은 언제 알게 됐나.
"한상률 전 청장이 처음 사표를 내라고 했을 때부터다. 그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서로 나눴다. 2008년 초, 아니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있던 2007년에 그런 압박들이 시작됐다."

- 안 국장이 했던 고민의 핵심은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억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세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겪어나가면서 본인의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차원은 지나갔다. 남편이 2년 동안 자리에 연연해서 버틴 것이 아니다. 남편은 일부 국세청 간부들이 나라녹을 먹으면서 국가조직을 사조직화해서 인사를 주무르는 등 불법행위를 하는 것을 굉장히 분개했다. 국세청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월간조선>의 취재에 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남편은 '국세청은 고위간부들의 것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모두 거쳐가는 사람들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세청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자신을 통해 드러나길 바랐다. 그래서 버티면서 그들의 불법행위를 기록하고 견뎌왔던 것이다."

- 한상률 전 청장 처지에서 보면 자신도 지난 정권 사람이긴 하지만 청와대에 오랫동안 근무한 안 국장이 더 '지난 정권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전 청장이 청와대에 잘 보이고자 고위직 간부들을 정리하기 위해 안 국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 맥락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모두 다 지난 정부에서도 일한 사람들이다. 국세청만 봐도 지난 정부 사람들 중에 내보낸 사람들도 있고 그대로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장·차관이라면 몰라도 실무를 맡고 있는 1급이나 2급 공무원들을 어떻게 '지난 정부', '현 정부' 사람들로 나눌 수 있는가. 그럼 5년마다 고위공무원들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하는 것인가. 결국 남편을 '지난 정부 사람'이라고 낙인찍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 여권 내부에서 안원구 국장을 두고 이강철 사람이다, 정상문 사람이다 등의 평가가 있는데, 이는 실제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인가?
"실제와 굉장히 거리가 있다. 하지만 한상률 전 청장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퍼뜨려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돼 버렸다."

(*2편으로 인터뷰 이어집니다.)
#홍혜경 #안원구 #한상률 #이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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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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