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계약서-위장전입에 '친MB' 선관위원?

[取중眞담] 강경근 중앙선관위원 후보자, 차라리 사퇴하라

등록 2009.12.05 12:40수정 2009.12.0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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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예상대로다. 하루 전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에 대해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 소식은 4일자 <조선>, <중앙>, <동아>에서는 찾을 수 없다.

 

강경근 후보자의 정치 중립성에 문제가 제기됐고, 법치주의를 목이 터져라 외쳐온 후보자가 3번의 위장전입을 시인했다. 아파트 구매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래도 이들은 한 공직후보자로서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듯하다.

 

이 사안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참여정부 때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이러고도 입만 열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언론'이라고 주장하는 게 낮뜨겁다. 이러고도 3개 신문사의 정치부 기자들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사실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지난 3일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의 정치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된 부분 중 하나가 강 후보자가 헌법포럼에서 활동했다는 점이다. 보수 성향 학자들의 모임인 헌법포럼 그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강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MB) 후보를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BBK수사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연 보수단체들의 연대체에 헌법포럼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청문회에서 강 후보자는 그런 단체들에서 자신이 역할을 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친한 교수가 가입 권유한 것을 승낙한 불찰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언론이 그가 그런 활동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고, 그는 이런 상황을 시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생긴다.

 

강 후보자가 '이름이 올라갔지만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한 것 중 가장 최근의 일은 친일인명사전 발간에 맞서 친북인명사전을 발간하기로 해 화제가 된 바 있는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기자회견 보도다. 지난 11월 23일 여러 언론사들은 강 후보자를 사전 편찬 집행위원단 중 한 사람으로 보도했는데,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11월 9일 이 단체를 탈퇴했고 해촉장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단체가 강 후보자의 이름을 무단으로 공지했든지, 보도가 잘못됐든지, 자신의 이름을 쓴 것을 강 후보자가 방조했든지 셋 중 하나다.

 

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저는 제 전임교수 생활 25년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헌법적 가치에 입각해 법치주의를 강조해왔을 뿐인데, 일반 국민들에게 보수편향적 인사, 이명박 대통령 추종자로 알려진 것이 억울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의 과거 행적을 한번 들춰봤다.

 

강경근, '자기만의 헌법'... 코드인사, 노무현은 안 되고 이명박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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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 남소연

강경근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가 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괴고 있다. ⓒ 남소연

헌법학자로서 25년을 살아온 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각종 기고글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가 각종 신문 등에 기고한 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 바로 '헌법적 가치', '헌법에 의거해' 등이다.

 

강 후보자는 "노 대통령 재임 5년은 '자기만의 헌법'에 의해 국정을 운영해왔다"(<동아> 2008년 1월 18일자 인터뷰)고 비판했다. 그런데 강 후보자도 '자기만의 헌법'으로 국정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용산참사를 '용산사고'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의 진압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헌법 10조가 빠졌다.

 

촛불집회에 대해 강경대응을 주문한 대목에서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21조가 빠졌다.

 

그런데, 강 후보자가 가진 '자기만의 헌법'은 시간이 지나면 수시로 개정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세계일보> 2006년 6월 5일자 시론에 강 후보자는 '대법관 제청 코드인사 안 된다'는 글을 기고했다. 그해 7월 10일자로 대법관 5명의 임기가 만료돼 교체되는 상황에 대해 강 후보자는 "특정 세력이나 이념, 심지어는 특정인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코드인사'가 이뤄지게 된다면, 이는 사법 본산인 대법원을 망치고 한국 법치주의에도 종언을 고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런데 1년 4개월 후 강 후보자는 같은 신문에 '참여정부 인사 스스로 물러나야'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이때는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보장된 공기업 임원들에게 사퇴 압력을 넣고 있을 때다. 노무현 정부가 임명한 인사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칼럼에서 강 후보자는 "(공기업 임원들이) 새 정부의 신임을 받게 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합치하며 국민에게도 유용한 일"이라고 정부의 조치에 힘을 보탰다.

 

노무현 정부의 코드인사는 안 되지만 이명박 정부의 코드인사는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법으로 보장된 임기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판단이다.

 

그나마 남은 학자적 양심을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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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법제처장. ⓒ 유성호

이석연 법제처장. ⓒ 유성호

강 후보자가 활동한 헌법포럼은 2004년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이 단체 설립을 주도한 이는 현재 법제처장으로 있는 이석연 변호사와 강 후보자다. 헌법포럼에서 주요 인사로 활발하게 활동한 이 두 사람은 현재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표적인 보수 논객으로 명성을 떨친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미디어법에 대한 결정 취지로 국회 재논의 필요성을 강조해 야당의 환호를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무회의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축소에 유일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용산참사와 관련해선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 거부를 비판했다.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국정원의 소송에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헌법에 근거해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강행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점을 밝혔다.

 

비록 정권이 바뀌었지만, 자신의 학문적 소신에 근거해 판단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임명권자의 뜻과는 반대되는 생각을 밝힐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강 후보자가 이 처장처럼 될 수 있을까?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3번의 위장전입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에서 43평형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2600여만 원에 샀다고 거짓 신고했다. 게다가 그간 행적으로 볼 때 누가 보아도 'MB맨'이다. 이런 인사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중앙선관위원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중앙선관위원직을 욕보일 바에 차라리 자진사퇴하는 것이 헌법학자로서 그나마 남은 학자적 양심을 지키는 길이다.

2009.12.05 12:40 ⓒ 2009 OhmyNews
#강경근 #이석연 #자기만의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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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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