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예능은 남자들에게 물어봐라!

[예능 진단 3] 리얼 버라이어티 속에 남성 종자들의 독주

등록 2009.12.04 14:47수정 2009.12.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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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예능'이라는 정글 속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던 종은 남성이라는 동물이다. 그동안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그 안에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쾅 찍은 몇 개의 프로그램 모두가 남자들로만 구성된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고 있다. 사실상 예능계는 1인자 유재석과 강호동이 독주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은 따로 팀을 꾸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시커먼 선머슴들이 모여 만든 프로그램이 얼마나 재미있을까 싶지만, 2009 예능을 접수한 이들이 남성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부터 그들이 시청자들에게 준 재미를 낱낱이 파헤쳐 보자.

남자라는 종자로 앞서가는 리얼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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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남성들은 여성보다 앞선 체력으로 큰 웃음을 준다. ⓒ kbs, mbc every 1

요즘 예능계가 워낙 '리얼'을 외치다보니 특혜 받은 남자라는 종자가 리얼버라이어티에 잘 적응할 수밖에 없다. 왜? 그 힘든 고난과 역경을 헤쳐 갈 힘이 있는 건 역시 남자이기 때문이다. 남녀평등이라고는 하지만 남성의 힘을 따라갈 여성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리얼버라어티와 같은 정글에 생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 그것이 남성이라는 종자이다. 마치 정글의 법칙과 같은 건인데, 어찌하겠는가. 일단 성공한 리얼버라이어티를 보자. <무한도전>을 시작으로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가 독주하면서 신흥 세력 <남자의 자격>과 <천하무적 야구단>이 인기를 끌었다. 여기 출연진만 봐도 대부분 남자들이다.

사실 여성들이 남성처럼 6개월간 벼농사를 하고, 시골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일을 하거나 시골사람들과 순박하게 어울리고, 매회 미션을 실행하며, 못하는 야구를 하는 등을 매주 하기엔 체력적으로 좀 힘들다. 남성들은 일단 체력적인 장점 덕분에 고난의 연속인 리얼버라이어티를 제법 진지하게 펼쳐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여성들이 주축을 이루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골드 미스 다이어리>도 조금은 변형되었지만 결혼을 하기 위해 모인 골드 미스들이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들은 일단 남성들이 주축으로 이루는 프로그램보다 인기를 끌지 못할뿐더러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청춘불패>의 경우 표면적으론 여성 아이돌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장 남성에게 지시를 받고 여성은 그를 따르는 시스템이다. 즉 여성들은 능동적으로 수행하기보다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여성들도 안간힘을 쓰지만 시청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남성이라는 종자에 버금가는 여성 리얼버라이어티가 <무한걸스>이다. <무한걸스>는 여성들에게 <무한도전> 못지않은 과제를 주고 그걸 해결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시집 다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 그렇지만 다이내믹하지 않고, 잠시 웃음을 줄 뿐이다.

지금 상태라면 당분간 남성들이 리얼버라이어티를 지배할 것이다. <무한걸스>가 아무리 <무한도전>에 버금가는 수행과제를 척척해낸다 해도, 그곳엔 여성버라이어티만 가질 수 있는 여성들 특유의 로망이 없다.

예능 속에 피어오르는 남성들의 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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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로망을 대변하는 <천하무적 야구단>과 <남자의 자격> ⓒ kbs

그렇다. 예능 버라이어티에 출연한 남성들은 일종의 남자들의 로망을 표현하며 일탈을 꿈꾸게 한다. 사실 남성들끼리만 여행을 떠나는 것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일 수도 있겠으나 무언가 로드무비를 연상케 한다. 또 그 여행지에서 겪는 생생한 현장의 모습은 일하는 대한민국 남성에게는 오아시스나 마찬가지다.

<무한도전>이 벌이는 힘들고 고된 노동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에 꽃이라 할 수 있는데, 그들이 벌이는 도전과제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숨어 있다. 또 <천하무적 야구단>도 마찬가지다. 남성이라면 한 번쯤 사모했을 야구. <천하무적>은 예능 루저들을 모아 하나씩 하나씩 이뤄내며, 진정한 성취감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미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남자의 자격>은 30대 이상 남자들은 물론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그럼 프로그램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남성은 피곤하다. 특히 가장은 더 하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하루종일 일하고 365일 일에 치여 산다. 그래서 그들은 잠시 잠깐의 일탈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그것은 역시 꿈으로 끝이 난다.

그래서 이들이 벌이는 리얼은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로망이다. 그 로망 속에 성장과정은 한 편의 로드무비와 같고 시청자들은 기꺼이 동참해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그 사이 그들이 벌이는 리얼버라이어티는 진정성을 가지며 2009년도까지 리얼버라이어티가 독주를 하는 원동력을 이끌어 낸 것이다.

남성들의 수다? 의외의 재미 재발견

여기에 흥행 요소를 하나 더한다면 남성들의 의외성이 그것이다. 누가 남성들은 세상에서 단 세 번만 운다고 했던가, 어느 누가 남성 대부분이 여성보다 과묵하다고 말했는가.

남성들의 수다. 그게 남성들의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발견한 재미 중 하나다. 원래 개그맨들이라 보통 남성보다 말을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남성들을 보면 은근슬쩍 말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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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삐치며, 수다 많은 남성들의 의외성이 편안한 웃음을 준다. ⓒ imbc

주변을 둘러봐도 과묵한 남자보다 수다스러운 남자들이 많다. 그래서 과묵한 남자가 인기를 끄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수다스러울 때 과묵한 남자를 발견하면 당연히 이성적으로 끌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들은 여성보다 앞선 체력으로 무지무지한 도전과제를 척척 수행하는데 그 사이 엄청난 수다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 안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들은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옛말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그리고 덩치 큰 남자들이 소심하게 질투하고 삐치며 자신의 말이 무조건 맞다고 우기는 모습 속에서 이제껏 여자들이 상상했던 남자들은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그 모습이 우리 주변의 남편, 오빠, 동생 같아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종의 리얼 버라이어티에는 캐릭터가 정해져 있다. 진행을 매끄럽게 하는 유재석이지만 소심하면서 수다스럽고,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박명수, 쩌리짱의 정준하와 자기 주장을 좀처럼 굽히지 않는 이승기, 국민할배 김태원과 독재자에서 게르음뱅이로 변신한 이경규까지.

순도 100% 리얼 버라이어티가 아니지만 그래도 남성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에서 우리는 웃게 된다. 그래서 당분간 그들의 독주는 해를 넘어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예능 #리얼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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