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만난 얼음이슬, 신비하기도 해라

[포토에세이] 얼음이슬

등록 2009.12.06 17:30수정 2009.12.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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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얼음이슬 얼음이슬이 햇살에 녹으며 영롱한 이슬방울로 변했다가 다시 얼곤 한다.

얼음이슬 얼음이슬이 햇살에 녹으며 영롱한 이슬방울로 변했다가 다시 얼곤 한다. ⓒ 김민수

▲ 얼음이슬 얼음이슬이 햇살에 녹으며 영롱한 이슬방울로 변했다가 다시 얼곤 한다. ⓒ 김민수

 

겨울바람이 매섭다.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햇살은 얼마나 쨍한지, 바람이 제법 많이 불었는데도 풀섶에 영롱한 이슬방울이 맺혀있다. 신기하다 싶어 가만 살펴보니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얼음이슬이다.

 

아마도 땅에서 올라온 습기가 얼어붙어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침까지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나 보다.

 

a 얼음이슬 아무리 추운 날에도 따스한 햇살 한줌이면 이내 녹아내리며 영롱한 빛을 발하는 얼음이슬

얼음이슬 아무리 추운 날에도 따스한 햇살 한줌이면 이내 녹아내리며 영롱한 빛을 발하는 얼음이슬 ⓒ 김민수

▲ 얼음이슬 아무리 추운 날에도 따스한 햇살 한줌이면 이내 녹아내리며 영롱한 빛을 발하는 얼음이슬 ⓒ 김민수

 

햇살이 비추면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 이슬방울로 변하고, 찬바람이 불면 금방 다시 얼음이슬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어떤 것은 떨어져 버리고, 어떤 것은 바람에도 넉넉하게 이파리를 붙잡고 있다.

 

가만 살펴보면 주위에는 신비스러운 일이 얼마나 많은가! 신비스러운 것은 멀리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먼 곳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리석은 것이 아닌가!

 

a 얼음이슬 아직도 푸른 기운을 간직하고 있던 매발톱 이파리에 맺힌 얼음이슬의 신비스러운 모습

얼음이슬 아직도 푸른 기운을 간직하고 있던 매발톱 이파리에 맺힌 얼음이슬의 신비스러운 모습 ⓒ 김민수

▲ 얼음이슬 아직도 푸른 기운을 간직하고 있던 매발톱 이파리에 맺힌 얼음이슬의 신비스러운 모습 ⓒ 김민수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만 바라보다 눈먼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뭔가에 눈이 멀어 다른 것이 잘 보이지 않았을 때, 그 뭔가가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갉아먹고 있음에도 잘 알지 못하다가 돌이킬 수 없을 때에야 후회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는 '그것이 인생'이라고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며 살았는지를 깨닫는 순간, 더는 일허게 소비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정말 오랜만에 꿈을 꿨다. 나를 짓누르던 실체를 보았을 때, 더이상은 그것이 나의 삶을 좌우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나 자신이 내 삶의 주체'가 되겠다고 다짐하니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a 얼음이슬 녹았다 얼었다 그 모양이 점점 작아진다.

얼음이슬 녹았다 얼었다 그 모양이 점점 작아진다. ⓒ 김민수

▲ 얼음이슬 녹았다 얼었다 그 모양이 점점 작아진다. ⓒ 김민수


그들은 더 일찍 그것을 알았으리라. 그저 무덤덤하게 누가 봐주지 않아도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왜 자유로운 삶인지를 알았기에 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리라.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성공한 사람, 능력있는 사람,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되고 싶어 안달하며 살았던 최근의 몇 년간 나는 행복한 삶을 잃어 버렸였다. 그리고는 '인생이 그렇지'합리화 시켰고, 주변에서도 '다 그렇게 산다'는 말로 나의 합리화를 뒷받침해주었다.

 

a 얼음이슬 햇살에 녹았다가 찬바람이 불어오면 다시 얼고...그늘진 곳엔 여전히 얼음이슬이 단단하다.

얼음이슬 햇살에 녹았다가 찬바람이 불어오면 다시 얼고...그늘진 곳엔 여전히 얼음이슬이 단단하다. ⓒ 김민수

▲ 얼음이슬 햇살에 녹았다가 찬바람이 불어오면 다시 얼고...그늘진 곳엔 여전히 얼음이슬이 단단하다. ⓒ 김민수

경쟁의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자 마음이 평온해진다. 조금더 단순하게(Simple life) 살면 아둥바둥 돈을 따라 살지 않아도 충분하고, 인식의 차원을 높이면(High thinking) 그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나뿐 아니라 이웃에게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꿈이 새록새록 솟아오른다.

 

서울생활을 한 이후, 이렇게 가슴 설레는 꿈을 꿔본적은 없는 것 같다. 얼어붙어있던 마음에 꿈이라는 빛이 들어오니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니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동안 자연과 멀어진 삶을 살아가면서 정치인들이나 종교지도자들이나 권력자 등등 이 사회에서 힘좀 쓴다는 이들에게 내 마음을 맡기고 산 것 같다.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 햇살과 바람으로 인해 얼음이슬이 되기도 하고 녹아 이슬이 되기도 하지만 모두 아름다운 것은 그들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 아닌가! 누가 봐주지 않아도 무덤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들 모두 행복하다. 그들만이 희망의 언어를 말할 수 있고, 그들만이 희망이다.

2009.12.06 17:30ⓒ 2009 OhmyNews
#얼음이슬 #단순한 삶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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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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