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화폐개혁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러시아의 경우를 보고)

등록 2009.12.08 18:15수정 2009.12.0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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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부터 시작되었던 북한화폐 교환이 12월 6일 끝났다. 북한의 화폐교환에 대한 한국과 서방각국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북한체제의 붕괴론에서부터 북한이 자본주의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와 화폐개혁이 북한정부가 다시 사회주의로 복원하고 김정일 후계체제 구축을 목표한 포석이라는 해석 등 북한전문가들의 해석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북한은 스탈린식의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필자는 사회주의체제에서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였던 70년대에서 90년대 소련(러시아) 경제를 통해 북한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소련 사회주의경제를 지탱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공산당에 의한 통제, 둘째 계획경제, 셋째 생산수단의 국유화이다. 사회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3요소는 북한에 있어서도 필수적으로 지켜지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소련경제의 형태를 모방했기 때문에 소련과 비슷하게 중화학공업은 발달하였으나 경공업과 농업은 희생당하는 체제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시행초기에는 중화학공업의 눈부신 발전으로 나타났다.

소련의 1930년대 스탈린의 공업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지나친 중화학공업위주의 정책은 경공업과 농업의 철저한 희생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이다. 특히 장기간의 생필품 저가 가격제와 분배정책은 경제적인 수급의 불균형을 낳아 지하생산, 지하시장 등 비합법적인 경제활동과 국가조직내의 뇌물수수, 매관매직, 국가재산의 절도 등 불법행위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것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파워 엘리트와 관료들과 결합하여 지하경제인 제 2 경제권(지하경제)이 형성되었다. 

소위 자본주의가 북한에 유입되고 있다고 말하는 '북한의 장마당'은 북한의 지배층의 시각에서는 제2 경제권(지하경제)의 한 부분이다. 이들은 70년대 소련과 비슷하게 90년대 이후 불법적인 국내외 무역과 상업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고객들은 인민들이다. 부족한 생필품과 식량을 공식적인 루트인 '당과 정부에 의한 분배'에 의존할 수 없는 북한 인민들은 부족분을 채우는 형태로 지하경제와 연결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화폐개혁으로 인해 마치 북한체제가 붕괴할 것이라는 시각에서 북한의 자본주의가 정체되고 말살되었다는 시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지하경제는 말 그대로 지하경제일 뿐이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보조시장일 뿐이라는 말이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북한주민들은 북한정부로부터 많은 사회적 서비스를 부여받는다. 물론 질의 문제는 다른 문제다.(매우 질은 낮다)

첫째 정부는 주민들에게 집을 무상으로 공여한다.(무상의료 서비스를 포함한다) 둘째, 의류나 다른 생필품은 배급되고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식량문제는 저가가격제로 통제하거나 배급하고 있다. 특히 소련에서의 5개의 전략식품 원칙은 북한에서도 지켜지고 있다. 소련의 5개의 전략식품은 빵, 우유, 치즈, 감자, 양파이다.


이들은 중요한 정치, 경제위기에서도 가격통제를 받는다. 이처럼 북한정부도 '전략 가격통제 식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그리고 나머지 부족분은 지하경제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만일 이들 전략품목의 가격이 무너진다면 북한정권에 심대한 위기가 오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북한의 화폐개혁은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화폐개혁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다른 영향력을 가진다.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위기로 직결되지만, 소련,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영향력이 매우 미미하다. 특히 뉴스에서 중간상인 계층에 엄청난 타격을 예상했으나,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화폐의 위치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처지이므로 중간상인과 유통 마피아들은 대부분의 재화를 달러나 위안과 같은 외국의 기축통화로 환전해 놓는 것이 관례이다. 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상인들이 아니라 평범한 북한 인민들이다. 이들 평범한 북한 주민들에 대한 배려로 모든 인민들에게 신권화폐 500원을 지급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다.


그러면 이번 북한의 화폐개혁의 목적은 무엇인가?

첫째 사회주의경제 3요소의 방어이다. 날로 확산되고 있는 장마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경제요소로 장마당을 인정하면 이것은 머지않은 장래에 북한정권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통제가 불가능한 자본주의적인 시장체제인 장마당보다는 계획경제를 주축으로 보조기구로 장마당을 계속 지하경제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물가안정이다. 북한은 1991년부터 모든 거래를 국제시세로 하도록 강요받았다. 전통 우방인 소련과 중국의 요구에서 시작된 이러한 거래는 북한정권에 매우 심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 바로 고난행군의 시기(1990년대)라 일컬어진다. 이러한 고난행군의 시기는 한국의 1998년 출범한 DJ정권과 중국, 미국 등 국제사회의 원조로 인하여 끝나고 북한정부로 하여금 달러를 통한 국제결제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북한정부의 달러유동성 증가는 제 2경제권, 즉 지하경제에도 달러의 유입을 가져왔다. 이들 달러는 외국으로부터의 원조도 있지만 북한지하자원, 기술의 수출에서도 가능했다. 이러한 달러의 획득은 지하경제의 활성화로 이어졌으며 매점매석으로 인하여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서 물가란 생필품의 물가를 의미한다. 이러한 생필품 물가의 과도한 상승은 엥겔지수(월급에서 식품에 쓰는 비용)의 급격한 상승을 낳았고 이것을 북한정부는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물가안정을 통한 가격현실화이다. 90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은 값싸고 질이 낮은 공식경제와 값이 비싸지만 질이 좋은 비공식(지하경제)로 나뉘어 왔다. 이를 사회주의 이중경제 시스템이라고 한다. 지하경제의 급격한 팽창과 이에 따른 물가급등은 북한경제와 체제를 위협해왔다.

이것을 해소하려면 최소한 지하경제에 맞추어 공식경제에서 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가격현실화를 위한 조치로 100 대 1의 화폐개혁을 한 것으로 사료된다. 러시아는 90년대 3차례에 걸쳐 1000 대 1의 화폐개혁을 해왔다. 이를 통해서 현실경제와 사회주의 공식경제와의 간격을 줄여나갔다. 이것은 북한 화폐유통에도 큰 보탬이 된다.

북한의 화폐개혁의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이번 북한의 돌발적인 화폐개혁은 북한주민들에게 많은 교훈과 경험을 주었다. 그것은 마치 90년대 러시아에서의 경험과 비슷하다. 러시아의 경험을 통해 유추해보면 첫째 북한 화폐의 신용성이 급락했다. 이것은 엘리트, 관료, 중간상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달러 장롱예금을 할 것이다. 이는 비합법적인 민간 환전소의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둘째 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현물거래가 단기적으로는 늘어날 것이다. 물론 달러의 유통은 금지다. 그러나 장마당과 같은 곳에서는 달러가 유통의 기준이 될 것이다.

셋째 북한정부는 자금을 확보할 것이다.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삼는 북한정부에게는 자금확보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핵문제와 남북관계의 급랭으로 인한 자금확보의 어려움은 북한정부의 새로운 개혁프로그램에 매우 큰 걸림돌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화폐개혁을 통해 얻은 유동성으로 새로운 개혁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힘을 얻은 것이라 사료된다. 화폐개혁이 베트남식의 가격자유화와 자본주의 경제의 수용으로 가리라는 전망도 있으나, 그것보다는 사회주의의 영속성 확보를 위한 2012년 강성대국 프로그램의 강력한 시행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번 북한정부의 화폐개혁은 주로 지하경제권의 희생을 발판으로 한 북한정부의 유동성확보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사료된다. 앞으로 북한정부는 외부적인 자본의 유입이 차단된 상태에서 물가불안과 지하경제의 과도한 성장이 나타날 때 주저없이 화폐개혁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 효과는 이번과는 다를 것이다. 이번 화폐개혁이 충격적이었다면 북한경제의 구성원들의 학습효과에 의해 다음번 화폐개혁의 효과는 반감되며 덜 충격적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북한정부의 화폐개혁을 통해 북한정부는 현 경제시스템을 최대한 방어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부에 대해 경제는 다른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곧 북한정부는 선택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NEP(신경제계획: 1920년대 소련, 중화학공업 국유화, 경공업과 상업의 일정수준의 민영화)냐? 전면적인 가격자유화냐? 그 귀결은 NEP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정치는 공산당에 의한 독재가 유지되면서 중화학공업을 제외한 경공업의 일부분과 상업과 농업을 일정부분 자유화하는 조치인 NEP(네프)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이미 1920년대 소련에서 크게 성공했던 것이다. 북한사회에서 고르바쵸프나 옐친과 같은 급진 개혁모델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지도부와 엘리트들은 잘 알고 있다. 남은 대안은 바로 NEP(네프)이다. 한국은 다가올 네프시대의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해보아야 할 시기에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신욱 기자는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대학교 정치학 박사입니다. 한토마에 게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신욱 기자는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대학교 정치학 박사입니다. 한토마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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