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유성호
박 원장은 외부보다 내부 변수가 더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 부실 문제로 '위기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계의 저축은 줄고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1997년 말 '외환위기'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평균 10%가 넘는 가계 저축률 덕이었다"며 "당시 퇴직자들은 저축을 이용해 자영업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가계의 저축률은 2~3% 대로, 외부에서 위기가 발생할 경우 가계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박 원장의 지적이다.
저축이 줄어드는 대신 빚은 크게 늘었다. 박 원장은 "가계의 평균 부채는 4200만 원으로, 중산층은 대개 1억 원 이상의 빚을 내고 있다"며 "이는 사교육비 지출 증가와 함께 집을 사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 가계는 집값 등 자산시장 급등에 대한 기대심리로 빚을 내 생활하는 것에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게 될 경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은행이 가계에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집값 상승만 믿고 빚에 의존하는 삶이 어떤 결과를 야기하는지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집값이 오르자 소비의 광란이 벌어졌다. 이는 자산 가치에 기댄 과소비로, 미국인들은 부자가 된 것도 아닌데 엄청난 빚을 냈다. 2000년대 이 같은 현상이 지구촌을 덮었다. 하지만 2006년 말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모든 게 무너졌다. 개인이든 국가든 장부상의 자산 가치에 곁눈질 하는 순간 망할 수밖에 없다."한국경제가 위기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박 원장은 경제위기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길은 빚 축소와 부동산 가격 연착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개인은 빚을 갚을 수 없다"며 "개인은 빚을 줄이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내부적인 위기 발생 요인을 제거해도 수출의존도가 80%가 넘는 한국 경제는 외부 환경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사회적 일자리를 만드는 등 내수를 확충해야 한다"며 "이 경우, 세금이 필요한 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환율 상승으로 수출기업들이 올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면, 환율 상승으로 그만큼 고생한 국민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4대강 사업보다는 더 창의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