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드래곤 공연 선정성? 양현석의 사과가 문제다

[주장] 대중음악 '표현의 자유'를 다시 생각하며

등록 2009.12.11 16:37수정 2009.12.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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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회사 홈페이지에 11일 오전 10시 52분 올린 글. ⓒ 홈페이지 캡처


대중문화란 본질적으로 상업적이며, 선정적이며, 시대적이며, 저항적이다. 물론 이러한 특징은 대중음악도 마찬가지다. 근대 대중음악이 탄생하고 사람들이 부른 역사 이래 이 네 가지 속성에서 벗어나 히트했던 음악은 없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음악에 거는 기대와 무관하지 않다. 음악은 우리 일상을 노래하면서 동시에 이상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현실과 비현실은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근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오로지 참혹한 현실만을 바라보고 싶지도 않고 결코 오지 않을 미래만 고대하기도 어렵다. 음악은 그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제공하고 때로 분노와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며 결국은 새날을 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G드래곤의 선정적(?) 퍼포먼스에 대해 그들의 공연을 연출했고 그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양현석 대표의 글을 보았다. 간단하다. 잘못했고 용서를 바라고,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선정성 논란이 일고, 이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이어 바로 나온 완벽한 사과다. 연출가가 자기 공연에 대해 그것이 의도했던 함의를 주장하지 못하고 사회적, 체제의 요구에 백기투항한 셈이다. 

공연을 연출했던 양현석 대표의 찌질한 사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공연을 연출했던 양현석 대표는 스스로의 찌질함을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그가 구설에 휘말릴 G드래곤을 염려하여 어쩔 수 없이 그리했다고도 짐작 할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체제와 사회적 분위기에 스스로의 예술적 가치를 포기한 셈이고 만일 양현석 대표의 말대로 모든 것이 자신의 불찰 때문이라면 그는 연출가로서 자격미달이다.

선정성, 혹은 섹스가 오랫동안 사회의 금기였다는 점은 동서를 막론하고 동일하다.

때문에 금기와 관습에 대한 저항, 그것을 본질로 하는 대중문화는 오랫동안 바로 그 금기와 싸워왔다. 심지어는 록앤롤과 그의 다른 이름인 리듬 앤 블루스라는 말 자체가 섹스를 암시하고 있고 초기 록앤롤 음악은 물론이며 오늘날 대중음악에서도 섹스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제는 G드래곤의 퍼포먼스가 선정적이며 과도하게 섹스를 암시했느냐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표현에 어떠한 예술적 의도가 있었느냐는 문제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번 공연 연출가는 아무런 의도도 없었다는 투이고 그렇다면 오늘 그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더욱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오로지 관객들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아무 의미도 없이 그저 재미삼아 해 본 일이고, 출연했던 G드래곤은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 드래곤의 콘서트 장면.


연출의도는 무엇? 관객 시선 잡으려 재미삼아 해봤나?


선정성에 대한 법적 판단이 무척 궁금해진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검찰은, 어디까지면 선정적인 것인지,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느 선까지 섹스에 대해 생각하면 되는 것인지를 친절히 알려주길 바란다. 선정성도 문제라면 이제 곧 상업성, 저항성도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겠구나 싶기도 하다. 하기야 저항성은 김제동 정도가 커트라인이니 어느 정도 알만하기도 하다.

이런 퍼포먼스가 청소년들의 정신상태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일이라는 주장도 어디선가 읽었는데, 우리의 청소년들을 아노미 상태로 몰아넣는 것은, 초법적 존재가 되어있는 이 나라의 대통령과 자신의 위법사실을 떳떳하게(?) 밝히는 국무총리와 사회지도층이다.

법을 지키고 도덕과 원칙을 새기며 소신 있게 살아가다가는 뒤통수만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될 청소년들이 나는 너무 두렵다

오늘 양현석 대표로 인해 G드래곤은 위기를 모면하게 될는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오늘 우리의 대중음악의 표현의 자유, 예술적 가치는 빛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프게 기록한다.
#G드래곤 #양현석 #지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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