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장마철 전에 4대강 마무리"
"25톤 트럭 365일 모래퍼도 어렵다"

[분석] '4대강 속도전' 나선 정부 vs. 시민단체 "전시행정, 생태계에 치명적"

등록 2009.12.11 16:55수정 2009.12.1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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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저녁 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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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본문 중 "눈에 불을 켜고 (4대강 사업을) 3년 안에 마무리 하겠다"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발언을 "2011년 장마철 전까지 4대강 사업을 거의 모두 완료하겠다"로 수정합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국민적 논란과 야당 등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정부가 '속도전'을 내세우면서 공사 강행과 조기 완공 의지를 연일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정부의 공정률을 맞추기가 어려운데도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때문에 국가 재정악화 뿐 아니라 부실공사와 환경파괴 등의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11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2011년 장마철 전까지 4대강 사업을 거의 모두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정종환 "2011년 장마 전까지 4대강 사업 끝내겠다"

 

 10일 오후 5시 30분 정부 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2010년 경제전망 및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 참석한 주요 부처 장관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처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10일 오후 5시 30분 정부 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2010년 경제전망 및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 참석한 주요 부처 장관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처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10일 오후 5시 30분 정부 과천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2010년 경제전망 및 경제정책 방향 브리핑에 참석한 주요 부처 장관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처 중점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정 장관은 이날 '4대강 사업의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내년 2~3월 4대강 사업 발주를 끝내고 착공에 들어가, 2011년 장마철 전까지 4대강 사업을 거의 모두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의 '2010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의 차질없는 관리를 통해 2010년말까지 60%이상의 공정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의 SOC사업 철학은 '속도전'"이라며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이미 4대강의 환경을 조사한 자료가 많이 축적돼있는데, 굳이 1년에 걸쳐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데 타협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4대강 사업이 역사에 남을 작품이 되리라 확신한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들과 절충점을 찾는다는 것은 답이 아니며,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미 허구성이 드러난 주장까지 동원하며 4대강 사업이 수질 개선과 물 부족 해결 등을 포함하는 '1석 7조'의 사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정 장관은 한강이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깨끗해졌다며 4대강 사업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당시 9600억 원 가량을 들여 보를 설치한 후, 한강 물은 맑아지고 물고기와 새가 많이 늘어났다"며 "보를 만들면 물이 썩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보 때문에 한강이 깨끗해졌다고?' 사실관계 파악도 안된 국토장관의 억측

 

하지만 한강의 수질 개선은 보 설치가 아닌 한강 주변 하천정화 등 오염원을 제거하고 관련 시설을 설치했기 때문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정 장관이 말한 한강종합개발사업은 지난 83년에 시작해서 86년에 끝났고, 그 이후 한강에서 어패류가 줄어드는 등 생태계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10년이 지난후 98년부터 정부차원에서 한강살리기운동을 다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부소장은 이어 "오늘날 한강이 깨끗해진 것은 당시 한강 주변의 오염된 지천을 정비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고, 주변에 하수종말처리시설 등 오염원 관리시설을 만들어 관리해 왔기 때문"이라며 "정 장관이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정부의 '4대강 사업 속전속결'에 대해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부 건설사쪽에서도 '과연 그대로 되겠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4대강 사업에 참여한 A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쪽에서 최대한 공사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와서 일단 계획은 짰다"면서 "하지만 공사라는 것이 모두 계획대로 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또 공사 구간마다 여러가지 환경 등이 다른 만큼, 달라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기에 따라선 일부에선 하천 준설과 보 설치 등이 다른 공사에 비해 어렵지 않다고 하지만 단순히 공정 자체만 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정부쪽에서 제시한 기간 자체가 빠듯해, 업체 입장에선 (기간내 공정을 마무리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25톤짜리 트럭 365일 대놓고 모래퍼다 실어도 공사 끝내기 어려워"

 

박창근 관동대 교수도 "정부가 내년까지 60%까지 공사진행하고, 내후년까지 사업을 끝내겠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a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8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으며 안경을 벗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8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으며 안경을 벗고 있다. ⓒ 남소연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8일 오전 국회 국토해양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으며 안경을 벗고 있다. ⓒ 남소연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구간 가운데 낙동강 25공구의 칠곡보의 경우 준설공사에만 25톤짜리 덤프트럭이 200만대가 필요하다고 한다"면서 "이들 트럭을 365일 동안 대놓고 모래를 퍼다 실어도 1년안에 공사를 끝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2011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끝낸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무리한 공정률을 맞추다 보면, 건설사들의 부실 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주요구간에 대해선 설계와 시공을 일괄적으로 수주하는 턴키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설계를 마치고 공사에 들어가는 수순이 아닌, 설계와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설계를 하고 이에 따라 예산을 정해서 공사를 해야하지만, 현재는 설계와 공사를 병행하면서 예산도 확정되지 않은채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정부가 국회에 내놓은 예산이 그대로 통과되더라도, 내년에 60% 공정률에 맞출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가 오는 2012년까지 4대강 사업에 투입될 정부 예산은 모두 22조2000억원. 이 가운데 올해 예산 1조7000억원과 내년 8조5000억원을 다 합치경우 10조2500억원이다. 이는 전체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60%에 미치지도 않은 예산을 가지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의 극치"

 

정부는 부족한 예산에 대해선 먼저 사업을 진행하고, 그 이후에 예산을 받아서 집행하면 된다는 식이다. 또 경우에 따라선 국회의 심의가 필요없는 수자원공사 등 공기업을 동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자원 공사 등을 동원해 사업비를 집행하고 일부 금융비용까지 부담하는 것은 사실상 국가 재정상의 분식회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정부의 무리한 사업강행에 따른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향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 맞춘 전시행정의 극치라는 비판도 거세다.

 

박진섭 부소장은 "시간에 쫓겨 이런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생태계쪽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면서 "강의 흐름을 막고 준설과 보를 쌓는 작업을 할 경우 수질 악화는 불보듯 뻔하고, 생태계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될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소장은 이어 "이런 식으로 내년과 내후년까지 4대강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은 지방선거 뿐 아니라 향후 대선 등의 일정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정부들어서 4대강 사업이외 이렇다할 경제정책으로 뚜렷하게 국민들에게 보여줄만한 정책이 없다보니, 하루빨리 사업을 마무리해 (국민들에게) 뭔가 보여주려는 전시행정의 극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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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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