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2.13 18:36수정 2009.12.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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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을 말할 때 흔히 '주옥과 같다'는 말을 쓴다. '주옥(珠玉)'이란 '구슬과 옥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주옥편(珠玉篇)'이라고 하면 '구슬(진주)과 옥처럼 아름답고 훌륭한 문예 작품'을 이른다. 즉 (많은 작품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작품을 뜻하는 낱말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각종 모임이 많이 이루어진다. 연말 모임 중에서 나는 문학행사에 참석하면 얻어 가지고 오는 게 많다. 돈 안들이고 귀한 보석(珠玉)을 가슴 가득 담아 온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필요한 '자양분'
이것들은 빈 가슴을 가진 이의 영혼을 풍성하게 한다. 거친 직무 환경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이에게 필요한 자양분이다.
반갑게 맞아주는 우리 고장 문인들의 주옥같은 말씀을 듣고, 갓 산고(産苦)를 치르고 나온 책자를 펼치면 뽐내지 않고 살짝 숨어 있는 수줍고 부끄러워하는 작품을 만난다.
그렇다. '고놈'은 정말 드러내지 않고 살짝 숨어 있다. 오, 아름다워라. 수 백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책자에서 마음에 드는, 가슴에 와 닿는 글은 이렇게 뽐내지 않고 조용히 숨어 있다.
우선 동시 한 편을 감상해 보자. 50여년간 책을 읽어온 사람이 몇 번을 되짚어 읽어도 해석되지 않는 불가해(不可解)의 언어가 아니다. 그 어느 대목에서도 티끌만한 현학(衒學)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렇게도 평이한 언어로 쉽게 읽히게 만들었을까. 좋은 글은 역시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히지만 담고 있는 뜻은, 던지는 메시지는 깊고 절실하다.
더구나 갈등과 다툼이 심한 사회에서, 그래서 불철주야 긴장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도 담겨 있어 한 번 읽고 덮어두기 어렵다.
동시
나의 기도
/ 류인걸
제 것은 무엇이든
꼭 쥐고
놓지 못하는
오그라든 손을
펴지게 하여 주십시오.
행여, 제 것이 다칠까봐
마음 졸이며
감추고
꾸미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열어
참 마음의
만남이게 하시고
꾸밈없는
나눔이게 하십시오.
- 2009.『문학시대』제23집 291쪽
지난 달 타계하신 논강(論江) 김영배 선생님의 시도 빈 가슴에 담고 싶은 주옥이다.
母情
/ 김영배
무릎을 베고 누우면
둥근해가 떠오르고
품안에 안겨들면
보름달이 돋는 동산
둥기둥 자장가 소리에
소우주의 별이 뜬다
두팔 벌려 안아보면
보살같이 믿어운 몸
입가에 흐르는 미소
햇살되어 피어날 제
이 세상 백가지 시름
안고 도는 물레방아
-2009.『문학시대』제23집 97쪽
다양한 특집을 담은 <문학시대> 23집 출판기념회
이날 행사는 그 어느 해 문인들의 송년행사보다 다채로웠다. 어느 행사든 그 행사를 더욱 빛나게 하는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진행자다.
필자는 늘 그런 생각을 해 왔다. 행사의 성공 여부는 사회자의 매끄러운 진행에 있다고. 이번 출판기념회의 사회는 본 회 시분과 위원장인 전민 시인(한국시문학 문인회 대전충청지회장)이 맡았다. 특유의 유려한 목소리에다가 센스 있는 멘트가 때론 숙연하게, 때론 열기 넘치게 장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먼저 지난 달 타계하신 수필문단의 거목 고 김영배 선생님의 추모식이 따님인 김성숙 시조시인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었다.
명예회장인 최송석 시인의 추모사에 이어 변재열 시인과 조근호 시인의 추모시 낭송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어서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인 김용재 시인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에 펴낸 책만큼 바쁘고 마음이 급했던 적이 일찍이 없었다"면서 "문단 밖 일이라고 하지만 국가의 일이고, 중대한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루지 않을 수 없었던 '문인들이 본 행정중심복합도시' 특집과 '다시 읽는 李在福 선생의 詩', 그리고 '수필문학의 정상 김영배 선생 추모특집', '문학시대 한마당 지상 초대 특집' 등 여느 해와 다른 소중하면서도 다양한 특집을 꾸미는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문인들께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김영훈 아동문학가가 제2회 '문학시대 문학대상'을 수상해 큰 박수를 받았고, 박상규 시인이 '문학시대 우수작품상'을 받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후배 문인들에게 늘 자극을 주는 덕담과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송백헌 심사위원장(문학평론가, 충남대 명예교수)의 심사평에 이어 수상자들의 겸손한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따뜻한 인정으로 받은 귀한 책자
저녁식사를 겸한 '친교의 시간'까지 모두 마치고 나오는데, 문 앞에서 송백헌 박사가 필자를 다정하게 불렀다.
"윤 선생, 윤 선생에게 무어라 고마운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치안 일선에서 남달리 고생하면서도 늘 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좋은 글을 써주니 말이오. 우리 이렇게 헤어지는 게 아쉬우니, 술 한 잔 더 하면서 정담이나 나누고 갈까?" 하면서 내게 '2차'를 제안했다.
그런데 이때 마침 직장에서 '긴급 문자 메시지'가 날아오는 것이 아닌가. '비상대기'하라는 문구였다.
"박사님, 제가 오늘 차를 가지고 왔어요. 술은 못하고요, 좋은 말씀이나 더 듣고 가지요" 라하니까, 송백헌 박사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봉투에서 책을 한 권 꺼내준다.
"윤 선생, 이거 읽어 봐요. 내가 참여했던 학술세미나 책자인데, 윤 선생이 근무하는 지역이 마침 대덕구 지역이니, 좋은 자료가 될 거요."
뜻하지 않은 횡재(?)다. <동춘당 禮사상의 현대적 활용>(대덕학 학술세미나1, 2009년 12년 9일 대덕문화원 발행)이란 책자인데, 이렇게 귀한 책을 여기서 얻다니, '덤으로 얻은 책'치고는 가히 '보물급'이었다.
※ 이 책자에는 <동춘당 송준길의 예사상> - 송인창(대전대 교수), <동춘당의 예학 경향과 예문화 전개>- 한기범(한남대 교수) 등의 글과 황의동(충남대 철학과 교수)의 논평, 송백헌 충남대 명예교수의 논평 등이 실려 있다.
가치 있는 삶과 행복감
연말 문학 모임에서 내가 받아가지고 온 책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포함하여 5권이나 된다.
집에 들어 온 시간이 자정 가까이 되었지만, 나는 문학모임에서 챙겨온 보배로운 '구슬'과 '옥'을 그냥 팽개치고 잠을 들 수가 없었다. 참으로 가치 있는 세계를 큰 돈 들이지 않고 여행하고 있으니,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행복감이 절로 밀려온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평범하지만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수필문학인입니다. 이 글은 디트뉴스24, sbs블로그, 대전문인총합회 카페 등에도 소개합니다.
2009.12.13 18:36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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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문학 모임에서 받은 책 5권, 행복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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