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367)

― '이와 같은 부류의 인간 존재', '다양한 부류의 지지' 다듬기

등록 2009.12.14 20:52수정 2009.12.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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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이와 같은 부류의 인간 존재

 

.. 이와 같은 부류의 인간 존재는 중대한 사회악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  《A.C.피구우/송기철 옮김-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문교부,1958) 13쪽

 

 "인간(人間) 존재(存在)는"은 '사람은'이나 '사람들은'으로 손봅니다. "의심(疑心)할 여지(餘地)가 없는"은 "의심할 데가 없는"이나 "틀림없는"으로 손질하고, '중대(重大)한'은 '크나큰'이나 '대단한'이나 '어마어마한'이나 '끔찍한'으로 손질해 줍니다. '사회악(-惡)'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사회에서 몹시 나쁜 무엇"이나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엇"쯤으로 다듬으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 부류(部類) : 동일한 범주에 속하는 대상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어 놓은 갈래

 │   - 닭과 오리는 같은 부류에 속한다 / 육지 생물을 부류에 따라 나누어 보았다 /

 │     남을 비평하는 것으로 일삼는 부류 / 그런 부류는 절대 아니었다

 │

 ├ 이와 같은 부류의 인간 존재는 사회악이다

 │→ 이런 부류 사람들은 사회악이다

 │→ 이와 같은 사람들은 사회에 나쁘다

 │→ 이런 사람들은(이들은) 사회를 어지럽힌다

 │→ 이들이 있으면 사회에 도움이 안 된다

 └ …

 

 국어사전 말풀이를 들여다보면 이모저모 길게 적어 놓았지만, 한자말 '부류'는 다름아닌 '갈래'를 가리킬 뿐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말로 하자면 '갈래'요, 한자말로 하자면 '부류'입니다. 우리 말은 우리 말이고 한자말은 한자말이기 때문에, '부류'는 우리 말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으레 바깥말로 '카테고리(Kategorie)'를 읊기도 하는데, 이런 말을 쓰고픈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말을 써야 할 테지만, 이런 말을 이 사람 저 사람 두루 쓴다고 하더라도 우리 말이 될 수 없습니다.

 

 '카테고리' 또한 국어사전에 실려 있습니다. 낱말풀이를 보면 '= 범주'로 되어 있고, 다른 한자말 '범주(範疇)'는 다시금 "동일한 성질을 가진 부류나 범위"라는 풀이말이 달립니다. 그러니까, '카테고리 = 범주 = 부류'가 되는 셈이고, 이 말마디는 모두 '갈래'라는 우리 말 쓰임새를 내리누르면서 이곳저곳에 함부로 쓰이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이런 글흐름과 말흐름을 못 느끼고 있을 뿐이요, 우리 스스로 우리 글과 말을 어지럽히고 있으나 우리 스스로 안 깨닫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 스스로 알맞고 바르게 가누어야 할 글과 말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않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 엉뚱하고 엉터리인 글과 말을 자꾸자꾸 끌어들이고 있는 노릇입니다.

 

 ┌ 이와 같은 사람들

 ├ 이런 사람들

 ├ 이 사람들

 ├ 이들

 └ …

 

 보기글에서는 "이와 같은 사람들 모습"이나 "이와 같은 사람들 매무새"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함은"처럼 풀어도 괜찮고, "이와 같은 사람들이 있음은"처럼 풀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나 "이들"처럼 아주 단출하게 풀어내어도 됩니다. 아니, 처음부터 이처럼 단출하게 적어 놓았으면 그만이 아니었느냐 싶고, 우리는 이와 같이 수수하면서 깔끔하고, 조촐하면서 알맞춤하게 쓰던 말투와 글투를 모두 내동댕이치고 있구나 싶습니다.

 

 ┌ 같은 부류에 속한다 → 같은 갈래이다 / 갈래가 같다

 ├ 부류에 따라 → 갈래에 따라

 ├ 일삼는 부류 → 일삼는 무리 / 일삼는 찌끄레기 / 일삼는 사람들

 └ 그런 부류 → 그런 놈들 / 그런 사람들 / 그런 치

 

 보기글 흐름을 살펴본다면, 사회를 어지럽히는 누군가를 가리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나 '무리' 같은 말마디를 넣어도 잘 어울리고, '치' 같은 낱말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놈들'이나 '놈팽이들'을 넣어도 제법 어울립니다. 또는, '바보들'이나 '멍텅구리들'을 넣어 봅니다. '쥐대기들'이나 '어리보기들'이라는 낱말을 넣으면서 말맛을 북돋워도 재미있습니다.

 

 

ㄴ. 다양한 부류의 지지

 

.. 오늘날 '녹색' 가치는 상승세에 있으며, 놀랍도록 다양한 부류의 지지를 받고 있다 ..  《어니스트 칼렌바크/노태복 옮김-생태학 개념어 사전》(에코리브르,2009) 18쪽

 

 '녹색(綠色)'은 '푸른'이나 '풀빛'이나 '푸름'으로 다듬고, '가치(價値)'는 '값어치'나 '자리'나 '뜻'이나 '이야기'로 다듬어 봅니다. "상승세(上昇勢)에 있으며"는 "올라가고 있으며"나 "발돋움하고 있으며"나 "높아지고 있으며"로 손보고, '다양(多樣)한'은 '수많은'이나 '숱한'으로 손봅니다. "지지(支持)를 받고"는 "손뼉을 받고"나 "믿음을 사고"나 "힘을 받고"로 손질해 줍니다.

 

 ┌ 다양한 부류의 지지를 받고 있다

 │

 │→ 다양한 부류한테서 지지를 받고 있다

 │→ 수많은 갈래에서 손뼉을 받고 있다

 │→ 수많은 곳에서 믿고 따르고 있다

 │→ 숱한 사람들한테서 믿음을 사고 있다

 │→ 숱한 곳에서 믿음을 사고 있다

 └ …

 

 이 자리에서는 한자말 '다양'과 '부류'와 '지지'를 그대로 둔 채, "다양한 부류한테서 지지를 받고"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이만큼이라도 글을 적을 수 있으면 반갑습니다. 그렇지만, 이러저러한 한자말을 쓰고 안 쓰고를 떠나, 우리 말투를 옳게 바라보거나 가누거나 가꾸는 사람을 만나기란 대단히 어렵습니다. 더욱이, '한자말도 우리 말인데 왜 털어내느냐' 하면서 따지는 분들은, 낱말 하나하나를 돌아보려고 하는 매무새도 얕지만, 낱말과 낱말이 엮이는 말투를 들여다보는 눈썰미 또한 얕습니다. 모든 한자말을 굳이 덜어내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으나, 꼭 써야 할 까닭이 없는 한자말을 하나하나 털어내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 잊거나 잃어버렸던 말투를 되찾기도 하고, 한자말이 어지럽히기도 하는 여러 갈래 말투를 쓰다듬어 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쓰는 웬만한 한자말은 지난날 한국땅 지식인이 쓰던 한자말이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치르면서 일본 제국주의자가 이 땅에 심어 놓았던 한자말이곤 합니다. 지난날 한국땅 지식인이 쓰던 한자말은, 우리 삶터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쓰던 한자말이 아니라, 중국 사대주의에 젖어 있을 때 중국한테서 받아들인 낱말입니다.

 

 홍대용 같은 실학자는 《을병연행록》이라는 책을 한문과 한글 두 가지로 썼는데, 그 까닭은 한국땅 지식인한테 읽히자면 이 나라 지식인들이 한글을 모르거나 깔보기 때문에 한문을 쓸밖에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나라 여느 사람들이 우리 스스로 우리 삶터를 가꾸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기에 '틀림없는 한국사람 말'인 한글로 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푸른' 이야기는 높아지고 있으며, 놀랍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다

 ├ '풀빛'이 선 자리는 높아져 가며, 놀랍도록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따르고 있다

 ├ '푸름'이라는 말마디는 높아지며, 놀랍도록 많은 이들이 반기거나 따르고 있다

 └ …

 

 우리한테 한자말은 '한자로 지은 낱말'이기만 하지 않습니다. 지나온 발자취가 말해 줍니다. 지나온 나날에 지식권력자가 여느 사람들을 깔아뭉개거나 짓누르던 발자취가 이야기해 줍니다. 지난날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식권력자가 정치와 사회와 경제와 교육 들을 휘어잡으면서 우리들을 억누르는 매무새가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될는지 모릅니다만, 우리한테는 토박이말을 살려서 쓰느냐 안 살려서 쓰느냐, 또는 한자말을 쓰느냐 안 쓰느냐는 하나도 크게 따질 대목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한테 가장 알맞춤하다 싶은 낱말과 말투가 무엇이냐를 곰곰이 따져야 하며, 우리 삶터를 살찌우거나 북돋우거나 살리는 낱말과 말투가 무엇이냐를 깊디깊이 살펴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 생각을 키우고, 우리 넋을 아름다이 돌보며, 우리 마음자리를 거룩하게 이끌어 주는 낱말과 말투를 톺아볼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이러는 가운데 토박이말이든 한자말이든 영어이든, 우리가 제대로 가리고 추리고 솎으면서 참답게 써야지, 무슨무슨 말만 쓰고 어느어느 말은 손사래친다고 하는 그런 쪼개기란 부질없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말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생각에 따라 삶이 바뀌는 가운데, 삶에 따라 생각과 말이 바뀝니다. 이런 고리를 느낄 수 있다면, 우리가 어느 낱말을 골라서 쓰고 어떠한 말투로 갈무리해서 써야 하는가를 맑고 밝게 알아채거나 붙잡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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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4 20:52ⓒ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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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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