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법적 지위 넘어 대학생 학습권 쟁취해야"

[인터뷰]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본 김동애, 김영곤 선생님

등록 2009.12.17 15:09수정 2009.12.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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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렸다. 나는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에서 활동을 하며 노동자대회에 참가하였다. 노동자대회 시작 전 전국대학생들이 모여서 사전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학생이 아닌 어르신 두 분이 피켓을 들고 사전 대회 장소에 함께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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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전국 대학생 사전 대회에 피켓을 들고 있는 김영곤 선생님 ⓒ 배성민


'대학강사 교권지위 회복! 대학생 학습권 고등교육법 개정!'
'이기수 총장은 강사 75명 해고철회! 대학생의 학습권 보장하라!'

피켓을 보고 두 분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대학 강사 교권지위 회복과 고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810일 넘게 텐트 농성을 하고 있는 김영곤, 김동애 선생님이었다. 전국노동자대회를 가기 전 김영곤 선생님 앞으로 메일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기사 잘 봤습니다. 부산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 부탁합니다."

김영곤 선생님은 "시급 4만3천원... 그래도 시간강사가 박봉인 이유"라는 기사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 그 기사는 부산대 비정규교수노조 유윤영 분회장의 간담회에 대한 기사였다. 이메일에는 비정규교수에 대한 자료와 김영곤 선생님이 활동하고 있는 사진이 있어 노동자대회에서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이메일 받았던 부산에서 대학생사람연대 활동하고 있는 배성민입니다."
"오 반가워요. 안 그래도 부산 학생들에게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얘기 할 수 있죠?"

김영곤 선생님은 부산에 한나라당 의원이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인 김세연 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달라고 하였다. 혼자 시작해도 좋으니 빠른 시간 내에 진행했으면 하는 부탁이었다. 서울에서는 심대평 의원 앞, 임해규 교과위원 지구당사 앞, 국민대본관, 서울대 본관, 고대본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앞, 교과부 앞, 국회 앞 등에서는 대학생, 홍세화 선생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부산에서는 김형오 국회의장도 있고 여러모로 1인 시위가 큰 의미가 있어요. 여러분이 나서서 이번 문제 같이 해결해봅시다. 사실 대학 시간 강사 문제가 우리 처우 문제 뿐만 아니라 대학생 학습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건 여러분의 문제이기도 하죠. 김세연 교과위원 사무실 앞에서 먼저 시작해봅시다."
"네. 부산에 내려가서 바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전국노동자대회에 갔다 온 후 12월이 되어서야 대학생사람연대 회원들과 김세연 교과위원 지구당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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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장전동 김세연 교과의원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 중 "김세연 교과위원은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하고 대학생 학습권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견하라!" ⓒ 배성민


처음엔 우리 처우 문제, 하지만 이제는 대학생 학습권

김영곤, 김동애 선생님이 주장하시는 내용 중 유독 대학생 학습권이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왜냐하면 시간강사의 처우 문제를 뛰어 넘어 대학교육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대학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김영곤, 김동애 선생님과 대학생학습권에 초점을 맞추어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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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넘게 국회 앞에서 '시간강사 법적 지위 보장 및 대학생 학습권 보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을 주장하며 텐트를 치고 김동애, 김영곤 선생님께서 농성을 하고 있다. ⓒ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본


- 벌써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한 지 820일 이상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한 건가?
김동애 : "17대 국회에서 민노당(최순영의원), 열린우리당(이상민의원), 한나라당(이주호의원)이 각기 대표 발의했다. 더구나 대선과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3당이 모두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을 내용으로 한 법안이었으므로 법안통과를 목표로 시작했다."

- 처음에는 시간강사 처우 문제에만 집중을 하고 법정 지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대학생 학습권에 대한 내용을 주장하기 시작한 건지?

김동애 : "1992년 전국강사들이 전국강사노동조합을 만들고 처우개선과 교원지위회복 청원운동도 했다. 그러나 대학 측의 탄압과 회유로 전국 조직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오직 노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곳은 영남대분회 한 곳뿐이었다. 1999년 김동애가 강사들의 문제를 고발하겠다는 목적으로 소송을 시작하고 노조가 연대하면서 조직이 탄력을 받았고, 다시 조직이 확대 되었다(7개분회).

성과로는 노동부 단시간노동자 권리 인정, 퇴직금소송고법승소(강사의 강의 시간은 3배로 환산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강사의 차별인정 교과부에 강사의 신분보장과 물적급부를 포함한 처우개선 권고안을 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교원법적지위쟁취 특별위원회(2006.8.25)를 구성하여 교원지위 회복 투쟁 집중하며 9개분회로 조직 확대되었으나, 대학의 회유와 강도 높은 투쟁이 장기화하며 노조 간부들이 개량화되거나 투쟁에서 탈락했다.

2009년 6월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가 결성하여 투쟁의 주체가 강사 교수학생 학부모 노동자 시민으로 확산되고, 목표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을 통한 대학생의 학습권 쟁취로 나아갔다."

- 대학생 학습권이라는 말은 한국 사회에서 생소한 개념이다. 좀 자세히 설명해달라.

김영곤 : "대학은 학생이 초중등과정을 거쳐 들어와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교육의 마무리 과정이다. 그러므로 대학은 대학생에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구체화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공동체를 살리고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하는 조건이 따른다. 이런 과정을 거치려면 학생 먼저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것을 전공과 현실을 고려하여 충분히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정부나 기업에서 필요한 것만 주입식으로 가르쳐 사회에 내보내는데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강사가 군사독재에 비판적이고 학생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강사의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대학생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토론식 수업을 해야 한다. 이럴 경우 학생은 사회에 나가서도 평생 학습하는 자세를 몸에 붙여 자신이 할 일을 계속 갱신하며 90세까지 일할 수 있다.

대학이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대학교육의 절반을 맡는 젊고 진취적인 강사가 자신의 학문을 소신과 양심에 따라 연구 강의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09년 7월 전국에서 5천〜1만여명의 강사를 해고하고 중앙대 진중권 겸임교수(강사)가 해고되는 과정에서 보았듯이 강사는 무권리한 상태이다.

이러한 강사가 자신의 학문을 소신과 양심을 갖고 연구 강의 교육을 진행할 수 없으며, 전임교수도 천적이 없는 상태다. 그 피해자는 학생이다. 그러므로 대학생의 학습권은 강사의 교육권과 표리관계를 이룬다.

아울러 강의의 질을 충실하게 학생의 요구에 맞추는 학생주도 토론식 수업을 도입하고, 한 강좌의 수강생을 25명 이하로 낮추고, 학점위주의 상대평가에서 벗어나 절대평가 또는 구술 평가로 바꾸어야 한다.

대졸자를 채용하는 정부와 기업도 학점위주의의 평가 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강의 내용에서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한다는 원칙 아래 지역의 교육 경제 전통 지속가능성의 순환 구조를 가르쳐야 한다. 특히 이것은 서울에서 먼 지역에 위치한 대학일수록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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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본 사이트에 올라온 '지식사회에서 대입원서 쓰는 방법' ⓒ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본


- 대학생 학습권이 보장 된 다른 나라의 사례가 있나? 있다면 간단히 라도 예를 들어 설명 해달라.

김영곤 : "세계에서 강사의 교원지위가 없는 나라는 아시아에서 군사독재를 거친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셋뿐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강사가 교원이며 국가는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편다. 유네스코 역시 학생의 학습권을 규정하고 있다. 잘 알다시피 유럽에서는 학생이 대학에 다닐 권리를 보장한다. 그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등록금의 무료이다. 한국도 등록금을 공공화하여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고 유럽이 지식사회로 진입하던 1968년 5월 프랑스의 대학생은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고 고용대책을 요구하고 암기위주 교육을 거부하며 대학혁명을 이룩했다. 또 대학들 사이의 서열을 파괴하고 이름도 파리1, 2, 3...대학 하는 식으로 바꾸었다.

우리사회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핀란드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가르치면서 학생의 요구와 정도에 맞추어 교육을 하고, 네덜란드는 학생이 하고 싶은 일을 정한 뒤 대체로 자신이 사는 곳에 위치한 대학에 들어가서는 현실을 바탕으로 바로 연구에 들어간다. 교실의 구조도 학생들이 칠판을 향해 앉는 교수 위주의 구조에서 학생과 학생 그리고 교수가 의견을 소통하는 원형 구조가 주류이다."

"대학생은 사회에 나가 이웃과 행복하게 살 방법을 배울 권리가 있다!"

-대학생 학습권을 살리기 위해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영곤 : "대학생의 학습권이라는 말은 대학생에게 낯설다. 먼저 대학생에게 학습권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암기위주 주입식 교육으로 학점과 스펙을 쌓아 A학점을 받아 정부와 기업에 정규직으로 가도 그는 곧 사오정이 되거나 기업의 이익을 대리하여 공동체와 지속가능성을 파괴하는 업무를 감당해야 한다. 대학생은 이런 패턴을 벗어나 사회에 나가 이웃과 행복하게 살 방법을 배울 권리가 있다. 더 이상 대학의 외형만 불려주는 봉이 아니어야 한다.

대학 당국이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에 찬성하고 대학의 카르텔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국회에 계류 중인 고등교육법 개정안 반대를 철회하도록 학생이 대학에게 압력을 가해야 한다. 각 대학에서 총장 면담, 1인시위, 학생회의 결의 등의 방법으로 고등교육법 개정 활동을 하고, 전국 대학생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국회의원에게 면담 일인시위 등으로 압력을 가해야 한다. 대학생의 전국 조직도 학습권 회복을 학생운동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 대학생사람연대와 같은 학생운동 단체가 용산참사 문제의 해결, 초중등학교의 무상급식과 아울러 이 문제를 학생운동의 3대 과제로 삼았다.

학부모 역시 자녀가 대학에 다닐 때는 성인이라는 이유로 방치하다가 졸업한 뒤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보고 후회하지 말고 자녀의 대학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학부모단체 지역사회단체가 지역에 있는 대학의 강의실을 참관하고, 학부모는 학생과 함께 법이 규정한 대학평의회 구성을 요구하고 이에 참가해야 한다. 초중등학교의 운영위원회를 대학에 확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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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본 본부장인 김동애 선생님.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대학강사 교원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본


- 830일 이상 농성을 하고 있는데 작은 성과라도 있는지?

김동애 : "국회 앞 1인 시위는 2006년 9월 5일부터 시작했고 천막농성은 일년 뒤 2007년 9월 7일부터 시작하며 17대 교과위에 법안이 상정 되어 법안심시소위에서 논의했고 17대 국회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그러나 18대에 다시 고등교육법개정안이 발의(이상민 의원 2008.8, 김진표 의원 2009.11)했다. 투쟁 참여도 학생 학부모 시민 등으로 확대했다. 국민이 대학 강사 문제를 널리 알게 됐다. 국회에서도 여야의원이 대체로 고등교육법개정안 의결로 교원지위 회복을 해야 한다고 인식이 바뀌었다."

- 현재 국회에 시간강사 법적지위를 부여 하는 법이 상정됐다고 들었다.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동애 : "강사를 교원으로 바꾸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18대에 들어와서도 2008년 8월 이상민(자유선진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2009년 11월 김진표(민주당 최고위원) 권영길(민주노동당) 조승수(진보신당) 의원 등이 발의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교원지위 없는 강사, 학습권을 유린당하는 대학생의 처지를 고려해 대학의 로비를 물리치고 법안을 의결하기 바란다."

-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김영곤 : "대학은 돈이 많다. 더 이상 등록금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들은 바로는 H대학은 학생이 14000명인데 연 수입 2000억원 가운데 800억원이 남고, 토지를 800만평이나 매입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학생은 등록금 반액 요구에 주력했다. 대학 자체에도 등록금 인하 요인이 있다.

전임교수와 강사가 각기 강의를 절반씩 담당하며 전임교수는 연보수가 1억여원인데 강사는 강의료가 9시간당 0.1억원(1인당 주 4.2시간에 487.5만원)이다. 강의원가 가운데 45%를 강의 교육 목적 외로 유용하는 것이다. 대학에게 등록금 45%를 인하를 요구하는 동시에 강의의 질 회복 차원에서 대학의 고등교육법 개정 찬성과 연계시켜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시간강사 #고등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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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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