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2.18 17:53수정 2009.12.1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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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두고 아이들과 오늘은 공부방에서 특별한 체험학습을 해 보기로 했다. 비누 만들어보기 체험학습이 그것이었다. 비누를 만들어 보는 것 뿐아니라 만드는 과정을 잘 관찰하고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글을 써보는 것이 오늘의 주제다. 교육계획안은 다음과 같다.
<수제 비누 만들기와 설명서쓰기>
1. 비누를 만드는 재료가 무엇인지를 알아본다.
2. 비누 만드는 과정을 자세히 관찰하며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기
3. 예쁘게 포장해서 가족들과 부모님께 선물하기
4. 비누 만드는 과정을 친구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기
처음 교육계획안을 만들어 제출할 때에는 수녀님과 우리 반 아이들 6명만 만들어 보기로 했으나 공부방 친구들이 모두 만들기를 원해서 힘들기는 했지만 40여명이 한꺼번에 자신만의 비누를 만들기로 했다. 친구와 나는 지난 토요일 아침 방산시장에 들러 비누 베이스와 비누 틀, 각종 부 재료를 미리 구입하고 비누 만들기를 준비했다.
2시 10분! 우리가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늦었다. 아이들은 비누 만들기를 한다는 말에 모두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누 만들기 수업이 시작되자 아이들은 호기심과 기쁨으로 가득찬 표정으로 "선생님~ 제가 할래요!" "선생님 저두요, 저두요!"를 외치며 평소 국어 수업시간에 문제집을 풀던 때와는 완전 다른 태도를 보였다.
"비누베이스를 녹이면 기포가 많이 생겨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되죠?" 하자 일제히 "알코올을 뿌려요~!"를 외치며 알코올이 든 스프레이를 들어 올렸다. 역시 직접 체험해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나 소중한 그리고 생생한 경험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비누베이스를 썰어 전자레인지에 녹이고 글리세린과 꿀도 넣어보고 자신만의 색깔도 넣고 포장을 하면서 아이들은 이미 마음 속에 크리스마스를 느끼는 듯 했다.
베란다에 내어둔 비누틀에서 예쁜 모양의 비누를 만지작 거리며 저마다의 비누를 들고 있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천사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수업하느라 시간도 많이 들었고 힘든 하루였지만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 상기된 표정이 우리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는 하루였다.
오늘 아이들을 지켜보며 새해에는 더 다양한 이벤트와 체험학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어 선생님이라고 해서 국어 교과 학습지만 풀게 만드는 것은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다음주에는 친구들과 비누 만드는 과정을 글로 써 보면서 복습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그때까지 오늘 배운것 잊지 않고 있어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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