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소심한 나, 술만 마시면 "덤벼요"

[술버릇] 끓어오르는 '음주 파이터' 본능, 어찌 할까요

등록 2009.12.20 11:34수정 2009.12.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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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다고 요즘도 그러진 않는다. 요즘같은 어려운 경기, 밖에서 사먹는 건 사치다. 지금은 술이 먹고싶을 때, 집에서 간단히 먹는다. 꼬장부릴 염려도 없고 값도 저렴하다. 절대 친구가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 김종욱


나는 아주 소심하고 사람들과 다투는 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불화가 생기더라도 대부분 속으로 삭히고 그냥 웃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겉으로는 항상 '헤헤'거리며 웃지만 속으로는 계속해서 '불만'과 '짜증'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은 나 말고도 몇몇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그러한 사람들은 어떠한 '계기'가 생기면 '폭발' 한다. 속에 쌓여있던 짜증들을, 어떠한 계기로 엉뚱한 한 사람에게 퍼붓는 것이다.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상당히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학교 다닐 적에는 아이들과 불화도 많았고, 마음먹고 제대로 해보자고 했던 일은 대개 실패로 끝났다. 또 대학 입학 후에는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오버'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한 소문'을 낳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도 못했다.

[에피소드①] 대학선배 멱살잡고 울어버리다

대학교에 다닐 때 학과 친구들, 동아리 사람들과 술을 종종 먹었다. 술과 사람을 좋아했고 성격이 활달해 거의 매일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고, 겉으로 보기엔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평온한 나날들은 얼마 가지 않았다. 작은 말다툼까지 마음속에 담아두는 소심한 성격 탓에 어느날,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동아리 형들과 함께 술을 마셨을 때였다. 역시나 술이 거하게 취했던 그날, 서로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다지 큰일도 아니었다. 얼마 뒤 함께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언제 어디서 만나는 게 좋을지 조율하고 있었다. 술을 과하게 먹어 성격이 급해질 만큼 급해진 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내 의견을 강하게 어필했고, 만만치 않게 술에 취했던 동아리 형도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기 시작했다. 술로 인해 이성을 잃었던 나는 그런 분위기는 안중에도 없었고, 결국 술잔을 깨고 동아리 형의 멱살을 잡았다.


워낙 소심한 성격인 데다 상대방을 때려본 적이 없어 금방 꼬리를 내렸지만 분위기는 삭막했다. 다른 사람들도 술에 많이 취한 상태라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답답하고 억울해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스무살이 넘은 다 큰 청년이 사람들 많은 술집에서 울어버린 것이다. 당황한 사람들은 급히 나를 말리기 시작했지만 한 번 터진 울음은 쉽사리 멈춰지지 않았다. 결국 나의 의견대로 하기로 한 뒤에야 조금 수습이 됐다.


[에피소드②] 이등병, 상병과 맞짱뜨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보사 생활 덕분에 군대에 늦게 간 것도 억울한데, 난 소위 말하는 '꼬인 군번'이었다. 중대 103명 중에 병장이 3명, 30명 소대 중에 병장 1명과 상병 4명. 그 외엔 다들 일병 이등병인, '병장까지 막내' 군번이었다(병장을 달자 소대원이 18명에 불과했고, 그중 나는 서열이 9위였다).

우리 부대는 100일 휴가 전에는 외박이 금지돼 있었다. 하지만 웬 걸, 잘 풀리지 않았던 나의 생활에 꽃이라도 피듯 자대에 온 지 채 한 달도 안 돼 분대단체외박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술에 몹시 굶주렸던 나는 분대원들과 함께 즐거운 외박에 나섰다. 일정은 간단했다. 아침식사로 감자탕과 소주, 점심엔 자장면과 소주, 저녁엔 고기와 소주. 그리고 이튿날인 일요일은 복귀를 해야 하기에 마냥 PC방에 머물렀다.

첫 외박, 설레는 마음을 안고 분대원들고 함께 나왔다. 우리 부대는 외박시에는 선·후임병이 아닌 형·동생으로 불렀고, 그 중 나는 분대장과 동갑이라 큰 어려움 없이 분대원들과 어울려 놀았다.

어느 부대건 간에 신병들을 교육시키는 '까칠한 선임병'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소대에도 군기를 잡는 선임병이 있었다. 비록 우리 분대는 아니었지만 친누나가 면회를 온 관계로 우리 분대와 함께 외박을 나왔고 계속 함께 어울려 다녔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 에이앤디 픽쳐스


그러던 중 외박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저녁시간에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세상에 어느 이등병이 군기잡는 선임병, 게다가 나보다 한살 어린 고참을 좋아라 하겠는가. 예전부터 쌓였던 불만은 술을 먹으면서 터지고야 말았다.

그의 누나가 옆에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그간 쌓였던 불만을 끝이 없이 토해냈다. 보다 못한 선임병이 잠시만 따라나오라고 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화를 내다시피하며 불만을 얘기했다. 그러던 순간 그 선임병이 주먹을 쥐는 것을 봤고, 거칠게 따라나오라고 하면서 나를 끌어냈다.

그런 순간에도 술은 나를 용감하게 만들었다. 박차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냥 여기에서(식당 안, 게다가 선임병의 누나가 보고 있는 앞) 싸우자고 했다. 마음 속 한켠에는 누나가 말려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서 말이다.

결국 그 선임이 백기를 들었다. 술 취한 상태에서 한 말을 가지고 싸우긴 그렇다면서 그냥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도 다시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술을 따라 마셨고, 그냥 술로 인한 일이니 넘어가기로 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술은 그렇게 쉽게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같이 숙소를 잡았던 선임병과 또 말다툼을 한 것이다. 무슨 일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숙소 안에서 서로 성질을 내고 소리를 지르며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 마찬가지로 술로 인한 일이라며 서로 화해했지만 역시 술이 나를 공격적으로 만든 것이다.

[에피소드③] 욕설하고 안경 던지고...경찰관에게 덤비다

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대학교 4학년 2학기 수업이 듣기 싫어 교수님에게 직장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지금은 '시골' 한 군데 밖에 추천할 곳이 없다고 했다. 정말 수업을 듣기 싫었던 나는 그곳도 괜찮다며 그 직장에 취직했다. 그곳이 바로 지금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 '남해군'이다.

도시 '부산'에서 살다 시골로 오니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없고 혼자 거주하니 평소에 할 것도 없었다. 따라서 외로움이 끝을 향해 달렸다. 그러다 직장에서 고등학교 선배를 만나게 됐고,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남해에 거주한 지 2주만에 고등학교 선배와 함께 술자리를 하게 됐다.

남해에 온 이후 자주 술을 마셨지만, 이날만큼은 정말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거하게 마셨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대며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집 근처에 주저앉아서 잠시 몸을 진정시키다가, 그 자리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졸린 눈을 비비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더니, 웬 경찰관이 뭐라 뭐라 말을 하는 것 아닌가. 그는 "집이 어디냐"고, "술 취해서 길가에 앉아있지 말라"고 말했다.

그때 이미 이성은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경찰에게 욕을 퍼부으며 내가 우리 집 앞에 앉아있는 게 잘못이냐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쓰고 있던 안경을 집어던지고 성질을 부린 것이다. 경찰들은 그런 나를 보며 혀를 끌끌 찼고, 결국 내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돌아갔다.

이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마 지난 뒤, 그때의 경찰을 만났을 때 알게 됐다. 그때 그 경찰은 나보고 어디서 본 것 같다며 말을 건네왔다. 하지만 그때도 남해로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그럴 리 없다며 농담을 건넸다가 그날 일을 전해들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아직도 지나가는 경찰차를 보면 그때 그 경찰관인지 확인부터 한다. 술을 마실 때마다 끓어오르는 '음주 파이터' 본능. 어찌하면 좋을까.

구구절절 늘어놓으면 이 일들은 '새발의 피'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는 것은,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도저히 못하겠다.

덧붙이는 글 | <그들의 특별한 술버릇을 공개합니다> 응모글입니다. 쓰고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자주 이런 '행패'를 부리진 않습니다. 지금도 이래본 적이 꽤 됐고요. 나쁜 사람은 아니란 말이죠.


덧붙이는 글 <그들의 특별한 술버릇을 공개합니다> 응모글입니다. 쓰고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자주 이런 '행패'를 부리진 않습니다. 지금도 이래본 적이 꽤 됐고요. 나쁜 사람은 아니란 말이죠.
#음주 #술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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