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쓴 겹말 손질 (80) 꿈과 비전

[우리 말에 마음쓰기 820] '혼자 독차지'와 '혼자 차지하기'

등록 2009.12.20 14:39수정 2009.12.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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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혼자 독차지

 

.. 티쭈는 정말이지 불만이 있을 수가 없었지요. 혼자 독차지하는 엄마 아빠의 사랑에다가 재산도 엄청나게 많았으니까요 ..  《모리스 드리용/배성옥 옮김,최윤경 그림-초록색 엄지소년 티쭈》(민음사,1991) 18쪽

 

 '정말(正-)이지'는 '참말이지'로 손보고, '불만(不滿)'은 '모자람'이나 '아쉬움'이나 '어려움'이나 '짜증' 들로 손봅니다.

 

 ┌ 독차지(獨-) : 혼자서 모두 차지함

 │   - 많은 재산이 그의 독차지가 되었다

 │

 ├ 혼자 독차지하는

 │→ 혼자 차지하는

 │→ 혼자 모두 차지하는

 └ …

 

 혼자 차지하는 일을 가리켜 '獨차지'라는 낱말을 쓰는데, '홀로 獨'이라는 한자를 앞에 붙일 수도 있을 터이나, 이보다는 '혼자'나 '홀로'라는 낱말을 넣어서 '혼자차지'나 '홀로차지' 같은 낱말을 새로 엮어내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나 혼자 차지하는"이나 "나만 홀로 차지하는"처럼 풀어서 적어도 잘 어울리고요. "나만 따로 차지하는"이라든지 "나만 모조리 차지하는"처럼 적어도 괜찮습니다.

 

 ┌ 홀로차지 / 홀로차지하다

 └ 혼자차지 / 혼자차지하다

 

 굳이 '홀로차지'나 '혼자차지' 같은 낱말을 안 빚어도 된다고 하겠으나, 이 같은 낱말을 얼마든지 빚어낼 수 있습니다. 따로 '홀로차지하다'나 '혼자차지하다' 같은 새말을 안 지어도 된다고 할 테지만, 이렇게 우리 나름대로 새 낱말을 지어내어 써도 좋습니다.

 

 ┌ 그의 독차지가 되었다

 │

 │→ 그 사람 혼자 차지하게 되었다

 │→ 그 혼자 차지하게 되었다

 └ …

 

 우리는 우리 토박이말로 우리가 쓸 새말을 빚어낼 수 있습니다. 아니, 빚어내야지요. 우리 스스로 우리 삶터에 뿌리내린 우리 토박이말로 우리 모두 즐겁고 넉넉하게 쓸 낱말을 지어야 합니다.

 

 다만, '홀로차지하다'나 '혼자차지하다'처럼 적고 싶지 않다면, "혼자 차지하다"나 "홀로 차지하다"로 적으면 됩니다. 관용구로 삼아서 적어 주면 됩니다. 차근차근 말힘을 돋우고 하나하나 글힘을 키우면 됩니다.

 

 

ㄴ. 꿈과 비전

 

.. 실은 그렇게 큰 꿈이나, 그렇게 큰 비전 같은 건 가지고 있지도 않았어요. 그저 평범한 여대생이죠 ..  《다카하시 신/박연 옮김-좋은 사람 (13)》(세주문화,1998) 158쪽

 

 '실(實)은'은 '터놓고 말하면'이나 '말하지 않았지만'으로 다듬거나 '이제까지'나 '여태껏'으로 다듬어 봅니다. "비전 같은 건"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비전이란"이나 "비전 따위는"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평범(平凡)한'은 '흔한'이나 '수수한'이나 '남과 다를 바 없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 비전(vision) : 내다보이는 장래의 상황. '이상', '전망'으로 순화

 │   - 비전이 없다 / 비전이 불투명하다 / 큰 비전을 세우다

 │

 ├ 그렇게 큰 꿈이나, 그렇게 큰 비전

 │→ 그렇게 큰 꿈이나, 그렇게 큰 생각

 │→ 그렇게 큰 꿈이나, 그렇게 큰 뜻

 └ …

 

 '이상(理想)'이나 '전망(展望)'으로 고쳐쓰라고 하는 '비전'이지만, 이 영어는 오늘날 아주 자주 쓰입니다. '우리 말 다듬기(국어순화)'를 해야 한다는 국어사전 풀이인데, 이 낱말을 국어사전을 뒤적이면서 찾아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궁금합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본 다음 고쳐쓰려고 마음먹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궁금합니다.

 

 '이상'이나 '전망'을 "앞을 내다보는 마음"입니다. "오늘날보다는 한껏 나아져 있으리라 믿는 앞날을 헤아리는 마음"입니다.

 

 국어사전에서 '꿈'을 찾아봅니다. 두 번째 말풀이에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고 적힙니다. 이루고 싶은 이상을 '꿈'이라 하는 셈입니다. 말풀이가 어딘가 얄궂다고 느껴지는 가운데, '꿈'이나 '비전'이나 '이상'이나 '전망'이나 말뜻은 살짝살짝 다를 테지만, 쓰이는 자리나 느낌은 엇비슷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거의 같은 느낌이나 뜻인 낱말을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제 할 말을 한결 또렷하게 나타내려는 마음이 아니었는가 싶어요.

 

 ┌ 비전이 없다 → 꿈이 없다

 ├ 비전이 불투명하다 → 앞날이 흐리다

 └ 큰 비전을 세우다 → 큰 뜻을 세우다

 

 때에 따라서는 '꿈'이고, 곳에 따라서는 '앞날'이며, 흐름에 따라서는 '뜻'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면, '비전'이라는 낱말은 우리가 오래오래 써 오던 '꿈-앞날-뜻'을 밀어내면서 끼어들었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밀어내거나 잊으려 했기 때문에 '꿈-앞날-뜻'이 '비전'한테 밀려난 줄을 느끼지 못합니다.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겹말을 씁니다. 이번에는 겹말이지만, 다음에는 "그렇게 큰 꿈, 그렇게 큰 비전"조차 아닌 "그렇게 큰 이상, 그렇게 큰 비전"이나 "그렇게 큰 전망, 그렇게 큰 비전"처럼 더욱 얄궂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 말맛을 잃거나, 우리 손으로 우리 말멋을 깎아내리지 않을까 근심스럽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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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0 14:39ⓒ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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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중복표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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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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