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황제'의 귀환, 이경규와 최양락의 엇갈린 명암

[예능진단 6] '저씨테이너' 이경규 업, 최양락 다운

등록 2009.12.20 15:31수정 2009.12.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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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예능은 남자로 통했다. 남자 예능인들이 모여 만든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20년간 예능계의 맏형님 역할을 해온 이경규이다. 그를 보자면 절로 '노장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부터 이경규는 강호동과 유재석에 가리면서 내리막길을 걸어 슬럼프를 겪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등 예능계에서 위치가 좁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으로 다시금 주목을 받으면서 역시 "이경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정한 '저씨테이너', 이경규의 예능인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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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는 맏형으로서의 모습과 후배를 사랑하는 모습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변화하며 다시금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 ⓒ kbs

남자의 자격에서 이경규는 맏형으로서의 모습과 후배를 사랑하는 모습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변화하며 다시금 대중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 ⓒ kbs

리얼버라이어티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가 <남자의 자격>에서 완벽하게 적응한 모습이기에 더욱더 주목받을 만하다. 그는 <남자의 자격>에서 맏형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밉상'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캐릭터를 변화해 완벽히 적응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경규는 근 20년을 요령을 피우며 어려운 일을 피해가는 식의 '밉상' 캐릭터를 유지해왔다. 또한 다른 출연진을 윽박지르며 독재자적인 성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는 '밉상' 캐릭터를 유지하되, 독단적인 캐릭터의 모습을 버렸다.

 

가령 '국민할매' 김태원과 함께 여전히 게으른 모습을 보여주며, 여전히 틈만 나면 요령을 피운다. 하지만 이제껏 함께 출연한 후배들과 형성한 관계에서는 독재자의 모습이 아니라 김국진과 이윤석, 김성민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김국진은 이경규의 천적으로 불릴 만큼 그에게 촌철살인과 같은 말을 쏟아내며 또한 김봉창으로 불리는 김성민은 통제가 불가능한 4차원 캐릭터로 이경규의 독단적인 캐릭터를 변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캐릭터 변화는 이경규가 진정한 예능인이라는 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가 독단적인 진행을 함으로써 마치 독재자처럼 느껴졌고 이러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싫증을 느꼈다. 이는 <라인업>의 실패를 거울 삼아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적절하게 포착해내는 예능감각이 여전하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맏형으로서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일궈나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리얼버라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은 죄다 고생스럽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체험을 하기 때문에 체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경규가 리얼버라이어티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남자들의 아지트를 만들어도, 마라톤에 참가해도 그는 예전처럼 요령을 피우지 않는다.

 

오히려 리드하면서 힘든 과정을 맏형으로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들어서는 동생들을 챙기는 진짜 맏형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제에서도 이경규는 다리를 절뚝거리고 구토증세로 고생해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여기에 '국민약골' 이윤석의 안부를 재차 물으며 후배를 걱정하는 모습과 자격증 미션에서는 제과제빵 학원에서 모카빵을 만들어 후배들과 스태프들을 챙기는 모습 등 그는 후배를 챙기는 넉넉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사실, 그는 이제껏 예능이라는 정글에서 버티면서 인기와 슬럼프를 반복해왔다. 그리고 위기에서 그는 매번 힘을 발휘했다. 또한 그의 장기인 중간 페이스를 적절하게 오가며 다시금 대중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유재석과 강호동처럼 전성기를 맞지 않았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절친노트>를 시작으로 <스타 주니어쇼 붕어빵>과 <이경규의 복불복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여전히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며 꿋꿋하게 버텨나가고 있는 그는 진정한 예능인이라 불릴 만하다.

 

추억을 파는 최양락, 예능감각을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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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락은 토크 버라이어티쇼에서 자신만의 예능감각을 찾아야만 진정으로 재기에 성공할 것이다. ⓒ sbs

최양락은 토크 버라이어티쇼에서 자신만의 예능감각을 찾아야만 진정으로 재기에 성공할 것이다. ⓒ sbs

그렇다면 2009년도 '저씨시대'를 연 장본인인 최양락은 어떤가. 최양락의 복귀를 두고 '황제의 귀환'이라 부르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최근 최양락을 브라운관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유일하게 <괜찮아U>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서고 있는데 아직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최양락의 복귀는 화려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여준 그의 입담은 유독 눈에 띄었다. 그 이유는 독설이 일반화된 토크 버라이어티 쇼에서 그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시골 사람이 서울에 올라온 것처럼 그의 입담은 분명 달랐다.

 

그리고 사실 그가 풀어낸 이야기보따리는 참으로 재미났다. '예능의 황자'라 불리는 이경규의 신인시절부터 서울예전 재학시절 당시의 이야기 등 시청자들이 알지 못했던 음지에 묻혔던 추억 속의 이야기 등이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인기를 입증하듯 이경규를 이어갈 후발주자로서 주목을 받으며 <야심만만2>,  <샴페인> 등의 패널로 등장해 입담을 과시하며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헌데, 패널로 등장하면서 그의 입담은 살아나지 않았다. 그리고 프로그램 폐지 및 패널에서 빠지면서 그의 신드롬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콩트시대에 활약했던 그에게 토크쇼는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과 같다. 즉, 토크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애드리브가 강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대본이 있지만 이야기 흐름 속에서 웃음 포인트를 잘 포착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양락은 그러한 애드리브가 약하다. 특히 그가 패널이 되었을 때 게스트의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며 적절한 웃음 포인트를 찾아내야 하지만, 그는 게스트로서 추억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을 때는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패널로 역할이 바뀌었을 때는 다르다.

 

결국 그가 보완해야 할 것은 이경규의 예능감각이다. 이경규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 자유자재로 바꾸고 애드리브성 감각을 키워야 한다.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인 최양락이 2010년도에도 이 감각을 키우지 못한다면 '황제의 몰락'이라는 단어가 그를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2009.12.20 15:3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예능 #이경규 #최양락 #남자의 자격 #괜찮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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