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낙마.
에둘러 갈 필요 없다. 한나라당의 속내는 드러났다.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는 경기도의회가 21일 김상곤 교육감의 핵심 정책인 '무상급식'을 좌절시켰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다.
한나라당이 김상곤 흡집내기에 '올인'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김 교육감이 내년 지방선거 때 교육감으로 다시 도전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전동석 한나라당 대변인은 "우리는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김상곤표 무상급식'을 반대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결국 김상곤이 먼저 선점한 무상급식 의제가 실현되는 걸 그냥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집착이 너무 크면 무리수가 뒤 따르는 법이다.
한나라당은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127조 3항을 어기면서까지 무상급식을 좌절시켰다.
당연히 경기도교육청은 "의회가 월권으로 법령을 위반했기 때문에 대법원에 제소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제 무상급식 문제는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낙마시키려는 자와 버티는 자... 교육감 선거는 시작됐다
이번 무상급식 사건이 소리 없이 말해주는 게 있다. 바로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벌써 시작됐다는 점이다. 낙마 시키려는 자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버티는 자 모두 6개월 뒤의 지방선거를 생각하고 있다.
이야기 했듯이, 한나라당의 패는 이미 명확히 드러났다. 그러면 이제 김상곤 교육감의 패를 들여다 볼 차례다. 물론 김 교육감은 아직 내년 6월 경기도교육감에 다시 도전할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진보진영과 경기도시민사회 쪽은 김 교육감의 재선 도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김 교육감은 어떻게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려는 것일까? 사실 객관적 조건을 봤을 때 김 교육감이 돌파구를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중앙정부(교육과학기술부)는 벌써 김 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교육감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징계를 유보했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인 경기도청 역시 절대 우호적이지 않다. 도청은 교육국 설치를 강행했고, 과거 '동지'였던 김문수 지사는 "학교는 무료급식소가 아니다"며 공공연히 김 교육감을 공격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무상급식 사태가 보여주듯, 최선봉에서 김 교육감의 발목을 잡았다.
정리하면, 중앙정부-지방정부-지방의회가 겹겹이 '김상곤 포위작전'을 펼치는 형국이다.이 작전이 얻으려는 소득은 '김상곤은 무능력자이며, 혼란을 부추기는 장본인'이라는 낙인이다. 물론 이 낙인찍기는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희생자 김상곤' 여론이 생겨 효과는 김 교육감 쪽이 봤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한나라당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정치력의 부재를 증명하기도 한다. 지속적인 발목잡기를 넘지 못하면 김 교육감은 아무런 성과 없이 임기를 마칠 수도 있다. 그러면 '진보 무능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김 교육감은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과 도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김용한 경기희망교육연대 운영위원은 "김상곤 교육감이 이제 정치력 시험대 위에 올라선 채 남은 임기를 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 쪽도 이걸 알고 있다. 교육청의 핵심 관계자는 "'피해자 김상곤' 프레임만으로는 앞으로 상황을 돌파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
포위된 김상곤의 카드? 정책과 시민사회 연대 복원
김 교육감은 상황 돌파를 위해 진보적 정책 제시와 시민사회연대 강화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없었던 정책을 발굴해 사회에 던져 의제를 이끌고, 재야 세력과 연대를 통해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먼저 김 교육감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카드를 던졌다. 선거용으로 기획해 던진 정책은 아니다. 김 교육감은 출마 때부터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제정, 혁신 학교 등의 핵심 정책을 제시했다.
이미 초안이 공개됐듯이 학생인권조례는 ▲ 두발자유화 ▲ 강제 자율학습 금지▲ 학교 행정 학생 참여 보장 ▲ 학교 학생 단체 행동 허용 등이 담겨 있다. 이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 파격적인 내용이다.
이런 학생인권조례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다시 도의회의 심사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봤을 때 한나라당이 학생인권조례를 거부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 반인권'이라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원안 통과 자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이번 기회에 사회적 토론을 한 번 크게 벌여 봤으면 좋겠다"며 내심 사회적 논란이 크게 벌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토론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두발자유화, 체벌 금지 등이 가장 뜨거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며 "반대 세력을 결집하는 기제가 될 수 있지만 폭발력은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육감 쪽은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의도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서는 13개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돼 다양한 실험가 대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 혁신학교야말로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김 교육감의 최고 핵심 정책이다.
"두발자유화, 체벌금지 내년 교육감 선거 핵심 이슈"
이런 정책들과 더불어 김 교육감은 시민사회진영과 연대의 폭을 조금씩 넓힐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민사회진영의 참여와 연대는 김 교육감의 당선에 일등 공신이었다. 김 교육감의 핵심 측근은 "그동안 다소 소원해진 측면이 있지만 다시 시민사회진영과 공고한 연대의 끈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도 "진보진영은 남은 교육감 임기 동안 지방교육과 지방 정치-행정의 구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만주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역시 "이명박 정권의 '김상곤 죽이기'에 대한 범진보진영의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승적인 연대와 소통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실천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은 "좋은 교육감의 상을 제시하고, 무상급식 등을 한국 사회의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측면에서 김 교육감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 하지만 정치력과 이견 조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어쨌든 중앙정부-지방정부-지방의회에 포위된 김 교육감을 위해 시민사회진영도 조금씩 결집하는 모양새다. 몇몇 활동가들은 지난 교육감 선거 이후 끊어진 연대를 복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치력 부족한 김상곤이 기댈 언덕은 오직 '여론의 힘'
하지만 무엇보다 김 교육감 스스로가 이전과 달리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김동선 도교육청 공보담당 사무관은 "이제 앉아서 당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결연히 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 재밌는 일화가 있다.
지난 11월 김 교육감이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를 유보했을 때다. 곧바로 교과부는 고발과 감사 실시 등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당시 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김 교육감을 지지 격려하는 누리꾼들의 글이 쇄도했다. 그날, 김 교육감과 그의 측근은 소주 한 잔 나누며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김 교육감은 최근 "당시 쇄도하는 격려 글을 보면서 결국 내가 책임지고 봉사해야 할 대상은 바로 국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비빌 언덕'은 국민뿐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는 고백이다.
벌써 시작된 경기도교육감 선거. 최종 승자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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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이미 시작, 김상곤의 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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