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이후, 우리나라의 시민사회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왔다. 시민운동 단체들의 수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시민운동의 성장과 더불어 자원봉사 문화도 함께 성장해 왔다.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해외의 긴급구호 현장으로 가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원봉사는 지역사회와 밀착하여 이루어 진다. 그래서 자원봉사의 정착 정도로 그 나라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자원봉사'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자원봉사는 특정지역, 특정 계층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참여하며 발전해 나갔다. 자원봉사의 가장 큰 강점은 일반인들에게도 편하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 속에 담긴 자발성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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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 서울올림픽 이후, '자원봉사'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에 가까와졌다.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원봉사는 일반인들에게 친근감과 감동을 준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자원봉사'는 '자원'과 '봉사'라는 두 단어가 합쳐져서 만들어졌다. 자원[自願]은 '어떤 일을 자기 스스로 하고자 하여 나섬'이라는 뜻이고, 봉사[奉仕]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을 의미한다.
'자원봉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로 'volunteering'이 쓰이는데, 라틴어 'voluntus'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단어에는 자발적인 의지와 욕망이 내포되어 있다. 자발적 활동(voluntary activity), 자발적 일(voluntary work), 또는 자발적 행동(voluntary action)이라는 단어도 자원봉사의 의미로 함께 쓰인다.
이를 종합해 보면, 자원봉사란 사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을 자기 의지로 행하는 활동들을 의미하겠다. UN 자원봉사조직인 UNV는 자원봉사를 '개인들이 자신들의 이웃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기여하는 비영리, 무보수, 비상근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원봉사가 자리잡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원봉사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1995년 한양대 등에서 '사회봉사' 교과가 시작되면서, 일부 대학들이 동참하게 되었고 그 영향력이 사회에 파급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준비하게 된 것도 이 때 즈음이다.
1990년 말에 와서는 정부차원에서 자원봉사 진흥정책이 수립되었다. 전국 시도, 시군구 단위에까지 자원봉사센터의 설치를 지원해서 1999년 말까지 전국에 150여 개의 자원봉사센터 및 지자체의 자원봉사과 혹은 계가 개설되었다.
2001년은 UN이 정한 '세계자원봉사의 해'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2002년은 월드컵 축구대회가 있던 해로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운동이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달로 동호회나 카페를 통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채널이 마련되었으며, 정치와 선거 영역에서 자원봉사가 확대되었던 시기도 이때이다.
2003년에는 한국자원봉사협의회가 출범하였다. 이후로 자원봉사는 점점 일상으로 다가왔다. 최근, 서해안의 기름오염 제거 활동에 120만 명의 자원봉사 참여하게 된 것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니라,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들이 축적되어 가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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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원봉사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해안의 기름오염 제거 활동을 위해 12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바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기업이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이유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추세이다. 기업 스스로도 윤리경영, 기업문화 정착 등을 이유로 자원봉사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자원봉사 활동은 기업 시민정신(Corporate Citizenship)과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종전에는 기업이 NGO들과 협력을 할 때, 주로 기부금으로 참여를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종업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원한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 들어 제록스, 벨 텔레폰 등과 같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2003년 보스턴 대학의 141개 기업조사에서는 이들 중 85%가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도입해서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춘지 선정 50대 기업 중 94%가 자사 홈페이지에 기업 임직원들의 자원봉사를 언급할 정도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증가 추세이다.
이러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기업은 애사심을 키우고, 종업원 스스로의 자부심을 함양할 수 있다. 기업 내에는 건전한 조직문화가 만들어 지고,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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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기내에서 수집된 외국동전을 기부하기 위해 분류하고 있는 승무원들. 기업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애사심을 키우고, 종업원 스스로의 자부심을 함양할 수 있다. ⓒ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입시 준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청소년 자원봉사
방학이 다가오면 NGO 단체마다 자원봉사에 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한다. 입시에 도움이 되는 자원봉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자원봉사의 도입 취지와는 동떨어 진 것이다.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청소년 인성교육 등의 당초의 취지에서 벗어나 거추장스러운 입시의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강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생과 교사, 봉사단체,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적인 뒷받침까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자원봉사가 껍데기뿐인 제도가 아니라 행동의 실천으로 자리잡기 위하여 모두의 수고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원봉사는 사회봉사적 의미와 함께 교육적인 의미도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자신의 사회적인 존재가치를 깨닫고, 봉사경험을 통하여 인격적인 성장과 잠재능력을 실현하는 기회를 갖게 한다. 청소년들은 자라나는 세대로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다. 자신의 소속된 사회의 특성을 직접 경험하고, 사회를 위해 보람된 일을 하게 된다면 본인에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자원봉사가 민주적인 시민을 양성하는 좋은 통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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