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에서 소띠 해를 보내면서

등록 2009.12.25 13:21수정 2009.12.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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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소망. 관광객이 열심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소망. 관광객이 열심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황복원

▲ 소망. 관광객이 열심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 황복원

기축년 새해가 밝은 지 어제 같은데 벌써 달력 마지막한 장을 남기고 지난 19일 부산관광 명승지인 영도 태종대를 찾았다. 옛말에 '가는 날이 장날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선 만약을 대비해서 '다누비'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무료승차권 1장을 호주머니에 넣고 자갈마당 방향으로 들어섰다. 이날은 부산에서 제일 추운날씨라고 한다.

 

a  어머니 품속에 고히 잠든 모자상.  

모자상은 세상을 비관하여 전망대에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여 삶의 안식과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1976년에 설치하였다.

어머니 품속에 고히 잠든 모자상. 모자상은 세상을 비관하여 전망대에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여 삶의 안식과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1976년에 설치하였다. ⓒ 황복원

어머니 품속에 고히 잠든 모자상. 모자상은 세상을 비관하여 전망대에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여 삶의 안식과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1976년에 설치하였다. ⓒ 황복원

한 구비를 돌아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시야는 한 마디로 파노라마다. 앞은 하얀 파도가 밀려와서 자갈마당에서 하얀 물거품을 내고 미끄러지면서 고운 자갈만 품에 안고 사라진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깨끗하게 목욕을 시켜서 파도에 무등 태워 다시 제자리로 데리고 들어온다. 이것이 바다만이 할 수 있는 자연의 낭만이다. 옹기종기 크고 작은 배들이 속삭인다.

 

a  오징어를 낚는 어선에서 오징어가 쉴세 없이 올라오고 있다.

오징어를 낚는 어선에서 오징어가 쉴세 없이 올라오고 있다. ⓒ 황복원

오징어를 낚는 어선에서 오징어가 쉴세 없이 올라오고 있다. ⓒ 황복원

필자가 찾은 날은 SBS월화 드라마 '천사의 유혹' 촬영 팀이 태종대 등대입구부터 주변일대를 무거운 카메라를 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예전 같으면 촬영장 주변엔 시민들이 북적됐지만 지금은 촬영 현장을 많이 접하다보니 그저 지나치고 있다.

 

추운 날씨에 나누어 주는 도시락을 받아들고 먹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우리 일행 중 짓궂은 한 사람이 아무나 주는 줄 알고 하나 달라고 한다. 이것은 드라마 촬영 팀들이 먹는 도시락이라서 관광객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라고 한다. 참 주책도 가지가지다.

 

a  천사의 유혹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 풍광.

천사의 유혹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 풍광. ⓒ 황복원

천사의 유혹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는 풍광. ⓒ 황복원

오늘은 등대전망대를 올라가 보기로 마음을 굳히고 시멘트원형 골뱅이계단을 얼마쯤 돌고나니 현기증이 난다.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올라온 길을 회상하니 수많은 까만 머리만이 뱅글뱅글 돌고 있다. 모두들 전망대서 남해와 동해바다를 조망하기 위해서다.

 

전망대서 바라보는 해운대 달맞이언덕은 손에 잡힐 것 같지만 한없이 멀다. 누군가 지나는 말로 해운대까지 해엄쳐서 갈 수 있다, 라고 한다. 아마도 농담이겠지. 농담을 잘도 한다. 이왕 온 김에 기축 년을 보내고 새해병인년을 맞이하여 국가경제가 호랑이의 무서운 기를 받아 불꽃같이 성장을 해 가정살림을 풍요롭게 하여 주기를 기도했다.

 

a  낙서장

낙서장 ⓒ 황복원

낙서장 ⓒ 황복원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태종대를 찾은 관광객들은 저마다 찾아온 목적을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으로 두 손 모아 기도를 하고 있다. 가족을 연인을 혹은 친구를 위해서겠지. 이래서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작은 지하 통로를 들어서니 '흔적의 기록을 남겨주세요'라는 간판이 붙은 낙서장이 있다. 참 사연도 많기도 하다. 그러나 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띄우는 글로서 너무 아름답다. 젊은 관광객 한분이 열심히 사연을 쓰고 있다. 낙서장은 공간이 없다.

 

a  태종대 모자상 옆에서 바다를 바라 본 풍광.

태종대 모자상 옆에서 바다를 바라 본 풍광. ⓒ 황복원

태종대 모자상 옆에서 바다를 바라 본 풍광. ⓒ 황복원

그래도 좁은 공간을 찾아 사연을 적는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내용은 어느 사람이나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함께 가자, 라는 것이다. 간단하고 명료한 말이다. 이속에 자기가 품고 있는 모든 소망이 담겨있다.

 

이렇게 소의 해는 관광명소인 태종대서 일몰을 보내고 범의 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자갈치 꼼장어를 먹고 가자는 제의에 남포동에 내렸다. 어느 할머니가게로 들어갔다. 옆 가게 아주머니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우리 집은 "연곈데"라고 한다. 여주인이 젊다는 뜻이다.

 

a  유람선 두척이 서로 교행하면서 풍악을 울리고 지나간다.

유람선 두척이 서로 교행하면서 풍악을 울리고 지나간다. ⓒ 황복원

유람선 두척이 서로 교행하면서 풍악을 울리고 지나간다. ⓒ 황복원

그러나 나 자신이 연계가 아닌데 못 오를 나무 쳐다보지도 말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상기 하면서 할머니 가게로 들어갔다. 꼼장어 일인분이 만원이다. 고기는 가물에 콩 나듯 듬성듬성하고 양파뿐이다. 할머니 손맛은 있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

 

차라리 생선회를 먹을 것을 하고 후회 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래도 방파제서 바다를 쳐다보면서 술 한 잔을 기울이는 것은 낭만이 오롯이 묻어났다.

덧붙이는 글 | 국제신문에 송고완료

2009.12.25 13:21ⓒ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제신문에 송고완료
#태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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