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턴 비치무수한 모래언덕을 넘으며 사구를 즐길 수 있다.
오창학
"자연을 접하고 시 하나 짓지를 못해. 무식허니께 사진기만 죽어나는 거여."
이태백의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梨園書)'를 배울 때, 서당의 병주(屛州)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숙소요(夫天地者 萬物之逆旅), 시간은 영원한 나그네(光陰者 百代之過客), 덧없는 인생 꿈과 같으니(而浮生若夢), 즐긴다 한들 얼마나 남았으리오(爲歡幾何)" 하는 탄식이 이런 자연 앞에서 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옛사람 촛불 밝히며 밤에도 노닌 까닭'은 진실로 알겠는데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일뿐이다. 삭막하지만 아름답고 웅장한 이 자태를 언어로 형상화할 수 없음은 가슴 아픈 일이다.
겨울날 평일임에도 나 외 여러 차들이 모래언덕을 즐기고 있다. 한 때 우리미(Worimi)족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왔다가는 나그네들로만 붐빈다. 주민 4명에 이장까지 있다는 실버 시티(Silver City)를 제외하면. 외부인의 접근을 막는 사적인 공간이라 볼 수는 없었지만 1949년 6월 이래 어부들이 지은 철판 오두막집이 현재도 굳건히 자릴 지키고 있다. 태양광 발전이나 식수탱크 등은 이 광막한 모래 벌판에서도 삶을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지만 무단 점유의 문제는 없는지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