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우리 나라와 같은 가스스토브가 흔하다. 10L, 15L 용량의 생수통들이 있어 장거리 캠핑용으로 매우 유용하다.
오창학
대형마트에서 발견한 10L, 15L 용량의 생수는 무척 반가웠다. 비닐주머니가 있는 종이팩 형태도 있고 플라스틱 물통 형태도 있는데 생수 사용 후 빈 통 활용이 가능하다. 네발로의 특공님이 따로 물통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했던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문제를 떠나 세계는 빠른 속도로 하나로 묶여가고 있음을 인정했던 바이고, 먹고, 입고, 거주하는 양식에 이제 놀랄 것이 있겠나 생각했는데 이런 작은 것에도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이곳은 이런 생수통이 필요한 넓은 세계인 것이다. 자동차에 주연료통 외에 보조연료통까지 장착되어 있다거나 차량 출고할 때부터 윈치장착 여부가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흔한, 일명 '부르스타'라는 휴대용 가스스토브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래서 미리 준비했던 10kg짜리 가스통과 대형스토브를 이것으로 대체했다. 길을 떠나려거든 눈썹도 빼어 놓고 가라 한 말이 꼭 이런 심정에서 나왔으리라. 아무리 루프렉을 이용한다 하지만 네 사람의 개인짐과 야영장비, 취사장비, 냉장고, 구난장비, 공구류와 예비 연료, 물, 부식, 촬영장비까지 다 적재해야 하니 줄일 수 있는 짐은 줄여야 했다. 그런 까닭에 출발 전부터 1인의 짐을 작은 여행용 가방과 가벼운 등짐 한 개로 한정했었고 텐트도 소형의 것으로만 준비했던 것인데 그래도 짐은 차고 넘쳤다.
지금 출발해도 좋을 상태로 차를 준비해 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드니 시내를 향해 나섰다. 아내는 냄새로 그 도시의 인상을 기억하곤 하는데 시드니를 캐나다 밴쿠버의 냄새에 비견한다. 유럽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신대륙이 주는 그 미묘한 분위기. 그러나 미국적 분위기는 아니면서 영국의 냄새는 더더욱 아닌, 독특하고 오묘한 느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