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하자는 러브콜, 이 맛에 씁니다"

[2010년 2월 22일상①] 김갑수 이유경 하병주 이부영 박주현

등록 2009.12.31 14:56수정 2010.01.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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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0 2월22일상' 수상자로 김갑수 김동환 박주현 이부영 이유경 정현순 최민호 하병주 허진무 등 총 9명의 시민기자를 선정했습니다. 2월22일상은 한 해 동안 꾸준히 좋은 기사를 쓴 시민기자들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0년 2월 22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월22일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씩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09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09 특별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제4회 대학생 기자상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편집자말]
"때론 분노도 힘이 된다"
[2010 2월 22일상] 한국 근현대사 3부작 앞 둔 '김갑수 기자'

김갑수 기자. ⓒ 임정훈

2009년 '올해의 뉴스게릴라상' 수상에 이어 2010 2월 22일상, 명예의 숲 으뜸상을 연속으로 수상한 김갑수 기자. 그러고도 오마이뉴스에 감사하다는 말을 안 하면 "예의 없는 사람 아니겠느냐"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김 기자는 젊은시절 저널리즘에 아주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자신이 이렇게 언론에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단다. 그러나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를 지금껏 가열차게 달려오게 만든 원동력이.

김갑수 기자는 '제국과 인간', '전쟁과 사람'에 이어 올해는 소설 'BK 연쇄살인사건'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고 있다. 'BK연쇄살인사건'은 2010년 2월 탈고될 예정이다. 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들을 통해 그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한국의 근현대사 100년을 식민지와 분단, 통일로 구분하여 예술적으로 표현해보려는 계획을 갖고있었습니다. 이번 'BK 연쇄살인사건'은 6·15 이후 남과 북 통일문제를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다룬 작품인데 내년 2월쯤 탈고를 마치면 원래 계획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 기자는 소설 연재 외에도 정치, 사회, 언론의 부조리한 현실에 따끔한 침을 놓는 논평기사도 자주 쓴다. 그의 글들엔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힘이 있다. 무거운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쓸 수 있는 김 기자만의 노하우를 물어보자, "특별한 노하우는 없고 독자와 공감할 수 있는 장치를 중시하여 글에 반영한다"고 대답했다.

"소설을 쓰는 동안 어려웠던 점 중 하나는 역사를 기형화시킨 인간들에 대한 분노를 삭이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런 분노를 다스리지 않고는, 역사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애초 의도를 관철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비평을 쓴 것은 이런 분노를 삭이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소설이든 비평이든 김 기자의 글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바로, 이념을 떠나 위선적인 인간들의 허상과 해악을 드러내자는 것이었다.


딱딱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기 때문일까. 글을 쓸 때면 김갑수 기자에게는 평소보다 많은 커피나 담배가 필요하단다. 비평기사는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편이지만 소설은 규칙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쓴다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쓰고 싶은 분야도 있을 터. 그는 격조 높은 역사 문화 기행문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안목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김갑수 기자의 향기로운 기행문이 기대된다.

"해외뉴스, 토픽처럼 다뤄지는 게 아쉽다"
[2010 2월 22일상] 미국 쇠고기 실태 알린 '이유경 기자'

이유경 기자. ⓒ 이유경

2008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미국 광우병쇠고기문제. 미국 쇠고기에 대해 '공부'도 안하고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미국에 살고 있는 이유경 기자는 깜짝 놀랐다.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미국에서 조사한 미국 쇠고기의 실태를 오마이뉴스에 올렸다('미국서 광우병위험물질 발견된 쇠고기 전량 리콜').

그게 이유경 기자와 오마이뉴스의 첫 만남이었다. 그 기사는 바로 오름1(헤드라인)에 걸렸고 특종상도 받았다. 첫 타석에 홈런을 친 셈이다. 그 후 이 기자는 오마이뉴스 미국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며 미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오마이뉴스'를 통해 풀어놓고 있다. 

"해외뉴스를 해외토픽처럼 다루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한국언론에 소개된 미국뉴스는 흥미 위주인 것이 많고 '작위적'으로 해석된 것들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기자가 기사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미국의 정확한 소식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요즘은 '뉴스가 되는 현상'들이 일반 미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런 실태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를 쓰려고 한다고. 최근 현장 취재나 인터뷰를 많이 하려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온 뒤 현재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지금은 6살과 3살배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신문 라디오방송 등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미국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아시아 인구가 소수인 지역에 살다보니 시선을 받기 마련이다. 한 번은 티파티 시위에 참여한 엄마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경계심을 보이던 참가자가 이유경 기자 가방 안에 있었던 기저귀를 보고 웃고 난 뒤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도 했다고. 같은 여성이자 엄마라는 입장에서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그는 미국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념과 인종, 삶에 대해 한국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장 재미있게 썼던 기사는 미셸 오바마의 민소매 드레스 논란을 다룬 기사(퍼스트레이디의 이두박근을 두려워말라)와 임신중절 이야기(여자들 스스로 낙태 결정하면 왜 안되니?)예요. 관심있는 분야은 여성의 행복에 관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여성이고 엄마이다 보니 여성들 얘기를 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한해 가장 좋았던 일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고 아쉬운 점은 기사를 많이 쓰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게 오마이뉴스는 세상과의 통로입니다. 하고싶은 얘기를 세상에 할 수 있게 해주고 세상에 많은 관심을 갖도록 독려해줘서 그렇습니다."

"내게 오마이뉴스는 '디딤돌'이다"
[2010 2월 22일상] 환경을 사랑하는 남자, '하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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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병주 기자 ⓒ 하병주

시작은 단순했다. 하병주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사천의 소식을 알리고 싶어서였다. 아울러 하 기자가 몸담고 있는 지역인터넷신문 <뉴스사천>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주로 환경에 대한 글을 써 온 하 기자는 환경운동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만큼 환경 이슈에 가장 관심이 많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거대도시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 삶의 형식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시발점을 하 기자가 몸담고 있는 '지역'에 맞추었다. 그리고 언론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될 수 있는 지역단위 생활협력체를 꿈꾼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그가 가장 보람 있게 생각하는 것은 <뉴스사천>을 조금이나마 알렸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지역의 눈으로 세상을 보겠다'던 다짐을 실천하기가 조금 더 용이해졌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올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제비가 반지 물온 온 이야기('현대판 흥부전...금반지 물어온 제비, 금반지 물어온 제비를 맞은 비결)라고 한다. 이 두 기사는 그의 기사 중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타 언론들이 기사를 보고 후속 취재에 들어가는 등 큰 반향을 부르기도 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나홀로 분향소'를 차린 기사(나홀로 분향소가 다함께 분향소 됐어요!)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직업기자임과 동시에 시민기자이지만 특별히 둘을 구분해서 글을 써본 적은 없습니다. 다만 지역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어디선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민기자와 직업기자의 차이점은 굳이 따지자면, 마감시간 아닐까 생각한다는 하 기자. 내년에는 어떤 기사를 쓸 계획을 갖고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사천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사천의 미래, 도시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벗어나 온전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사람냄새 진하게 묻어나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술 한 잔 하며 교육얘기 나누자던 분, 연락주세요~"
[2010 2월 22일상] 교육 현장 생생하게 전하는 '이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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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기자 ⓒ 이부영

당당했다. 목소리를 통해 처음 만난 이부영 기자의 첫인상은 당당하다와 거침없다는 두 사이 어느 지점에 있었다. 대한민국 '아줌마 교사'이자 쉰이 되도록 부장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순 '막교사'라고 자신을 표현한 이부영 기자는 우리나라 교육계의 부조리한 현실을 기사로 지적해왔다. 그러나 자신은 쓴소리를 하기 보다는 '솔직한 얘기'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교육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점만 드러내보여서 그렇다고요. 제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화려한 포장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솔직한 본 모습을 이야기한 것 뿐이죠. 균형을 상실한 우리 교육계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죠."

기자회원 경력은 <오마이뉴스>의 나이와 엇비슷하지만 올해 기사를 가장 많이 썼다. 교육계 현실이 이 기자를 가만놓아두지 않았기 때문. 기억에 남는 기사로는 여름방학 때 쓴
'깨끗한 운동장 100% 제초제랍니다'라고 한다. 이 기사가 나간 뒤 전국시도 교육청에서는 이 기사를 공문에 붙여 제초제를 뿌리지 말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그것 외에도 이 기자가 제기한 문제를 교과부와 교육청에서 바로 고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학기초 교사 중간발령문제를 다룬 기사(학년초 굳게 한 약속은 어쩌라고 담임교사가 또 바뀌어?)나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대한 의견수렴을 한다고 만들어 놓은 공식사이트의 소홀함을 다룬 기사(개정교육 사이트는 찾을 수 없거나 서비스준비 중)는 보도 후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데 영향을 주었다. 기자로서 꽤 보람있고 의미있는 기억이었다.

악플도 더러 있었지만 악플보다는 격려해주거나 응원해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 자신의 경험을 써서 보내거나 긴 글로 제보를 해줄 때는 보람을 느꼈다고.

"제 글을 읽고 제 생각에 공감한다면서 술 한 잔 하면서 교육 이야기하자고 한 분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뒤 마음이 바뀌었는지 섭섭하게 소식이 없네요. 전 저를 좋아한다는 말에 가슴이 콩닥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이부영 기자가 쓰고 싶은 분야는 '사는 이야기'다. 그러나 자신이 오랜시간 몸담아왔던 교육이야기를 그만 두자니 아직 할 말이 너무 많단다. 그래서 28년동안 학교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초등교육의 속내를 더 쓸 작정이다.

"기사는 누구를 위해서 쓰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성장을 많이 하니까요.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 <오마이뉴스>에 글 쓰는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2월 22일상 수상 배후에는 전교조 초등학교 과정 모임 선생님들 있다"고 고백한 이부영 기자는 "이 상의 영광을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도 좀 다뤄달라, 청탁 많이 받아요"
[2010 2월 22일상] 지역언론별곡 5년째 연재하는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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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기자 ⓒ 안소민

자그마치 309회다. 12월 25일까지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박주현 기자의 '지역언론별곡'은 309건. 2005년부터 햇수로만 5년째다. 애초 인터넷 신문에 관심이 있었던 박 기자는 처음에는 지역언론의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쓰다가 형식을 바꾸었다. 23회 째부터 '지역언론별곡'이라는 제목을 달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쓸 때만 해도 이렇게 '롱런'할 줄 박 기자 자신도 몰랐다. 어쩌다보니 300회를 넘었다. 중간에 그만 마무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 했다. 그러나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긴하겠지만 확실한 건 그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각 중앙일간지와 지방 일간지를 모니터합니다. 예전 신문사 현직에 있을 때는 종이신문으로 모니터했지만 이제는 각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서 모니터합니다. 화면에 수십 개를 띄워놓고 모니터를 하다가 컴퓨터가 바이러스를 먹고 다운되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모니터는 이제 습관이 되어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죠."

박주현 기자는 현재 세가지 테마로 글을 쓰고있다. '지역언론별곡'과 정치의 제반문제를 다루는 '이것이 정치다' 그리고 비정규직 시간강사들의 애환과 고뇌를 다루는 '보따리 강사이야기'가 그것.

지역언론별곡을 쓰면서 해당 언론사로부터 압력이나 협박을 받은 적이 없느냐고 묻자 오히려 반대란다. 부정적인 기사라도 좋으니 자신의 언론사도 한 번 다뤄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기도 했단다. 이 이야기만 들어도 주목을 받고 싶어하는 지역 언론사들의 고충과 애환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히려 박 기자가 압력을 받았던 적은 '지역언론별곡'이 아닌 '보따리 강사이야기'를 쓸 때 였다고. 대학 내의 뜨거운 감자, 민감한 시간강사이야기를 기사로 다룰 때는 해당 대학으로부터 실명거론에 관한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지역언론별곡을 쓸 때만 해도 지역언론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었죠. 하지만 요즘은 지역언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쁩니다. 가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심정이 들기도 합니다. 언론의 부조리와 부패를 보며 회의적인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주위에서 격려를 해줍니다."

대학에서 시민미디어론을 강의하고 있는 박주현 기자. 그는 개인블로그나 시민기자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있는 한, 지역언론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이 있는 한 박 기자의 '지역언론별곡'은 네버엔딩스토리다. 
#2월22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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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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