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작은 도서관'이 큰 기쁨인 이유

권양숙 여사가 다녀갔던 '일죽 작은 도서관', 면민들의 큰 기쁨으로 자리 잡아

등록 2009.12.29 10:57수정 2009.12.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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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양숙 여사 조그만 시골 면단위에 있는 작은 도서관 개관식 때(2007.5.1), 노무현 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다녀간 일은 큰 기쁨 중 하나였다. ⓒ 안성신문


참여정부의 구상으로 실행되었던 작은 도서관 프로젝트. 안성의 시골 면단위에서 시작된 '일죽 작은 도서관'이 아주 튼실하게 열매를 맺어 가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도서관 개관식 때(2007.5.1), 노무현 전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다녀갔다는 내력보다 더 큰 기쁨의 이유가 따로 있다.

면민들에게 시간과 경제적 도움 줘

현재 780여종의 도서와 간행본 18종을 소장하고 있다. 다른 작은 도서관 규모(대략 30~50평)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110평)의 공간이다. 하루 대출 건수가 150여건,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200~250명이다. 이웃하고 있는 면에서도 이용자가 찾아온다. 이 정도면 조그만 시골 면단위의 작은 도서관 치고는 모두가 부러워 할 만한 수준이다. 

앞에서 말한 외적인 것보다도 더 알찬 이유는 따로 있다. 사실 안성시에 속한 일죽면이지만, 안성 중앙에 있는 도서관까지는 차로 왕복 1시간 이상 소요된다. 버스를 타면 걷는 시간 포함 왕복 2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다. 이 정도면 시골 면단위에선 거의 중앙도서관 이용하는 것을 포기하거나 가물에 콩 나 듯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불모지에 생긴 것만으로도 일죽면에겐 큰 경사였다.

그런데다가 시골 작은 도서관이라고 해서 중고도서가 있는 게 아니다. 신간 도서를 재빨리 들여 놓는다. 일죽면 주민들에겐 중앙도서관까지 가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신간 도서의 빠른 순환으로 인해 신간도서를 구입하지 않고 빌릴 수 있다는 경제적 도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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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책을 보러 온 아이들에게 채후자 선생은 엄마의 역할을 한다. 사진 왼쪽엔 채후자 선생의 파트너 안종엽 선생이다. ⓒ 송상호


면민들의 문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단순히 책만 읽는 도서관이 아니다. 도서관 시청각 실은 지역 주민들의 회의 장소로 개방된다. 지역주민과 청소년들 상대로 각종 무료 강좌가 실시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면 무료 영화 보는 날이다. 매월 3째 주 토요일이면 '달빛도서관'이 열린다. 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그날 하루만은 밤 10시까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날이다. 


일죽면에 소재한 봉사기관을 연계하여 유무형의 나눔을 실현하는 마당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일죽 로터리 클럽에서는 모범적인 도서관 이용청소년들에게 도서상품권 등으로 시상하도록 하게 한다. 도서관 이용 청소년에겐 동기를 부여하고, 로터리 클럽엔 지역 청소년 인재 양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모든 일들이 일죽 도서관이 들어 서기 전엔 전무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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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도서관 내부 중 하나다. 컴퓨터 할 수 있는 공간과 책 공간이 함께 있다. 이도서관은 총 110평으로 다른 작은 도서관에 비해 꽤나 큰 편이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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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열람실 작은 도서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유아열람실이 따로 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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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관은 현재 780 여종의 도서와 간행본 18종을 소장하고 있다. 다른 작은 도서관 규모(대략 30~50평)에 비해 비교적 큰 규모(110평)의 공간이다. 하루 대출 건수가 150 여건,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200~250명이다. ⓒ 송상호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런 모범적인 도서관의 모습이 처음부터 갖춰졌던 건 아니다. 2008년 7월부터 근무하게 된 채후자 선생(일죽 작은 도서관 대표)의 노력이 한몫했다.

도서관 분위기를 더욱 호전시키기 위해 그녀는 채찍보다 당근을 선택했다. 사비를 들여 떡볶이, 칼국수, 사탕, 점심 등을 사주며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 인정하고 칭찬해주었다. 어떤 때는 치마가 뜯어진 여학생의 치마도 손수 꿰매어 주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열었다. 도서관 분위기가 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하나둘 잡혀갔다. 이젠 자신들에게 시킬 일이 없냐며 다가오는 청소년들은 그녀의 큰 기쁨이다.

그녀는 그 일 외에도 지역 기업체를 후원하도록 발굴하기도 하고, 특강 강사를 섭외하기도 하고, 경기도문화재단 등의 단체로부터 프로그램을 따내기도 하고, 도서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한다. 청소년들과 지역 주민들의 풍부한 문화체험을 위해 동분서주다. 파트너 안종엽 선생은 도서관 내부에서 착실하게 관리하고, 그녀는 대내외적 일을 총괄한다. 그러다보니 그녀에겐 하루가 늘 짧다.

이 일을 하면서 청소년들의 세상을 더 이해하게 되어 좋고, 지역주민들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다는 채후자 선생. 그녀는 도서관을 이용하려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책을 통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라느니, 사고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되라느니 하는 것보다, 공부로 인해 지쳐 있는 그들에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정신적 산책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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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후자 선생 일죽 작은도서관의 대표격인 채후자 선생이다. 그녀는 일죽 도서관을 통해 일죽 면민들의 문화와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꿈꾸고 있다. ⓒ 송상호


일죽 작은 도서관이 지역 청소년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큰 기쁨인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리라.

일죽 작은 도서관 031-671-7941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8일 일죽 작은 도서관 (031-671-7941)에서 이루어졌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28일 일죽 작은 도서관 (031-671-7941)에서 이루어졌다.
#일죽 작은 도서관 #작은 도서관 #도서관 #안성도서관 #일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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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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