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한 가장노릇은 언제나 어색해!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등록 2009.12.30 12:19수정 2009.12.3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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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한 사람이 성낸다더니...

 

살다보면 본의아니게 홧증이 일어날 때가 있다. 화가 날일이 지당하더라도 화기는 주변을 이롭게 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우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화를 유발하는 당사자가 오히려 화기를 보이면 방귀뀐놈이 성낸다는 속담 그대로 웃긴디. 이런 일들이 살아가면서 종종 일어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일 경우는 뜨거운 감자같이 품지도 내치지도 못한다.

 

연말에 휴가를 서로 맞추어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이 가까워 오면서 이것 저것 준비해야 할 것들을 상의하고 심신컨트롤을 잘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러나 성탄절은 성탄절이라고 젊음들은 그냥 보내지 못한다. 아무리 가톨릭적인 환경에서 자랐다고 하지만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가톨릭신자가 아닌바에야 종교적으로 거룩한 성탄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나도 이해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나도 20대 청춘에는 그렇게 성탄을 성당에서 보낼때도 있었고, 동네 골목마다 새벽 캐롤송을 하면 보낼때도 있었고, 약혼한 사람과 여행을 간 적도 있었고 해마다 똑같은 성탄을 보낸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문제는 성탄을 보냈는데도 계속 연말분위기에 흥청인지 망청인지 유흥적인 분위기에 젖어서 심신이 안좋아 보여 안타까운 것이다. 회식이라고 하지만 나름대로 요령껏 조절할 수도 있는 것이 주량이고 시간일 터이다. 주량이 많지 않은데도 주는대로 받아서 응급실에도 실려가 혼수에 빠진 적도 더러 있다보니 자식의 건강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은 애간장이 탄다는 말 그대로 속이 탄다.

 

그렇게 요령껏 처신이 안되어 몸은 안좋아지면서 당장 연말휴가를 앞두고 그렇게 또 한 번 속을 태웠다. 내 고향이기도 한 부산여행을 취소하자니 콘도의 위약금이 아깝기도 하고, 안좋은 마음을 가지고 그대로 연말연시를 이어가자니 이 또한 별로 득될 것이 없는 것같다.

 

그러나 반성의 시간은 필요한 것 같아 여행취소라고 짐짓 냉정을 가장한 내숭을 좀 강하게 떨었다.  제 딴에 문자메시지와 여러가지 경로로 새해에는 안 그런다고 잘못했다는 사과를 보냈는데도 내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하니까 당혹했는지 정말 화가 났는지 문을 쾅 닫아 걸어버렸다. 아무리 엄한 척한다해도 내가 엄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당사자도 알 터인데... 제 수법이 안 먹히는데 대한 스스로의 무색함인지 정말로 내게 토라진것인지 당사자만이 알터이다

 

기차를 타야 할 시간이 가까워온다. 아이가 기차를 타러 갈 가능성과 그대로 토라진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버틸 가능성은 반반이다. 옛날에는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안좋은 상황을 만들면 부모님은 참 엄하셨다. 그런 옛날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고 세상이 많이 달라졌기도 하지만, 한부모가정에서 가장노릇을 하면서 짐짓 엄한 내색을 필요에 따라서 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제 아빠와 함께 살아도 아이들이 이렇게 실수를 잘 하고 쉽게 토라지고 그럴까 하는 힘없는 여성가장으로서의 아쉬움과 궁금증도 든다. 하지만 그런 엄한 내색 뒤에  이내 나오는 뭐 한 사람이 화낸다는 이런 기색이 나오면 나는 절로 속이 아프다.

 

계속 엄한 척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이미 지난 일은 지난일이니까 잘 토닥이면서 지는 한 해에 속상함을 실고 한 해를 이 정도에서 지낼 수 있음을 겸손하게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자고, 마음에 더 큰 엄마의 사랑을 담아 각오를 해야 할까...?  아무리 해도 해도 한 부모 가정에서 엄한 가장노릇은 천성에 맞지 않고 어색하기만 하다.

2009.12.30 12:19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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