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바람처럼 내년에 '일로영일'할 수 있을까

등록 2009.12.30 16:59수정 2009.12.30 16:59
0
원고료로 응원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올 때마다 이름깨나 쓰는 사람들은 '사자성어'로 한 해를 되돌아보거나 새해를 다짐한다. 하지만 이 사자성이라는 것이 참 어렵다. 풀이해주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기자들도 이들이 쓴 사자성어를 받아 적지만 풀이해주지 않으면 여기저기 찾아나서야 한다. 사자성어가 아니라 쉬운 우리말로 가는 해를 돌아보고, 오는 해를 다짐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청와대는 29일 2010년 화두로 지금의 노고를 통해 이후 오랫동안 안락을 누린다는 뜻을 가진 '일로영일(一勞永逸)'을 선정했다. 일로영일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 중 각고의 헌신을 다해 나라를 반석위에 올려 놓고, 다음 정부와 다음 세대에게 선진일류국가를 물려주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각오가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이 "국격 향상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2010년을 맞아 일시적 편안함보다는 지금까지 누적된 고질적인 잘못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 잡는 고된 일을 미루지 않고 해결함으로써 백년대계를 도모하고 선진국 진입의 초석을 다지겠다는 결의의 표명"이라고 했다.

청와대 바람처럼 모든 사람들이 지금 힘든 일을 이겨내고 평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2년을 되돌아보면 이런 바람이 이루어질지 의문이 든다. 청와대는 2008년에는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든다는 '시화연풍(時和年豊)'을, 올해는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부위정경(扶危定傾)'을 신년 화두로 선정했었다.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이 들기를 바랐던 2008년은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온 나라에 촛불이 타올랐다. 시민들은 태평이 아니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했다. 올해는 잘못됨을 바로 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고 바랐는데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잡는데 힘을 쏟았지만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같은 이를 사면하여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는 실패했다.

2년 동안 나라는 태평하지 못했고, 나라는 바로 세우지 못했다. 그런데 또 다시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랫동안 평안함을 누리자고 한다. 언제까지 서민들은 어려움을 견뎌야하는가. 재벌 회장은 법의 심판을 받은지 넉 달만에 '특별'사면까지 단행하면서 국익을 위한 것이라 하면서 서민들에게 다시 어려움을 이겨내 안락을 누리자고 하는가. 안락을 언제쯤 줄 것인가.

또 청와대는 29일 새해 신년화두를 일로영일로 선정한 청와대는 올해 15대 정책 뉴스를 발표했다. 쉽게 말해 이명박 정부가 올해 가장 잘 한 정책이다. 15대 올해 정책 뉴스에는 ▲경제위기 적극대응 ▲G20정상회의 개최 ▲원전 첫 수출 ▲4대강 살리기 착공 ▲미디어산업 선진화 ▲그랜드바겐 구상 따위가 있다.


경제위기 적극대응과 G20정상회의, 원전 첫 수출같은 것은 논란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정책 중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착공과 미디어산업 선진화, 그랜드바겐 구상을 어떻게 올해 뉴스로 올렸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올해 정책 뉴스 7번째에 올린 '4대강 살리기 착공'를 선정한 이유를 청와대는 "수자원 확보, 홍수예방, 수질개선 등 다목적용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수립('09.6월)하고, 환경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재원조달 분산, 입찰, 보상, 착공 등을 정상적으로 추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대강은 현재 여의도를 꽁꽁 얼어붙게 하였고, 4대강 사업에 대해 약 70%의 시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4대강 사업이 하천법 따위를 어겼다고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밀어붙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을 올해 정책 뉴스로 뽑은 청와대는 또 한 번 어처구니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대강사업에 이어 8번째로 선정한 '미디어산업 선진화'도 청와대는 "신방겸영 허용 등 부문간 진입장벽을 낮추고 80년대 이후 존속된 낡은 규제를 줄이는 한편, 뉴미디어와 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기반 마련"했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을 KBS사장에 앉혔고,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게 미디어 선진화인지 묻고 싶다.

15번째 정책뉴스인 '그랜드바겐 구상'을 "'비핵·개방·300'의 일관된 추진 및 그랜드바겐 구상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안 제시"했다고 했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 이명박 정부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남북관계는 꽁꽁 언 겨울 한파보다 더 얼어붙었다.

더 황당한 정책 뉴스는 13번째 뉴스인 '신종플루 선제 대응'으로 "적극적인 항바이러스제 투약 및 대규모 예방접종으로 신종플루에 따른 중증화 및 사망 최소화"했다며 "12.28일 현재 187건 사망 (치명율 0.1% 미만으로 계절독감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한 것이다. 선제 대응한 것까지 누가 탓할까마는 187명이 생명을 잃은 것을 버젓이 자랑거리로 내놓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청와대가 정말 2010년을 일로영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올해 정책 뉴스로 뽑았던 4대강 사업과 미디어산업 선진화, 그랜드바겐 같은 정책을 반대 방향으로 추진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청와대는 그럴 마음이 없다. 그러니 서민들에게 일로영일은 힘들 것 같다. 결국 시민들이 깨어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로영일 #정책뉴스 #청와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