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을 동계올림픽 유치 대사로? 참 흥미롭네요

부끄러운 마무리, 신년의 불명예스러운 이건희 특사를 보며

등록 2009.12.30 18:36수정 2009.12.3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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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이 얘기 투성이니 아마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이명박 대통령은 삼성그룹의 전 대표인 이건희를 특별 사면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부정행위와 탈세 혐의로 지난 8월에 3년 형을 받은 이건희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채우지 않고 나오게 되었더군요.

2009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는 되돌아볼 것들이 아주 많겠지만, 그 중 긍정적이었던 수많은 일들이 이런 부끄러운 결정 때문에 완전히 가려져 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 이것이 2009년 이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보여준 마지막 활동이란 걸 생각하면, 그가 새해와 한국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상징을 보여주려 한 건지 의문입니다.

저에겐 한국이 역사의 한 장을 닫고 더러운 부패로 뒤덮인 새로운 장을 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꽤 오랫동안 한국에서 부유한 이들에겐 법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어렴풋하고도 불쾌한 느낌을 더러 받아왔습니다. 물론 한국 재벌들의 경우 경제법과 공정한 시장 그리고 경쟁 규칙은 더욱 더 적용되지 않고 말이죠.

 

한국은 고도로 발전된 민주 국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그런 부패한 경향이 오랜 골치거리로 생각되기도 했겠지만, 결국 우리 모두 그렇게 살다가 너무 익숙해져 버려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나리라 기대하지도 않게 되는 건 아닌가요.


하지만 이번 일은 정부가 큰 스포츠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법의 비형평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습니다, 동계 올림픽이 다가오니(항상 그렇듯 정기적으로) 다음 개최지 선정의 기회를 높이기 위해, 지나간 일은 지나간 채로 넘겨두고 법은 무시해 버리는 거죠. 어떤가요? 정말로, 어떻게 이렇게 기회주의적일 수 있나요?

게다가 한국에서 이미 유죄를 인정받은 죄수를 감방에서 데리고 나와 그 사람을 국제 무대 대표로 세우면 나른 나라의 호감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니 참 터무니 없지 않나요, 참 흥미로운 일이예요.

다른 나라에서 이런 행동을 경멸 외에 어떤 다른 눈으로 볼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래요, 올림픽 게임을 유치하면 한국으로 많은 관광객과 국제적 관심 그리고 결국 돈도 몰릴 것이고 바로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결국 이 사건을 정당화시키는 거겠죠, 하지만 정말 그런 이유로 이 일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맞아요, 한편으로는 큰 돈(혹은 이 대통령이 말한대로라면 나라에 더욱 중대한 이익이라 할까요)을 벌 수 있을 것도 같아요. 하지만 또한 우리가 그 돈을 위해 청렴함을 팔아넘기는 것도 보이지 않나요. 그리고 결국 돈을 더 벌기 위해 우리의 정의를 팔아넘기는 그런 행위가 정확히 부패라 일컬어지는 행위가 아니던가요?

사실 2009년을 돌아보면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인터넷상의 사생활 보장이 제한된 데 더해, 이제 한국은 점점 민주주의, 자유 헌법 국가에서 무서운 압제 정부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번의 작은 부패 스캔들은 아주 완벽하게 그 안에 맞아 떨어지는 것이죠, 상해가는 아이스크림 선대 위에 썩은 체리를 올려놓는 격이랄까요.

새해가 오면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더 낳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약속을 합니다. 일을 좀 더 열심히 하겠다거나, 음주를 줄이겠다거나, 건강한 식생활을 갖겠다거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겠다거나 하는 작은 결심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2010년 정부의 신년 결심이 헌법을 준수하고, 권리를 보호하며 법을 집행하여 이 나라의 모든 시민들에게는 자유와 정의를 보장하고, 한국을 부패된 탐욕으로 움직이는 나라, 현대 민주주의보다 북한의 윤리에 더 가까운 나라로 만들지 않는 것이었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2009.12.30 18:3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정의 #이명박 #삼성 #이건희 #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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