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민심은 천심... 중구낙금을 아는가?

등록 2009.12.30 18:43수정 2009.12.3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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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낙금(衆口鉻金)을 아는가? 민심은 천심이라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던 대통령이었다. 촛불이 타오를 때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 아침이슬도 부르고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통일, 반민주, 반인권, 반서민 정책, 언론 장악을 위한 치졸한 음모와 술수. 그리고 이어진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옳고 그름을 떠나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대통령을 보면서 다수 국민은 왜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는가 하는 자괴감, 어쩔 수 없다는 체념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러면서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을 쥐로 묘사하고, 서로 쉬쉬하며 비아냥과 은유와 악담과 독설을 퍼부으며, 간접적으로 대통령이 신앙하는 신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며 현실의 상처를 달래려고 하는 것 같다. 4대강 사업비 문제로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대통령은 내년도 공무원 봉급도 유보할 것을 검토하라고 했다. 언론은 대통령의 말을 받아  마치 봉급을 줄 수 없을 것처럼 맞장구쳤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측근에서 들러리노릇도 못하고 멀리서 들리는 구호소리에 뛰어다니는 대통령의 사병(私兵)집단으로 보인다. 돌격하라면 전후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들어 부수고, 더러는 염치와 체면을 버리고 날치기까지 감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무력하니 국회도 없다. 권력 분립은 무너진 지 오래다. 국회의장은 혼자 알아주지 않는 1인극을 하고 있다. 꼭 70년대 영화의 한 장면 같아 혐오스러운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이 땅을 떠나지 않는 한 대통령을 안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강물이 썩은 물이 되고 그 물을 먹은 사람들의 자업자득이려니 여겼고, 세종시문제도 비켜앉아 외면했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들으면서도 솔직히 그런 인물을 뽑았던 원죄를 탓했다.

그러나 연말에 그가 보여준 언행은 그가 말했던 "국격"과 거리가 멀기에 한참을 생각하다 이 글을 쓴다. 그를 옹호하는 조중동에서도 원전 수주 사실이 이미 최소한 1주일 전에 알려진 것으로 보도했다. 굳이 대통령이 현지까지 가지 않아도 될 문제였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그곳으로 날아가 마치 자신이 성사시킨 것처럼 생색을 냈다.

대통령은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그렇게라도 돌파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실언을 그렇게라도 감추고 싶었을 것이다.

자기 확신으로 고집만 내세우는 것은 일종의 병(病)이다. 만약 그 병을 신의 이름으로 호도한다면 그것은 자기가 믿는 신을 모독하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자신의 병을 살피지 못할 뿐 아니라 숫제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우리려고 하지 않는다.


법치? 이제 대한민국 주권은 대통령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대통령으로부터 나오는 꼴이 되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격"을 높이는 것일까?

지난 여름 보았던 평창의 모습이 떠오른다. 산을 파헤쳐 스키장을 만들고, 엄청난 호텔과 리조트를 건설하던 현장을 기억한다. 그리고 단지 안에 몇 억을 호가한다는 별장들이 즐비한 모습도 잊히지 않는다. 전혀 대한민국 같지 않았던 그 곳에 투자하고 별장을 가진 사람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그 사람들이 삼성 이 회장의 사면 소식을 들으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 더 궁금해진다.

잠시 책을 읽다가 새롭다 싶은 생각도 들어 안자춘추(晏子春秋) 1권 내편에 나오는 이야기. 소개한다.

'나라 경공이 옴과 학질에 걸려 1년이 되어도 낫지 않자 경공은 산천(山川)과 종묘에 제사를 지내겠다면서 안자의 의향을 물었다.  그러자 안자는 "기도로 인하여 이익이 생긴다면 저주에도 손해가 생기겠지요"라고 하면서 "가까이 있는 신하는 침묵하고 멀리 있는 신하는 벙어리가 된다고 해도 백성의 수많은 입은 쇠를 녹인다(衆口鉻金)"는 말을 한다. 안자의 말이 요지는 병이란 산천에 기도해도 낫지 않는다는 점과 더불어 백성의 원망을 사는 정치를 하지 말라는 충간(忠諫)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대통령에게 사기 당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불만은 극에 달했다. 불만의 소리가 청와대 담을 넘지 못할 뿐이다. 중구낙금(衆口鉻金) 즉 '백성의 수많은 입은 쇠를 녹인다'는 말에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뜻도 담겨 있음을 기억하라. 국민을 기만하는 시대에 살면서 행동하지 못한 죄 닦음이 되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몇 마디 남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구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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