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보니 이거 보통 놈이 아니다

여수지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번개 하던 날

등록 2009.12.31 09:56수정 2009.12.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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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벌거리'다. 말려서 양념꼬지를 해놨는데 그 맛이 별미다. ⓒ 조찬현


지인으로부터 전화(29일)가 왔다. 갑작스레 여수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 모임을 갖자는 거였다. 이름 하여 여수지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번개'다. 한 지역에서 활동하면서도 서로 얼굴 한번 마주한 적이 없는 친구들이다.


물론 한둘은 안면식이 있지만 이렇게 다섯이 다 모이기는 아마 이번이 처음일 거다. 이번 모임에 함께 한 친구들은 다들 오마이뉴스에 적을 두고 있다. 직업도, 나이도,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전화 한 통화로 이렇게 다들 모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놀랍다.

모두들 따뜻한 품성을 지녔다. 대부분 첫 만남이었는데도 우리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그렇게 소주 한두 잔으로 곧장 친숙해졌다. 취재 관련한 대화에서는 자신의 가족보다는 이웃을, 내 자신의 문제보다는 상대방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쓴 노력들이 엿보였다.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따스한 햇볕으로 감싸길 원하는 그들의 마음에서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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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살의 광어는 쫀득한 식감이 돋보였다. 가장자리에는 약간 붉은빛이 도는 감성돔이 놓여있다. ⓒ 조찬현


모임장소는 여수 소호동의 대풍마차, 너도 친구 나도 친구 포장마차처럼 친숙한 이름이다. 하기야 가을 한철에는 전어회로 여수에서 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여수에 사는 주당치고 '이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다. 다른 건 몰라도 전어회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업소다. 전어철이 지나면 대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였는데 이날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음식을 소개하려고 했었는데 사설이 긴듯하다. 싱싱한 회 한 점 맛보기도 전에 자화자찬이나 하고 말이다. 상차림을 보니 회를 주문한 듯하다. 서대찜, 낙지호롱, 삶은 문어, 소라, 꼬막 등의 해산물이 상 가운데 떡 허니 버티고 있는 걸로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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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서대는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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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에 감긴 낙지호롱이다. ⓒ 조찬현


무슨 회일까? 궁금하다. 벽에 내걸린 메뉴판에는 '사시미 시가' 이렇게 쓰여 있다. 자칭 생선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다는 한 친구가 그 정도 내공이면 먹어 보면 알 걸 굳이 주인장을 불러 확인을 한다. 광어회와 감성돔이라는 대답을 얻어냈다.


자 그렇다면 우리 함께 맛을 보자. 하얀 살의 광어는 쫀득한 식감이 돋보였다. 광어는 비린내가 없고 쫄깃한 감칠맛이 도드라져 횟감으로 좋다. 매운탕이나 튀김을 해먹어도 좋으며 고단백이면서도 칼로리와 지방이 적어 부드럽고 소화가 잘되는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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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무조림이다. 말린 전어를 커다란 무와 함께 조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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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을 먹은 순간부터 다른 찬에는 눈길도 안줬다. ⓒ 조찬현


접시 가장자리에는 약간 붉은 빛이 도는 생선이 놓여있다. 이곳에서 감생이라 부르는 감성돔이다. 바다생선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녀석들도 드물 것이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어종들도 흔하다. 통상 25cm 이하의 감성돔을 감생이라 부르며, 서해안 지역에서는 비듬이, 동해안에서는 땅강아지라고 한다.

감성돔은 한마디로 차진 맛이다. 지방이 적고 살이 단단한 이 녀석은 찜 요리로는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다. 회나 찜 구이 등의 요리에 적합하다.

전어로 유명한 집 아니랄까봐, 전어도 선보였다. 전어무조림이다. 말린 전어를 커다란 무와 함께 조렸다. 전어의 색다른 맛을 느껴볼 수가 있었다. 무도 간이 잘 배어들어 먹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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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조개 관자 주위를 감싸고 있는 살(히벌거리)이다. ⓒ 조찬현


오늘은 색다른 걸 하나 소개하겠다. 생긴 걸로 봐서는 참 별놈이다. 그 이름에 대해서 한참이나 논란이 있었다.

"이게 뭐지?"
"새조개, 키조개, 히벌거리..."

맛을 보아하니 이거 보통 놈이 아니다. 제법 족보가 있는 녀석일게 뻔하다. 그만큼 입맛 땡긴다는 이야기다. '히벌거리'다. 보다 정확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키조개 관자 주위를 감싸고 있는 살이다. 말려서 양념꼬지를 해놨는데 그 맛이 별미다.

이날의 번개는 새로운 히벌거리를 만난 것 이상의 소득이 있는 날이었다. 서로의 만남이, 취재 시 특종보다 더 서로의 마음을 달궜다. 소중한 만남이 새해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키조개 #광어회 #감성돔 #벙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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