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남일당'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등록 2009.12.31 11:28수정 2009.12.3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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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인 경남 진주는 겨울에 눈 한 번 구경하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올 겨울도 마찬가지다. 아직 눈 구경 못했다. 그러니 눈이 많이 오는 동네에 여행이라도 가면 강아지들이 눈밭을 뛰어다니는 것처럼 좋아한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날도 그랬다. 용산 남일당이 불타고 있을 때는 나는 전라북도 고창군·정읍시와 전라남도 장성군 북이면에 자리 잡은 높이 743m인 방장산에 내린 눈을 보면서 강아지 마냥 좋아했다. 남일당이 불탔다는 소직을 접한 것은 집으로 돌아는 길 차 안에서 들었다. 같이 간 사람들 모두가 멍했다. 다들 말을 잇지 못했다.

'용산철거민 참사'가 남긴 상흔은 유가족보다는 못하겠지만 2009년을 함께 살았던 우리 모두에게 크다. 유가족들에게 지난 345일은 '눈물'그 자체였다. 그 눈물을 딲아주고, 함께 흘리고, 보듬이들은 수많은 시민들, 범대위, 그리고 신부님들을 비롯한 종교인들이었다. 하지만 권력은 그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유가족 눈물을 보듬은 시민들과 종교인들 힘이 없었다면 권력은 끝까지 외면했을 것이다. 그들 힘이 결국 서울시를 이끌어 내었고, 국무총리 발걸음까지 이끌어내어 완전히 만족할 수는 없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타결했다. 역시 깨어있는 시민과 행동하는 양심만이 권력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우리는 용산철거민참사 통해 경험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유족들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것처럼 용산은 진행형이다. 용산첡민참사 원인은 돈이 눈이 어두운 자본권력이 철거민들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개발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자본권력은 철기민 생존권보다는 돈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공권력은 자본권력의 이 탐욕을 제지하기 보다는 철거민들을 강제 진압하여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시민들 생존권을 보호하기 보다, 자본권력 이익에 더 힘을 보태는 정부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용산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온 나라는 재개발이 불고 있다. 재개발은  건설업자와 조합, 집 주인들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지만 세입자들에게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것이다. 건설업자와 조합, 집 주인들 재산권을 보호가 중요하면 세입자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생존권도 보호해야 한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용산철거민참사 타결 성명을 통해 "용산참사 원인은 어디에 있든 우리 사회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유가족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맞다. 정운찬 총리 말처럼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불행한 일이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 이제 정운찬 총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용산철거민참사에서 남은 과제는 진상규명이다. 진상규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법원이 공개하라고 명령까지 내렸는데 공개하지 않고 있는 수사기록 3000여쪽 분량이다. 기록공개를 통해 용산철거민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용산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재개발 지역 세입자 생존권 보호를 위해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건설업자와 조합, 집 주인은 보호하지만 세입자 보호에는 거의 무방한 법률을 정비하지 않고서는 용산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진상규명과 세입자를 배려하는 법률 정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정운찬 총리가 말한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다.

2009년은 불로 시작해 눈물로 마쳤다. 이제 더 이상 남일당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일은 정부가 앞장서고, 우리 모두가 함께 할 때 가능하다. 2010년은 하얀 눈밭에 뛰노는 강아지처럼 마냥 웃음만 넘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용산철거민참사 #남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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