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사진엔 화살표가 세 개 숨어 있다. 올레꾼들에겐 확연하게 잘 보이는 화살표
박진희
어디 그뿐인가, 화살표의 표정도 느낀다. 나를 응원하는 화살표, 벌써 지쳤냐는 듯 날 한심하게 보는 화살표, 화난 화살표, 조금만 더 힘내 보라며 달래는 화살표…. 그런 화살표와 이야기 정도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면 여행이 더 즐겁지 않을까. 철저하게 혼자인 시간은 가끔 미친척하고 무생물과 대화하는 것도 외롭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다.
☆ 프란체스카도 한번쯤 만나야지해안을 끼고 걷는 코스와는 달리, 13코스는 바다 포구에서 시작해 숲길을 걷고 마을로 들어가 오름을 하나 넘고 다른 마을로 가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올레길이다. 해안길에 매력을 느껴서인지, 아직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지 못해서인지, 6시간 길을 걷는 동안 올레꾼은 나 하나였다.
<반지의 제왕>에서나 볼 법한 큰 나무숲길을 지날 때, 아무도 없는 큰 벌판을 지날 때, 약간의 무서움이 있긴 했지만 바람 쌩쌩 부는 그곳의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지금은 나 혼자만 만끽하고 있다는 그 기쁨도 남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