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문자일기.
노란잠수함
글쓴이는 처음 혼자 살게 됐을 때 무서움을 달래려 음악 듣던 이야기를 꺼내고, 식지 않고 계속 불타오르는 사랑을 말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그 누군가가 알아채면 어쩌나 조심스레 털어놓는다.
껍질 벗고 내놓은 마음 속 이야기라 읽는 이 마음도 자연스레 무장해제가 된다. 그런 상태로 다가오는 것은 웃음과 아릿한 슬픔이다.
"어릴 적 아이스 바를 너무 좋아해서 먹고 나면 뒤돌아서 또 먹고 싶어 사 먹고, 또 사 먹고 하다 보니 한 번은 아홉 개까지도 먹었다. 결국 배탈이 나고 말았지만 내가 유일하게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무슨 자랑거리라고), 아이스 바 먹기. 최초의 중독이었다.""성탄절은 왠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연인과 데이트를 하는 사람, 가족과 보내는 사람, 어려운 사람들과 시간을 같이 하는 사람 등등……. 그리고 지금 나는 들뜬 마음으로 배를 땅바닥에 딱 붙이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웃음과 슬픔은 다른 감정이지만 참 잘 어울린다. 그림과 문자가 어우러지는 것처럼. 아이러니한 이런 감성은 이 책 전체를 뚫고 지나간다.
글쓴이가 그림문자를 만들게 된 계기는 지루함 덕분이었다. 유럽 여행에서 적막한 밤들을 맞이하게 됐고, 그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한 것이 바로 그림문자. 그러니 이 책이 나오게 된 일등공신은 바로 지루함인 셈이다.
복동이란 개 이야기도 그렇다. 글쓴이가 그렇게 못생기고 불쌍하게 생긴 개는 난생 처음 봤다고 할 정도인 복동이는 그 못남 덕분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측은하게 생겨서 더 사랑을 받은 것이다.
백미는 '(여자로)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편이다.
"딸부자집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집안에서 입지가 무진장 약했다. 어린 시절 가끔 동네 어른들은 내게 왜 고추를 달고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어 왔다. 집안 행사 때 사촌 오빠들이 오면 일곱 살 아이의 마음 속에서도 알 수 없는 열등감이 일었다. 엄마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까진 엄마는 항상 죄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들만 있는 고모들이 딸이 많은 엄마를 제일 부러워하신다. 엄마, 이제 죄송해하지 않겠습니다."책은 주로 글쓴이 개인 신상을 다루지만, 자전거 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룬 작품도 있다. 지난해 서거 정국 당시 쓰이기도 했단다.
글쓴이 마르스는 어린이 만화잡지 <고래가 그랬어>에 4컷 만화 <두루도로고미>, <오마이뉴스>에 만화 <꽃분엄마의 서울살이>를 연재한 것을 비롯, 만화 <꽃분엄마 파이팅!> <산타할아버지, 어디 가세요?> 문자그림일기 아트북 <꿈을 찾아 날다>를 펴냈다. 2006년엔 <꽃분엄마 파이팅!>으로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