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의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인들의 경우 질병에 의한 사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심장병(40%)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심장병은 고작 8% 밖에 안 되는 희귀한 병이었다고 한다. 심장병뿐만 아니라 암, 뇌졸중, 당뇨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 초반 이후에 미국인들 사이에 이러한 질병들이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질병의 증가만이 아니었다. 이 시기에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폭력, 등교 거부 등의 소란 사태도 눈에 띄게 늘었다. 또 예전에 비해 학교의 교육시스템은 더욱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학습 부진아들이 증가하고 글자를 모르는 고학력 문맹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더 나은 교육 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적 성과는 오히려 퇴보하는 듯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어찌 된 연유일까. 사회사적으로 보자면 이 시기는 미국 사회에서 가공 식품과 패스트푸드 산업이 급속도로 증가한 시기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땅이나 바다에서 직접 얻는 음식보다는 공장에서 화학처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식품을 즐겨 먹게 되는 식생활의 변화와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는 얘기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도 없고, 집중력도 떨어지며, 학업에 정진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부모들이 많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청소년 범죄의 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지난 1세기 동안 일어났던 식생활의 변화가 아이들의 몸과 정신에 어떤 변화를 준 것은 아닐까. 식생활의 변화와 청소년 교육 문제 발생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정신건강 치료사인 알렉산더 샤우스 박사는 <식사와 범죄 그리고 비행>이라는 그의 저서에서, 소년원 재소자들의 과거 식생활을 면밀히 조사한 후, 그들의 식생활을 개선함으로써 그들이 정서적 안정을 되찾아간 사실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비행이 그들의 식생활 습관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늘날 아이들의 입에 가장 친숙한 음식은 설탕이다. 과자로부터 시작해서 음식 만드는 데 이르기까지 설탕의 사용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설탕 자체를 먹지는 않더라도 음식물마다 섞여있는 설탕을 피해가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예전에는 설탕을 한 숟갈씩 먹으면 기운이 회복된다는 말도 있었다. 그 만큼 설탕을 섭취할 기회가 없었기에 설탕의 섭취가 보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굳이 설탕을 먹는다는 생각을 가져보기도 전에 이미 설탕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설탕(혹은 과당)과 같은 정제당이 많이 함유된 가공 식품의 무분별한 섭취는 몸에 이상반응을 가져온다. 우리 몸은 늘어난 당분을 급속히 분해하기 위해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게 되고 이는 오히려 저혈당증(혈액에 당이 부족한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인슐린의 과다분비가 습관화 되면 그만큼 당분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혈당증은 집중력 감퇴, 무기력과 피로, 정서 불안과 우울증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당분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의 에너지원이다. 그런데 그 에너지원이 부족하다면 세포 활동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즉 저혈당증은 몸 안의 세포에 적당한 에너지(당분) 공급을 방해함으로써 각종 질병을 유발하게 되고, 특히 뇌의 활동을 저하시켜 정신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오늘날 과자나 튀김을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되는 것이 쇼트닝이나 마아가린과 같은 고체화 된 유지(포화 지방)이다. 액체인 기름을 고체화 시킨 이유는 변질을 막고 보관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즉, 돈과 편리함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이 고체 유지(포화지방)는 중금속을 촉매로 화학 처리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거의 변질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뇌세포에 영향을 주어 기억력을 약화시키고, 체내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고혈압을 유발할 수가 있다.
특히 포화 지방에 많이 들어 있는 트랜스 지방산이 뇌세포에 가서 자리잡게 되면, 뇌의 활동(뇌는 몸 에너지의 절반을 사용함)으로 생겨나는 엄청난 노폐물과 유해물질을 뇌세포가 제대로 배출시키지 못하게 되어 만성적 피로 증후군이 나타나고 학습 능력에 있어서도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보통 80여 가지의 식품 첨가물을 섭취한다고 한다. 맛을 내는 향료와 모양을 내는 색소, 빵이나 과자의 부드러운 감촉을 내는 팽창제, 제품의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한 보존료(방부제), 공장에서 제품이 기계에 붙지 않도록 하는 유화제 등 수많은 첨가물이 온갖 가공 식품에 투여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류가 식품첨가물 투성이 인 것이다. 예전에 감자나 옥수수나 밤과 같은 자연식품이 간식이었을 때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이 요즘 아이들에게 조성되었다.
이제까지는 뇌가 다른 신체 기관에 비해 우리가 먹는 식품성분으로부터 비교적 독립적(영향을 받지 않음)이라고 믿어왔으나 최근의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가 의외로 식품의 화학물질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뇌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가공 식품에 포함된 설탕과 트랜스 지방과 식품첨가물 등은 아이들의 건강 체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뇌의 활동에까지 영향을 준다. 먹는 음식이 몸의 상태뿐만 아니라 정신 활동 상태까지 관장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기억력이 감퇴하고 지능 저하 현상이 나타나며 행동 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증가하게 되었던 것도 아이들 식생활에 가공식품이 대중화된 때문이 아닐까.
예전에는 가난한 집 애들이 공부를 잘 했는데 요즘은 부자집 애들이 공부도 잘 한다는 말도 있다. 과거에는 부자집 애들이 과자나 치킨 등의 비싼 가공식품을 먹을 수 있었고, 가난한 집 애들은 돈이 없어서 값이 싼 옥수수나 감자나 오이 같은 것들을 간식으로 먹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게 거꾸로 되었다. 오히려 가난한 집 애들이 저렴한 가공식품을 맘껏 사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부잣집 애들을 유기농이나 자연식이니 해서 가공 식품으로부터 멀어졌다. 공부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1.07 18:18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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