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열차는 용산 급행입니다"

유가족, 친구, 취재진, 시민들. 책임자만 오면 된다

등록 2010.01.09 18:30수정 2010.01.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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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참사 희생자 영결식이 있는 서울역 광장에 가기 위해 1호선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12시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지만 마음이 조급했다. 마침 용산 급행 열차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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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열차는 용산급행입니다" 시민들을 용산참사역으로 빠르게 모실 열차입니다 ⓒ 고혁주

▲ "이번 열차는 용산급행입니다" 시민들을 용산참사역으로 빠르게 모실 열차입니다 ⓒ 고혁주

 11시 반쯤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정말 많았고 통제가 쉽지 않을 듯 했다. 준비된 의자에 앉지 않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했다. 진행자는 '어서 앉으라'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지만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커피 아줌마까지 "거 참, 정돈 좀 합시다"라고 소리쳤다.

 

 12시가 가까워 오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한명숙 전 총리, 문정현 신부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도착했고 운구차가 들어왔다. 한 시민이 더디 가는 두 번째 운구차를 쓰다듬으며 "잘 가..."라고 말했다. 자신을 고 양회성씨의 친구라고 밝힌 이기옥씨는 왜 우냐는 질문에 "내가 친구가 셋 밖에 없는데 그중 하나가 회성이야..."라며 말을 흐렸다. 그는 양씨가 "정말 양심적이었다. 자기 횟집에 좋은 생선이 없을 때 손님께 진심으로 죄송해했다"며 "그런 그가 죽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를 길바닥에 풀고는 다시 운구차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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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친구야..." 고 양회성씨의 친구 이기옥씨가 운구차를 쓰다듬고 있다. ⓒ 고혁주

▲ "잘가, 친구야..." 고 양회성씨의 친구 이기옥씨가 운구차를 쓰다듬고 있다. ⓒ 고혁주

 영정과 시신은 무대 위로 옮겨졌고 취재진은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바빴다. 서로 밀치기는 예사였고 휴대용 사다리나 카메라 받침대로 기자의 정강이를 훑기도 했다. 어떤 기자는 자신의 카메라를 가리는 만장을 치우며 가벼운 욕을 하기도 했다. 너무 지나친 취재 열기에  진행자는 마침내 "그만 좀 하세요. 진행할 수가 없잖아요. 이따 포토타임 드리겠습니다"라며 취재진을 제지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장례식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 안양에서 온 직장인도 있었고, 아이의 교육을 위해 온 가족도 있었다.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영결식에 참석한 백승구씨는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희생된  고인과 유가족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유가족인사에서 고 이상림씨의 아내 전재숙씨는 다 쉰 목소리로 "고인들을 두고 차마 입에 못담을 말들이 들리지만 애써 못 들은 척한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몸이 다 낫지 않아 침을 맞는 충연이는 장례식이 끝나고 다시 감방으로 가야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못된 재개발을 막아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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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건물과 경찰서와 영정 위풍당당한 건물들이 고인들을 내려보고있다. ⓒ 고혁주

▲ 높은 건물과 경찰서와 영정 위풍당당한 건물들이 고인들을 내려보고있다. ⓒ 고혁주

 오늘 서울역 광장에 유가족이 모였고 고인의 친구들이 왔다.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고 취재를 위해 기자들도 왔다. 안 온 사람들이 있다. 다음 용산급행 열차에는 책임자와 진실이 실려있길 바란다. 영결식 끝무렵, 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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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짓밟힌 근조리본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의지는 버리지 맙시다. ⓒ 고혁주

▲ 버려지고 짓밟힌 근조리본 용산참사 진상규명의 의지는 버리지 맙시다. ⓒ 고혁주

#용산참사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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