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은 언제나 자본과 정권의 탄압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전형적인 탄압은 투쟁하는 노동자를 구속시키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인신구속뿐 아니라 각종 손해배상, 가압류를 통해 경제적 타격을 주는 탄압이 더해지고 있다. 이미 손배가압류 문제는 2003년 배달호 열사(두산중공업)와 김주익 열사(한진중공업)의 죽음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졌지만, 탄압이 줄어들기는커녕 더 증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자본뿐 아니라 정부가 민주노총을 상대로 직접 손배가압류를 걸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은 최근 6차 투쟁본부회의를 통해 최근 정부와 사측으로부터 민주노총에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주요 사례를 취합,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박종태 열사 투쟁, 쌍용차 투쟁에 대해 어김없이 수억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5월16일 대전에서 열린 '고 박종태 열사투쟁 승리, 5.18정신 계승, 노동기본권 쟁취 전국노동자·민중대회'의 경우 정부는 경찰장비 파손 등을 이유로 무려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지난달 21일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 4억7천여만원을 한달에 1억씩 나눠서 지급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정안을 낸 상태다.
쌍용차 투쟁과 관련해서는 더 심각한데, 경기경찰청에서 3개 단체(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101명 개인에 대해 22억6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한편 이 중 7억원은 민주노총 건물 전세비에 가압류를 신청해 놓기도 했다.
민주노총 이준용 사무차장은 이와 관련 "정부 재산에 대해 정부가 가압류를 신청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건물 전세비는 노동부로부터 보조금을 빌려서 충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자측이 제기한 손해배상까지 더해지면 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의 일이긴 하지만 2007년 이랜드 투쟁 후 사측이 민주노총과 서비스연맹 임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금액이 10억원이며 현재 1심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같은 투쟁과 관련해 매장 점주들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뉴코아노조, 이랜드일반노조를 상대로 무려 1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1심에서 2억7천만원 지급 명령을 받은 상태며 2심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작년 쌍용차 파업투쟁으로 사측이 쌍용차지부 및 간부, 조합원(191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금액은 5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및 사회단체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50억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설 및 설비 손실에 대해 회사가 보험사에 보험료를 청구할 경우, 보험사가 노조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어 재정적인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의 손해배상 급증이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적 입장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 차장은 "과거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있어왔지만 이정도의 액수는 역대 최대"라며 "이명박 정부가 노동운동의 물적인 토대를 허물어뜨리기 위한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재판 과정이나 면담을 통해 정부 측과 대면하는 경우, 정부가 이전에 비해 훨씬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각종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 법률원을 통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16 노동자대회 건의 경우 재판부의 조정안을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신청했으며, 이랜드 손해배상 1심 판결 역시 민주노총이 항소해 2심 진행 중이다. 하지만 법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차장은 "5.16 노동자대회 건의 경우를 보더라도 정식재판을 진행해 봤자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법률원의 의견"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 차장은 "민주노총의 자립방안 마련이 필요하긴 하다"면서도 "당면해서는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여론화 쟁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재정적 문제로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결국 거액의 손배가압류가 신종 노동운동 탄압 무기로 등장한 상황에서, 이에 맞선 투쟁과 정치적 힘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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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3 15:5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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