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들은 힘을 잃고, 중장비는 활기차게 움직여

[현장]금강지역 답사, 운하를 빼닮은 4대강 정비사업

등록 2010.01.14 17:49수정 2010.01.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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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14일 금강을 찾았습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에서 매주 금강정비사업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기 위한 답사를 위해서였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로 시작된 4대강 사업은 지금 이 시각에도 다수 국민들의 반대에도 상관없이 강행되고 있었습니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반짝빤짝 아름바은 빛을 내던 강을 기억하면서... 하지만, 현장을 찾았을때 금강은 강이 아닌 공사장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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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건물올리기 일반 주택공사현장 같지만 하천공사이다. 10m내외의 철벽이 쌓여져 있다. ⓒ 이경호

▲ 강에 건물올리기 일반 주택공사현장 같지만 하천공사이다. 10m내외의 철벽이 쌓여져 있다. ⓒ 이경호

 

'칼로 물베기'는 불가능해도 포크레인은 물을 벨 수 있더군요.

 

강력한 공격형 포크레인은 금강 안에서 괴물과 같았습니다. 강력한 날을 세우고 강의 모래와 강물들을 가르고 있었습니다. 금강은 힘차게 굽이치면서 1000리길을 흐릅니다. 사람들은 강의 힘과 양분에 의지하며 살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강을 직강화하고 둑을 쌓으면서 자유롭게 흐르던 금강의 자신의 힘과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물길은 이미 10m 정도 되는 철구조물에 갇혀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갇혀버린 강의 모습은 운하와 닮아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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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닮은 4대강 정비사업 공사현장 공사현장에는 물길을 직선화하고 둑을 쌓는 공사하 한창 진행중이다. 정부는 아래쪽 오택방지막 2개로 80%의 수질정화가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이경호

▲ 운하닮은 4대강 정비사업 공사현장 공사현장에는 물길을 직선화하고 둑을 쌓는 공사하 한창 진행중이다. 정부는 아래쪽 오택방지막 2개로 80%의 수질정화가 가능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 이경호

 

부실하게 펼쳐놓은 오탁방지막으로 오염물질 80%를 걸러내겠다던 정부 발표가 의심되었습니다. 곳곳에서 오탁방지막이 제 구실을 못하거나 부실하게 설치되어 탁수가 하류로 방류된다는 기사들을 접하고 나니 더욱 불안해 보였습니다. 단지 그물만 쳐놓은 것인데 어떻게 80%의 정화능력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인지. 그런 정도로 하천 수질정화가 쉬운 것이라면 수천억 비용을 들여 정수장을 건설한 필요는 없었을 듯 합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쉽게 정화할 수 있는 하천수를 수억원 비용을 들여서 강물을 정화해 먹는 우리는 바보입니다. 이 정부는 순식간에 국민을 바보로 만든 것입니다.

 

아무튼, 공사로 인한 위협 때문에 금강을 찾던 많은 새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금강 합강리에서 대피한 흰꼬리수리는 장남평야에서도 행정도시 건설을 위한 중장비들의 위협 때문에 불안한 겨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합강리에서 서식하던 4000마리의 기러기들은 온데간데 없고 달랑 3마리의 쇠기러기 비행만 볼 수 있었습니다. 합강리에 쉽게 볼 수 있던 댕기물떼새, 황오리, 비오리 모두 이제는 희귀한 철새가 되었습니다. 곧 금강에서 멸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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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꼬리수리 합강리에서 행정도시예정지인 마을로 대피해온 흰꼬리수리! 곳 이곳도 사라져야 하는 곳이다. 이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 ⓒ 이경호

▲ 흰꼬리수리 합강리에서 행정도시예정지인 마을로 대피해온 흰꼬리수리! 곳 이곳도 사라져야 하는 곳이다. 이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할까? ⓒ 이경호

 

이처럼 금강의 다른 생명들은 점점 그 힘을 읽어가는 반면, 공사차량과 중장비는 더 활기차게 움직이더군요. 야외활동이 어려울 것 같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금강 공사현장은 분주했습니다. 활발한 겨울활동을 보여주던 겨울철새들을 대신해서.....   철새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인 반면, 그 자리를 대신한 포크레인과 공사차량들은 전쟁같이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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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나붓기는 깃발 곳곳에 나부끼는 붉은 깃발은 강의 피눈물을 알고 있을까요 ⓒ 이경호

▲ 바람에 나붓기는 깃발 곳곳에 나부끼는 붉은 깃발은 강의 피눈물을 알고 있을까요 ⓒ 이경호

합강리에서 피신해서 하류로 이동한 말똥가리는 다행히 안전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2단계 공사까지 착공되면 금강은 온통 포크레인과 불도저 차지가 될 터, 미래의 불안한 마음이 가슴을 다시 짓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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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해온 말똥가리 환경부멸종위기종 2급인 말똥가리는 합강리를 떠나 하류에서 대피중이었다. ⓒ 이경호

▲ 대피해온 말똥가리 환경부멸종위기종 2급인 말똥가리는 합강리를 떠나 하류에서 대피중이었다. ⓒ 이경호

 

2010년에 계속 강행될 금강정비사업은 충청인의 젓줄인 금강을 말살시키는 생태계 파괴사업이라는 실체적 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싸워야 할 듯 합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매주 금강의 모니터링을 통해 실체를 알려나가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오늘밤 잠을 편히 잘 수 있을지 잘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10.01.14 17:49 ⓒ 2010 OhmyNews
#4대강 정비사업 #한반도운하 #운하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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