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편안함을 주는 부석사

등록 2010.01.17 10:12수정 2010.01.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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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가족들이랑 부석사를 찾았다. 상당히 추운 날씨에 바람도 많이 불어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해를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늘 마음을 편하게 하는 부석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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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 부석사 ⓒ 김수종


태백산의 끝자락인 봉황산에 위치한 부석사는 너무나 조용하고 고요한 절이다. 매서운 겨울  바람도 이곳에 닿으면 멈추고, 햇살도 이곳에 오면 더 큰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절의 바깥은 너무 춥고 바람도 많았지만, 경내에 드니 바람도 잔잔하고 햇볕도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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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간지주 부석사 ⓒ 김수종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부석사 입구로 들면 수년 전에 조성된 연못과 식당가, 농산물을 파는 노점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사과 말린 것을 파는 아주머님의 모습을 보다가 시큼한 사과껍질을 하나 얻어 입안에 넣는다. 겨울 맛에 취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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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부석사 ⓒ 김수종


영주는 정말 사과와 인삼의 고장인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사과와 인삼을 파는 풍경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절 입구에 즐비한 노점은 대부분 사과와 지역의 특산물들이다. 나는 이곳에서 오랜만에 말린 사과를 맛보았다. 맛있고 향도 좋다.

입장권을 사들고 일주문을 향하여 오르면 본격적으로 부석사의 경내에 진입을 하게 된다. 좌우측의 은행나무가 좋고, 왼쪽에는 인삼밭과 과수원이, 오른쪽에는 대부분 과수원이다. 사과나무가 참 많다. 올해는 사과가 풍년이었을까? 두어 달 전에도 이곳을 다녀갔지만, 워낙 황급히 지나가버려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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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왕상 부석사 ⓒ 김수종


태백산의 부석사를 알리는 일주문을 지나면 연이어 당간지주가 좌측에 보인다. 용두에 깃발을 꽂아 이런저런 활용을 한다고 들었는데, 사실 단 한 번도 깃발은 보지 못하고 늘 높이 솟은 당간지주만 보고 간다.

연이어 사천왕상이 모셔진 사천왕문이다. 늘 험하게 생긴 얼굴을 하고 있어 어린 시절에는 이곳을 지나는 것이 무서웠다. 초등학교 3학년인 연우도 이곳을 지날 때면 내 손을 꼭 잡고 지난다. 무섭단다. 나도 그 나이에는 늘 그랬던 것 같다.


사천왕상들은 절을 출입하는 나쁜 사람이나 잡귀를 막으려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가끔 두렵고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내 마음 속에도 아직 '나쁨의 싹'이 자라고 있는 듯하다. 늘 착하게 살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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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축 부석사 ⓒ 김수종


이어 부석사의 본격적인 경내에 들어서는데 좌우측에 3층 석탑과 범종루, 안양루, 무량수전 등이 나온다. 난 요즘에도 부석사를 찾으면 늘 가장 정성스럽게 쌓여진 석축에 감동을 한다. 저 많고 무거운 돌을 어쩌면 저렇게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쌓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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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당 부석사 ⓒ 김수종


특별히 돌을 조각하지도 않은 것 같은 모양으로 큰 돌과 작은 돌을 모양과 크기에 따라 적절하게 조화시켜 높이가 4~5미터는 되게 잘도 쌓은 것이 늘 경이롭다. 부석사의 석축을 보고 있으면 경주 불국사의 석축보다도 더 아름답고 조화롭게 쌓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 마음도 편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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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루 부석사 ⓒ 김수종


3층 석탑과 범종루, 안양루 등을 본 다음, 무량수전 앞에 선다. 오랜 만에 가족 대부분이 모여 기념촬영을 한다. 지난여름 무릎 수술을 하신 자친(慈親)께서는 이곳까지만 보고 힘들다며 내려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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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 부석사 ⓒ 김수종


나는 연우랑 무량수전과 부석을 본 다음, 무량수전 우측을 돌아 선묘각과 3층 석탑을 본 다음, 조사당으로 오른다. 조사당 앞에 천년을 넘도록 빗방울도 물도 주지 않았는데 살아있는 나무를 보며 감동한다.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심은 것이라고 하는데 처마 아래에서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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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부석사 ⓒ 김수종


이어 이웃의 전각들을 둘러본 다음, 아래로 향한다. 부석사는 너무 조용하다. 그 춥던 추위도 가시고 바람도 불지 않는 것이 역시 명당은 명당인가 보다. 한해의 마지막으로 고향의 대찰 부석사에서 보낼 수 있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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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석탑 부석사 ⓒ 김수종


천천히 길을 내려오면서 절 앞의 풍광과 무량수전, 안양루 등을 카메라에 담는다. 앵글 안에 담기는 사진들이 참 좋다. 이 좋은 사진들처럼 2010년에도 기쁘고 좋은 일만 있기는 기원하며 내려온다.
#부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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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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