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대선 노무현-이인제 연설, 이렇게 달랐다

스피치 전문가 박성호씨 <당선을 부르는 스피치 전략> 펴내

등록 2010.01.18 09:44수정 2010.01.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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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없는 스피치(Speech)는 공허하고, 테크닉 없는 연설은 맹목적이다."

'선거의 계절' 6월 지방선거가 바짝 다가왔다. 연설 전문가 박성호(여주대학 평생교육원 지도자스피치과정 지도교수)씨는 최근 펴낸 <이기는 연설 지는 연설, 당선을 부르는 스피치 전략>(도서출판 YES세종, 공희준 공저)이란 책을 통해 선거에서 연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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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전문가 박성호씨는 최근 공희준씨와 함께 <이기는 연설 지는 연설, 당선을 부르는 스피치 전략>이란 책을 펴냈다. ⓒ 윤성효


그는 서문에서 "20세기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다"면서 "그러면 21세기의 권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단연 입에서 나온다. 국민의 귀와 생각은 닫혀 있지 않고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청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반드시 숙련된 소통 능력이 필수적"이라며 "스피치 능력은 때로는 천부적으로 타고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부단한 훈련과 연습, 교육과 경험을 통해 단련된다"고 강조했다.

"청중을 설득하거나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내용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우수한 콘텐츠는 뛰어난 소통기술과 만날 때에만 그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표현하는 사람의 음성과 열정적 제스처 등 종합적 표현역량에 따라서 청중이 이해하는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박씨는 연설의 기본이론과 응용방법을 예문을 곁들여 설명해 놓았다. 또 국내외 다양한 연설을 모아, 그 연설이 정치현실과 선거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연설을 잘 하려면?


어떻게 하면 연설을 잘할까. 박성호씨는 "어떤 사실에 대하여 내용을 펼쳐 놓기보다는 일관성 있는 내용, 통일성을 바탕으로 상대가 가장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나가는 과정과 이를 근거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스피치 학습의 기본자세'로, 그는 "스피치 공포를 갖지 말 것"과 "완벽한 스피치를 욕심내지 말 것", "스피치 원고를 통째로 암기하지 말 것"을 제시했다. 연설 자세로, 다리는 어깨 넓이로 벌려 11자형으로 해야 하고, 팔은 손을 가볍게 쥐고 바지 재봉선에 가볍게 놓아야 하며, 얼굴(눈)은 자연스런 표정으로 정면을 바로 봐야 한다는 것.


또 연설은 "큰소리로 말하라", "또박또박 말하라", "자연스럽게 말하라", "천천히 말하라"고 설명해 놓았다. '스피치 공포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책을 많이 읽을 것' '생각의 유연성을 가질 것' '생각을 긍정적으로 할 것' '남을 인정해 주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것' '아는 대로만 말하려 할 것' '남과 비교하지 말 것'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볼 것' '남을 의식하지 말 것'을 제시해 놓았다.

제스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박성호씨는 "제스처는 자신의 주장을 더욱 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할 것"이라며 "제스처를 사용할 때는 너무 복잡하게 해서는 안되고, 요란하게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간단하고 힘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연설가가 되기 위해, 그는 "청중의 성격을 파악하라" "관심을 가질 화제를 넣어라" "정직하고 성의가 있게 보여라" "청중과의 공통점을 부각시켜라"고 설명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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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연설 전문가인 박성호씨는 연설을 잘 하려면 "청중의 성격을 파악하라"고 말한다. ⓒ 윤성효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이인제 연설 비교하면?

유명 인사들의 연설은 어땠을까? 먼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연설부터 비교해 놓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광주연설)에 대해, 그는 "노무현의 힘은 권위주의적 문어체에 도전하는 대중적 구어체의 힘이기도 했다"면서 "그는 대한민국 어느 정치인보다도 대중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쉽고 익숙한 서민적 화법을 구사했다. 대선의 지형을 통째로 뒤흔들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인제 당시 후보(충남연설)에 대해, 그는 "돌풍의 희생양이 된 후보가 절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이 패배주의적 태도다. 정면으로 맞서야 할 시점에 그는 회고담으로 빠지는 무기력한 기조의 연설을 하고 말았다"며 "그는 민주당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보수적 스탠스로 돌아선 듯한 내용의 연설을 함으로써 사태를 한층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한나라당 경선 연설에 대해, 그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당원들이 갈망하는 노무현 정권 심판을 통한 정권교체를 매우 유효적절하게 짚어내고, 지지층의 심금을 확실하게 울리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경선 연설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박성호씨는 "선거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유혹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지식인 콤플렉스'다. 후보자가 지적으로 보이려는 충동을 다스리지 못할 경우 유권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지나치게 어렵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강금실 후보의 연설문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을 겨냥했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낯설고 생경한 용어로 가득 찼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통령 후보 인천 연설에 대해, 그는 "2프로가 부족했다. 그것을 장기적 국가운영의 로드맵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지역의 경선쯤 되면 한국경제의 전체적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공약을 선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연설은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천정배 의원의 연설에 대해, 그는 "좋은 옷도 입는 사람의 몸에 치수가 맞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천정배 의원은 김근태 전 장관과 더불어 정치권에서 대중의 귀에 잘 와 닿지 않는 말투를 쓰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며 "지식인으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한 결과 그들은 자신들이 지난 잠재가치를 국민들에게 여전히 널리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은?

심상정 전 의원(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 연설)에 대해, 그는 "여성 후보들의 경우 더욱 힘차고 자신감 넘치는 연설이 되게끔 애써야 한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기세싸움이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힘과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어 보이면 두 배로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정치현실이다"며 "예상을 뒤집고 결선투표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힘차고 자신감 있는 연설 덕택"이라고 소개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했던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제주 경선 연설'도 도마에 올랐다. 박성호씨는 "국민을 향해서는 시종일관 낮은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콘텐츠가 훌륭하고 메시지가 뛰어나도, 유권자들에게 오만하고 독선적인 인상을 준다면 메시지도 콘텐츠도 모두 소용 없는 것이 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가. 17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문을 사례로 들었다. 박성호씨는 "치열한 선거전에서는 선거 이후의 사태를 걱정하는 일은 사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당선한 다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장밋빛 공약을 남발하다가는 자승자박을 맞이하기 쉽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겪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의 단초를 그의 후보 시절 연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책에는 정동영·이광재·홍준표·원희룡․맹형규·이방호·이재오·한명숙·김두관·손학규·권영길·정동영·문국현·이회창·노회찬·한화갑·문성근·박용국씨 등의 주요 연설 내용과 그 연설에 대한 평가가 담겨 있다.

또 책에는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과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자유대학 연설, 노무현 대통령의 제84주년 3․1절 기념사, 이명박 대통령의 광복절 60주년 기념사 등이 담겨 있다. 역사의 명연설로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이즈버그 연설', 마틴 루터 킹 2세의 '워싱턴 DC 연설',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71년 장충단공원 연설', 조지 W. 부시의 '이날을 잊지 않으리' 연설 등을 꼽았다.

서강대를 나온 박성호씨는 학창시절부터 연설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20대 후반부터 대통령선거 후보 찬조연설을 시작으로 정치현장을 누볐다. 그는 '박성호 스피치 아카데미' 원장과 강원지방자치전략연수소 소장 등을 지냈다.
#정치연설 #스피치 #박성호씨 #스피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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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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