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곳이 소수쪽이 아니라 다수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상식으로 믿는 것이나 일상에서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 역시 보편적이고 다수의 의견이라는 생각을 갖죠. 이렇듯 인간의 머리 속에는 다수에 속하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설사 자신이 좀 유별난 견해를 가진 소수일 경우에도 결코 자신이 소수쪽이라는 생각은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믿음과 환상을 가지죠. 그런 사람이 자신을 벗어나 어떤 사안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망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자신과 직접 관계 없는 일이거나 남들이 제시하는 의견을 그저 듣는 입장에 서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그때는 좀 더 객관화된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판단의 과정을 밟는 것이죠. 결국,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의견을 제시하거나 자신과 관계된 사안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자신의 의견이 곧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의견이 별난 것, 상식에서 벗어난 것, 소수의 의견이라는 생각은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보통사람의 의식작용은 그와 같다고 하겠습니다만, 좀 더 이성적인 의식과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울타리 안에 묶여있지만은 않습니다. 자신이 직접 관계된 일에서도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죠. 상식이 무엇인지, 대다수의 의견이 무엇인지 따위를 판단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성의 힘이 조금 더 발달된 사람이 그러할진데, 소위 지식인 또는 석학이라 불리는 사람의 경우에는 객관적인 사고와 판단력이 보통의 사람들보다는 좀 더 나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이 그런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식인이나 석학이라고 해서 항상 판단력이 온전하고 시각이 객관적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보편적으로 그렇다고 해서 100% 그런 것은 아니죠. 어디에나 늘 예외적인 사람이 적잖이 존재하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18일 사회통합위원회에서 나왔다는 송복 교수의 언급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바로 그 '다수편에 서려는 무의식적 욕망'이 떠올랐습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국민의 20~25%가 떼법으로 살고 있으며, 그런 사람은 사회통합의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는 물론 제외되어야 할 소수인 25%가 아니라 나머지 대다수인 75%에 속하겠죠. 그가 말하는 법치를 훼손하는 몰상식한 25%의 국민은 대부분 노동자나 가난한 자 등 우리 사회의 힘없는 계층을 의미하리라 봅니다. 실제로 법 알기를 우습게 알고 법치를 아무 거리낌 없이 훼손하는 경제인이나 정치인 등 소위 기득권층 사람들은 거기에서 제외됩니다. 그들은 오히려 '문제 없는 75%'에 속하는 국민이라는 게 송복 교수의 주장일 것입니다.
송복 교수의 견해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는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느낄 것으로 봅니다. 그가 말하는 75%의 국민쪽이 아마도 그렇게 생각할 것인데, 그가 말하는 25%와 일반 국민들이 생각하는 25%는 어쩌면 정 반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25%에 속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의식적 욕망에 갇혀 그의 판단이 좀 흐릿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석학이라고 해서 모두 일반적인 심리상태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겠죠. 그런 사람이 소위 사회통합위원회라는 국가기구에서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넌센스, 그런 넌센스를 받아들여야 하는 75%의 국민들의 속이 좀 불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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