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2급 '삵', '철새 천국' 옆에서 로드킬

18일 주남저수지 제방 아래 도로에서... 환경단체 "차량통행 금지구역 지정해야"

등록 2010.01.20 09:46수정 2010.01.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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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천국'인 창원 주남저수지 주변 도로가 야생동물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번에는 이곳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삵'이 차량에 치여 죽은 채 발견되었다. 주남저수지에서 '삵'의 로드킬(Road Kill, 교통사고로 동물이 죽는 것) 사고가 발생하자 환경단체들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에 따르면, 지난 18일 주남저수지 제방 아래 2차선 도로에서 '삵'이 차량에 치여 죽은 채 발견되었다. 2009년 2월에도 같은 도로에서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었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철새 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 주변 도로에서 지난 18일 멸종위기종 2급인 삵이 차량에 치여 죽는 '로드킬'이 발생했다. 사진은 최근 주남저수지 얼음 위를 걷는 삵의 모습.

철새 도래지인 창원 주남저수지 주변 도로에서 지난 18일 멸종위기종 2급인 삵이 차량에 치여 죽는 '로드킬'이 발생했다. 사진은 최근 주남저수지 얼음 위를 걷는 삵의 모습. ⓒ 최종수


주남저수지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 인근 농경지를 오가고 있다. 저수지와 농경지 사이에는 2차선 도로가 있는데,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쏜살같이 달리기도 한다. 이 도로에는 과속 방지턱이나 경고 표시조차 없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주남저수지가 로드킬의 오명을 벗으려면, 제방 아래 2차선 도로를 차량통행 금지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들은 "철새들의 천국, 주남저수지가 땅 위를 걷는 야생동물들에게는 목숨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며 "주남저수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차량출입이 빈번해지고, 주변지역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이 로드킬의 희생양으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지난해 2월 로드킬 사고 당시에도 창원시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창원시는 로드킬과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주남저수지가 철새도래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주변지역 도로에서 일어나는 로드킬 문제에 대해서는 검토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이 단체는 "고속도로에서도 동물들의 이동을 고려한 생태통로 설치가 차츰 늘어나고 있는 때에 야생동물들의 천국인 주남저수지를 두고서 아무런 검토나 대비가 없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창진환경연합은 주남저수지 제방도로를 주민 차량 이외의 모든 차량통행을 금지하는 도로로 지정할 것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 단체는 "만약 이 대책이 지금 당장 시행될 수 없다면 전면 통행금지에 앞서 한시적으로 차량이 시속 30km 이하로 운행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스쿨존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차량통행 제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창진환경연합은 "그러나 저속통행은 그야말로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차량통행 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저속운행 시 배기가스 배출 문제 등이 있을 수 있어 생태가 우수한 지역의 보전대책으로는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드킬로 전락하고 있는 주남저수지 제방도로에 대해서는 차량통행 금지조치가 최상책이다"라고 촉구했다.
#로드킬 #주남저수지 #삵 #마창진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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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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