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별 기술인력 부족인원 및 부족률 현황
지식경제부
지식경제부가 2009년 11월 5일 발표한 '08년 말 기준 산업기술인력 수급동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적인 기술인력 부족은 작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전자산업 분야의 기술인력 구인난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에서 차지하는 기술 인력의 비중이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기술인력 부족률이 대기업의 두 배가 넘어 기업 간 인력 불균형이 심각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정부는, 80만 건의 청년 구직자 정보와 우수 중소기업의 상세정보 6만개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능력을 갖춘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던 조선과 철강 산업이 축소되고 전자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각되는 것처럼 세계경제의 변동 속에서 한국 경제구조 역시 시시각각 변한다.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강국이었던 미국이 경제위기로 인해, 자동차 산업이 크게 위축된 것처럼 오늘날 경제의 불확실성은 점차 증가한다. 학문적 영역 역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도태되기도 하고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특정 산업 분야나 직업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인재가 아니다. 단순 맞춤형 인재가 아니라 유동적인 환경의 불확실성에 맞서 자기 전문성을 창조적으로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인재는 결코 지금과 같은 입시위주나 취업을 위한 교육, 그리고 닫혀 있는 학문적 경계 속에서 배출될 수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단지 취업을 위한 인재양성이 아니라,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여 전문성을 창의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인재를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적기·적성 개발을 위한 수월성 교육이 초·중등교육에서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 때, 마이스터고의 취지나 전문성 발현을 위한 대학교육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이다.
최소가 아닌 적극적인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전술한 바와 같이, 한국에서 다수의 일자리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많은 수의 학생들이 원하는 직업은 자기 적성에 맞는 일자리가 아니라 안정성과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국가기관이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15~29세 청년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은 국가기관 28.6%, 공기업 17.6%, 대기업 17.1%로 나타났다(한국경제TV, 2009. 11. 27).
단순히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안전성'을 확보하고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직업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도전하고자 하는 정신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한 때는 냉대 받던 청소부 자리가 안정적이고 평균이상 소득이 보장된다는 이유만으로 재평가받는 것이 지금 현실이다. 얼마나 직업이 안정적이고 소득이 보장되는가가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한국의 평균적인 직업관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 원인은 무엇보다 한국의 경제구조 및 복지시스템과 연관시켜 살펴 볼 수 있다. 2006년을 기준으로 GDP 대비 한국의 공적사회복지 지출비는 OECD 평균 20%에도 못 미치는 5%대에 불과했다. 또 최근에는 경쟁과 자율에 바탕을 둔 시장원리가 수월성 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교육 제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고 지나치게 경쟁원리만 강조되다 보니, 학생들이 고학력·고스펙 취득을 통해 높은 소득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직업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정작 일자리 창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반면, 20%에도 못 미치는 국가기관과 대기업에 구직인력이 몰리면서, 중소기업은 점점 더 도태하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서 불공정한 대-중기간의 하청관계를 개선하고 중소기업을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안정성과 소득과 같은 기준으로 직업적 가치가 결정되는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체제 속에서는 중소기업 일자리의 경쟁력은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지백년대계 한국의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서 요구되는 노동자의 자질이란 단순히 높은 기술력과 방대한 지식량이 아니라, 자동화된 기계와 네트워크를 통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고부가가치 지식을 창출해 내는 능력이다. 더불어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평균수명의 연장은 노동시간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즉, 실업이란 노동시간의 연장과 세계경제의 변동과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았을 때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게 될 상태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고려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노동공급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단순히 전자산업이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신성장 동력이 유망하다고 해서 관련 산업에 특화된 인재만을 양성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반영한 전문성을 갖추되 이것을 창조적으로 새로운 방향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국민학력을 자랑하지만 대학과 취업을 위한 공부만 해온 탓에, 경제구조가 조금이라도 변화하면 적응하지 못하고 제한된 전문성의 제약으로 한정된 영역에서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쓸 만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인정하는 쓸 만한 일자리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 그렇지만, 유치원 때부터 치열한 적자생존의 원리를 몸으로 체험해온 우리의 아이들은 그 쓸 만한 직장을 얻기 위해 고학력·고스펙 취득을 위해 경주하고 있다. 취업에 유리한 명문대에 진학하고, 취업에 유리한 스펙을 쌓아서 졸업한다. 실업자는 곧 패배자라는 인식이 사회곳곳에 팽배하다.
지난 60년간 한국경제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이 높은 수준의 교육열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교육열은 우리사회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정망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이다. 실업자나 비정규직에 대한 냉정한 시장원리를 어렸을 때부터 몸소 체험하다보니 신분상승을 위한 명문대 진학이나 안정성이 보장되는 국가기관 그리고 높은 소득이 보장되는 대기업 취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결국, 지금의 청년 실업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사회·경제·교육의 문제점들이 결합된 총체적인 결과물이다. 이것을 시장원리 또는 취업을 위한 맞춤형 인재육성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백년대계를 사회의 각 분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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