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재료로 적절한 배합을 해야만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듯, 단순히 '행운'을 기다리는것보다는 내가 준비해서 노력하는것이 성공하는 지름길 일것이다
김종수
딱 최소한의 숨통을 트일 만큼만 당첨되다지난 토요일은 이상하게 나에게 '기분이 언짢은 날'이었다. 일 욕심에 무리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잠을 못잔 탓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을 감안하고서라도 정말 컨디션이 안 좋았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길 수 있는 것도 신경이 칼처럼 팽팽하게 서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험상으로 느낀 것이지만 이런 날은 그냥 가만있는 게 좋다. 무슨 '불운'같은 미신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기분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과의 마찰 가능성도 높아지고 더불어 이미지도 많이 안 좋아진다. 마음도 괜스레 급해져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날수도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몸이 다쳤을 때를 돌아보면 조금만 더 주변을 잘 살폈으면 충분히 예방도 가능했을 것을 허둥지둥 덤벙대다가 당했다는 교훈이 든다.
사람마다 민감한 구석이 있다. 나 역시도 다른 것은 그런데로 곧잘 잘 넘어가지만 기본적인 예의나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것을 안 했다고 느껴질 때는 가끔 기분이 많이 상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마음의 넓이가 넉넉하지 못한 탓인지 울컥하고 올라올 때는 잘 주체가 안된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조심하려고 했는데도 토요일에는 몇 건의 기분상하는 일이 있었고 나 역시 적잖은 티를 냈다. 뒤끝은 없는 편인지라 하고 나서 후회하고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벌린 일은 수습이 잘 안 된다.
'아… 나 왜 이러지?' 몇 분께 기분 나쁜 티를 내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니 정말 기분이 우울했다. 내가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을 구태여 그렇게 해야만 됐을까싶은 심정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아침에 사놓은 로또 복권이 생각났다. 사려고 산 것이 아닌 근처 슈퍼에 물건을 사러갔다가 앞에서 계산하던 사람이 복권을 사는 것을 보고 "저도 이것 하나 주세요"하고 얼떨결에 산 것이다.
'이렇게 운이 없는 날의 로또는 어떨까?' 마음속으로 불평이란 불평은 다 털어놓으며 인터넷사이트에서 번호를 확인해봤다. 첫 숫자부터 틀렸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처음부터 이렇구나' 입술을 삐쭉 내밀고 계속해서 번호를 확인해갔다.
'잉?'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 생각 없이 번호를 확인해가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번호들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쉽게도 행운번호에서 틀려버렸다.
5개, 총 6개의 숫자 중 다섯 개가 맞은 것이다. '5개면 몇 등이지?'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순위를 확인해봤다. 3등이었다. 당첨이라고 해봤자 5등이 전부인 내가 3등에 당첨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다. 기쁜 마음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밀려드는 것이 아닌가.
'아… 하나만 더 맞았으면 인생 끝장인데, 아닌 보너스 번호만 맞았어도!' 3등만 해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최소한 2등은 해야 거금이 들어오기에 나머지 숫자들에 대한 아픔이 컸다. 이래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3등 당첨 금액은 세금을 빼고 나면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공짜 돈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정말 횡재한 것이지만 지금의 내 삶에 큰 변화를 주기에는 당연히 힘들다. '아, 이래서 3등 당첨됐던 사람들이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했구나' 언젠가 당첨됐던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사실 3등 당첨금만 해도 현재의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얼마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던 중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모조리 쏟아 부은 상태에서 말일까지 100만원이 급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금을 하면 100만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장사의 특성상 항상 원하는 날짜에 돈을 받기는 힘들다. 손님들도 다 각자 사정이 있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데 거기다 대고 독촉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의 100만원은 당장 거래처에 남은 물건 잔금을 털어 버릴 수 있는 돈인지라 때맞춰 굉장히 알찼다고 할 수 있다. 난 손님들을 기다려줄 수 있지만 거래처에서는 독촉이 빈번한지라 약속날짜를 100%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후련해지기도 했다.
'그래, 이것만해도 어디야. 진짜 돈은 내가 노력해서 불려나가야지' 아쉬움도 잠시 난 금새 생각을 정리하고 집 밖으로 나가 콜라 한잔을 마시며 아파트 근처를 돌아다녔다.
당첨은 됐지만 내 삶에 큰 변화를 주기 힘들었던 금액, 하지만 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던 적절한 타이밍. 어쩌면 하늘이 나에게 열심히 일에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닌가하는 혼자만의 생각도 해봤다.
정말 새해 들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망해도 멋있게 망하자'는 신념으로 내 젊음을 활활 태우고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번 3등 당첨은 그런 노력에 대한 소정의 보너스가 아닐까싶다.
지난 토요일이 나에게 운이 좋은날이었는지 나쁜 날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주관적인 답을 내렸다. '운수좋은날!' 그리고 '새롭게 도약을 다짐한 날!'
이런 작은 행운이라도 언제 또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다보면 더 좋은날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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