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로또 복권 당첨, 운수좋은날?

돌고 도는 '운', 진정한 노력이 함께 할 때 더욱 빛난다

등록 2010.01.25 12:06수정 2010.01.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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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운수좋은날>이라는 소설이 있다. 일제시대에 쓰여진 이 작품은 단순히 한국문학계의 계보를 잇는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떠나 입시생들의 필독서로도 유명하다.


어찌보면 내용은 단순하다. 어린 자식과 병든 아내를 둔 한 가난한 인력거꾼이 있었다. 말이 생업이지 손님들은 가뭄에 콩나듯 했고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일상이 다반사였다.

그러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그날 따라 유달리 손님이 많았고 그로 인해 인력거꾼의 기분은 매우 좋아졌다.

'오늘은 왜 이렇게 운수가 좋지?' 자신조차도 놀랄 정도로 일이 계속해서 끊이지 않음에 그는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병든 아내에게 드디어 설렁탕을 먹일 수 있었기 때문. 아내는 설렁탕을 먹고 싶어했는데 그동안은 벌이가 시원찮아서 그 소박한 꿈조차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유달리 운이 좋은 하루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왠지 불안한 마음을 느끼던 인력거꾼은 설렁탕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그를 맞아주는 것은 싸늘하게 죽어있는 아내의 시체였다.

드디어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줄 수 있게 되었는데, 지지리도 운 없는 그에게는 그 기회조차도 하늘이 빼앗아버린 것이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그 당시 하층민들의 삶을 직설적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운이라는 것, 어찌 보면 이것만큼 불확실한 것도 없다. 특히 삶이 힘들거나 뭔가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유달리 운에 집착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운이라는 녀석은 미꾸라지 같아서 좋은날보다는 나쁜 날이 더 많은 것 같이 느껴지고 내 손에 쏙 잡히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어찌 보면 나한테는 찾아오기 힘든 신기루같은 존재로 인식될 때도 많다.


그래서일까, 어릴적 할머니께서는 어린 나에게 "너무 운에 연연하지 말고, 설사 좋은 운이 오더라도 항상 나쁠 때를 생각하라"고 말씀하셨다.

 커다란 나무는 결코 하루아침에 성장하지 않는다
커다란 나무는 결코 하루아침에 성장하지 않는다김종수

모든 서민들의 공통된 관심사 '돈'

난 살면서 당첨이라는 것과는 큰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뭔가에 당첨된 기억이라고는 어린 시절 모 학생잡지 창간호에 엽서를 보내 한권의 책을 받은 것과 교회에서 우리들끼리 선물을 돌리던 자리에서 원하던 종이학을 뽑았던 것 정도다.

그 외에는 항상 내 주변사람들은 뭔가에 당첨돼도 난 도통 되지 않는 것의 연속이었다.

한때는 좀 속상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는 '쓸데없는 행운에 기대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스스로 가져가자'는 신조로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그 때문(?)인지 난 고스톱도 못치고 유료 인터넷 게임 같은 것도 전혀 하지 못한다.

일말의 수입이라도 가져가려면 오직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직접 내가 뛰는 일 외에 '눈먼 돈'이 들어온 적은 전무했다.

하지만 가끔 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속에는 '행운'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감이 조금씩은 있는 것 같다. 특히 살면서 경제적으로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어디서 돈벼락이나 확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상상도 해보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이런 범주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마음속에서 펼치고 싶은 꿈은 많은데 지금 현재 가지고있는 능력은 어림도 없고 그러다 보니 주식-땅-건물 등을 통해 일거에 큰돈을 만진 사람들의 에피소드에 귀가 솔깃할 때도 종종 있다.

어차피 서민들의 삶은 거기서 거기다. 조그만 장사를 하는 터에 난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가장 많이 얘기하는 근심거리가 바로 '돈'이다. 대부분 월말이 되면 주기적으로 돈 걱정을 하고 다행히 잘 풀리더라도 만족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어휴… 죽겠다"고 푸념하는 이들의 대부분 이유 역시 '돈'과 관련되어 있다.

 로또복권은 나에게 당장의 숨통을 트게할만큼만 당첨금을 주었다
로또복권은 나에게 당장의 숨통을 트게할만큼만 당첨금을 주었다나눔로또

일주일의 행복(?) '로또복권'

언제부턴가 내 주변사람들을 돌아보니 상당수가 주기적으로 로또복권이나 주식-스포츠 토토 등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나치게 무리수를 두면 문제가 있겠지만 일주일에 몇 만원 정도야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지라 나 역시 슬그머니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큰돈은 아니라도 해도 조금씩 부업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이들도 있다. 언젠가 그런분 중 한 분에게 내가 물었다. "아니 이런게 있으면 알려주고 같이 해야지, 혼자만 하고있어요?" 그랬더니 그분이 대답했다.

"뭘 알려주고 말고 해. 이런 것들은 당연히 다들 하고 있는게 아냐. 이제까지 뭐한 거야?" 되려 그분이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연초에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스포츠 토토였다. 큰돈이 깨지는 것도 아니고 나름 스포츠 마니아인지라 일반적인 분들보다 더 유리할 것 같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스포츠 관련 글도 종종 쓰는지라 경기나 기사들을 돌아보는 시간도 많고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해보려고 하니까 그것도 아니었다. 스포츠 토토는 나름대로 많은 머리를 굴려야했고 정말 미친 듯이 파고들어야 뭔가 감이 올 것만 같았다. 여러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성격을 고려했을 때 토토를 하고 싶으면 지금 하는 일에 타격이 될 것은 분명했다.

결국 나는 '언젠가 시간적 여유가 되면…'이라는 나름대로의 핑계를 대고 토토를 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나하고 있는 장사에 열중하고 가끔 이것저것 부업이나 하는게 더욱 안정적이고 바람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주기적으로 로또복권을 구입하는 분들을 따라가다가 호기심에 한 장 사봤다. 물론 당첨은 되지 않았다. 그뒤 그분들처럼은 아니지만 한두달에 한번씩은 1장정도 구입을 해봤고 가장 크게 당첨(?)된 금액은 5천원이었다.

'이렇게 확률이 낮은 것을 뭐하러 사는 것이지?' 궁금한 마음에 한분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그분이 이렇게 대답했다. "뭐 당첨 확률이 하늘에 별따기라는 것은 나도 알아. 뭐 누구든지 당첨되면 복권이라고 할 수 있겠어. 그냥 일주일간의 행복이지, 나름대로 당첨이 되면 돈을 어디에 쓸까하면서 부푼 마음을 안고 기대를 하는 것 만으로도 1장 값은 하는 거지."

'서민들의 꿈!' 어쩐지 그분의 말씀이 크게 다가왔다. 꼭 당첨이 되어서만이 기쁨이 아닌 담뱃값 정도의 가격으로 일주일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 때로는 '뭔가를 기대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가질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물론 지나치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거기에 중독되거나 과다한 지출을 하게되면 그때는 꿈이 아닌 '망상'이나 '집착'이 될 수 있을 것이니 충분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많은 재료로 적절한 배합을 해야만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듯, 단순히 '행운'을 기다리는것보다는 내가 준비해서 노력하는것이 성공하는 지름길 일것이다
많은 재료로 적절한 배합을 해야만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듯, 단순히 '행운'을 기다리는것보다는 내가 준비해서 노력하는것이 성공하는 지름길 일것이다김종수

딱 최소한의 숨통을 트일 만큼만 당첨되다

지난 토요일은 이상하게 나에게 '기분이 언짢은 날'이었다. 일 욕심에 무리해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잠을 못잔 탓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을 감안하고서라도 정말 컨디션이 안 좋았다.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길 수 있는 것도 신경이 칼처럼 팽팽하게 서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험상으로 느낀 것이지만 이런 날은 그냥 가만있는 게 좋다. 무슨 '불운'같은 미신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지 않은 기분으로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과의 마찰 가능성도 높아지고 더불어 이미지도 많이 안 좋아진다. 마음도 괜스레 급해져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날수도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몸이 다쳤을 때를 돌아보면 조금만 더 주변을 잘 살폈으면 충분히 예방도 가능했을 것을 허둥지둥 덤벙대다가 당했다는 교훈이 든다.

사람마다 민감한 구석이 있다. 나 역시도 다른 것은 그런데로 곧잘 잘 넘어가지만 기본적인 예의나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것을 안 했다고 느껴질 때는 가끔 기분이 많이 상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하지만 근본적으로 마음의 넓이가 넉넉하지 못한 탓인지 울컥하고 올라올 때는 잘 주체가 안된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조심하려고 했는데도 토요일에는 몇 건의 기분상하는 일이 있었고 나 역시 적잖은 티를 냈다. 뒤끝은 없는 편인지라 하고 나서 후회하고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벌린 일은 수습이 잘 안 된다.

'아… 나 왜 이러지?' 몇 분께 기분 나쁜 티를 내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니 정말 기분이 우울했다. 내가 기분이 안 좋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을 구태여 그렇게 해야만 됐을까싶은 심정에 머리가 복잡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아침에 사놓은 로또 복권이 생각났다. 사려고 산 것이 아닌 근처 슈퍼에 물건을 사러갔다가 앞에서 계산하던 사람이 복권을 사는 것을 보고 "저도 이것 하나 주세요"하고 얼떨결에 산 것이다.

'이렇게 운이 없는 날의 로또는 어떨까?' 마음속으로 불평이란 불평은 다 털어놓으며 인터넷사이트에서 번호를 확인해봤다. 첫 숫자부터 틀렸다. '그러면 그렇지 역시 처음부터 이렇구나' 입술을 삐쭉 내밀고 계속해서 번호를 확인해갔다.

'잉?'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 생각 없이 번호를 확인해가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번호들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아쉽게도 행운번호에서 틀려버렸다.

5개, 총 6개의 숫자 중 다섯 개가 맞은 것이다. '5개면 몇 등이지?'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순위를 확인해봤다. 3등이었다. 당첨이라고 해봤자 5등이 전부인 내가 3등에 당첨된 것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참 이상하다. 기쁜 마음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밀려드는 것이 아닌가.

'아… 하나만 더 맞았으면 인생 끝장인데, 아닌 보너스 번호만 맞았어도!' 3등만 해도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최소한 2등은 해야 거금이 들어오기에 나머지 숫자들에 대한 아픔이 컸다. 이래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3등 당첨 금액은 세금을 빼고 나면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공짜 돈이라는 개념으로 보면 정말 횡재한 것이지만 지금의 내 삶에 큰 변화를 주기에는 당연히 힘들다. '아, 이래서 3등 당첨됐던 사람들이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했구나' 언젠가 당첨됐던 사람들에게서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사실 3등 당첨금만 해도 현재의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얼마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던 중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모조리 쏟아 부은 상태에서 말일까지 100만원이 급하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금을 하면 100만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장사의 특성상 항상 원하는 날짜에 돈을 받기는 힘들다. 손님들도 다 각자 사정이 있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는데 거기다 대고 독촉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의 100만원은 당장 거래처에 남은 물건 잔금을 털어 버릴 수 있는 돈인지라 때맞춰 굉장히 알찼다고 할 수 있다. 난 손님들을 기다려줄 수 있지만 거래처에서는 독촉이 빈번한지라 약속날짜를 100%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후련해지기도 했다.

'그래, 이것만해도 어디야. 진짜 돈은 내가 노력해서 불려나가야지' 아쉬움도 잠시 난 금새 생각을 정리하고 집 밖으로 나가 콜라 한잔을 마시며 아파트 근처를 돌아다녔다.

당첨은 됐지만 내 삶에 큰 변화를 주기 힘들었던 금액, 하지만 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던 적절한 타이밍. 어쩌면 하늘이 나에게 열심히 일에 매진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아닌가하는 혼자만의 생각도 해봤다.

정말 새해 들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망해도 멋있게 망하자'는 신념으로 내 젊음을 활활 태우고있는 중이다. 어쩌면 이번 3등 당첨은 그런 노력에 대한 소정의 보너스가 아닐까싶다.

지난 토요일이 나에게 운이 좋은날이었는지 나쁜 날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주관적인 답을 내렸다. '운수좋은날!' 그리고 '새롭게 도약을 다짐한 날!'

이런 작은 행운이라도 언제 또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다보면 더 좋은날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으니까.
#로또복권 #행운 #나무 #노력 #운수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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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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