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사거리시장
김작가
제주시에서 강정까지는 1시간 이상 걸립니다. 버스터미널에서 중문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월드컵경기장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곤 택시를 이용해서 강정마을 입구에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택시아저씨는 너무나 무뚝뚝했는데, 입구가 어딘지 포구가 어딘지 설명도 안해주시고 강정마을 사거리에 세워주셨습니다. 아마 저를 올레꾼으로 보셨을 겁니다. 강정마을은 올레꾼들이 제일 많이 찾는 곳이니까요.
내리자마자 <PD수첩>에서 봤던, 배가 들어올 때마다 생선을 파는 장이 열리는 사거리시장입니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북적북적 거리는 분주함에, 재밌게 떠들어 대는 수다들에 해군기지는커녕 도무지 사건이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마을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저조차도 그런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어서 옆에서 한참 지켜봤는데, 주민간에는 그저 정다운 덕담만 오갈뿐이었습니다. 날이 맑아 그럴지도 모릅니다. 정말 끝내주게 하늘이 맑았으니까요. 벽화만 봐도 평화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선 찬성과 반대 주민들이 따로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들도 그렇다고 합니다. 찬성하는 사람끼리, 반대하는 사람끼리 거래를 하는 것이지요.
이 사거리 시장은 평화가 싹트는 곳입니다. 이방인인 저도 그 분위기에 취할 정도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벽이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한순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기운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계속 얼굴을 비비면서 보다 보면 옛정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그런 바람을 해봤습니다.